건축은 설계가 끝나는 순간 완성되는 것일까. SYnK는 오히려 그때부터 비로소 건축의 시간이 시작된다고 본다. 건축가가 마련할 수 있는 것은 사람과 장소, 시간이 만날 수 있는 하나의 조건일 뿐, 그 안에서 벌어질 일과 관계까지 미리 정해둘 수는 없다.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과 우연한 머묾,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은 건축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든다. 그래서 이들의 작업은 정해진 답을 제시하기보다, 다양한 경험이 생겨날 여지를 남기고 건축과 일상이 오랫동안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데 가까워진다.
Interviewee Takashige Yamashita, YoungAh Kang 건축가
Editor 김도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각이나 질문은 무엇인가요?
YoungAh Kang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미리 정해둔 형태에서 출발하기보다, 이 건축이 주변 환경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서야 하는지를 먼저 질문해요. 저희는 건축의 ‘타치카타(建ち方)’, 즉 건물이 그 장소에 서는 방식이나 존재하는 태도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이를 구성과 규모, 높이, 구조 등을 통해 탐구하고, 그 과정에서 건축의 존재감과 성격을 만들어가죠. 이러한 근본적인 관계가 정해지면 이후의 많은 결정도 자연스럽게 따라와요. 그런 의미에서 설계의 시작은 특정한 장소에 어울리는 건축의 존재 방식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두 분이 함께 프로젝트를 발전시킬 때는 건축물의 형태나 대지, 사용자, 분위기 등 어떤 요소에 대한 대화가 가장 중요하게 오고 가나요?
Takashige Yamashita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공유하는 이해와 각기 다른 관점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에요. 형태나 대지, 사용자, 분위기 중 하나를 우선순위로 정해두기보다, 대화와 모형 작업을 통해 아이디어와 해석, 영감, 개념, 공간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주고받아요. 각자 모형이나 스케치를 만든 뒤 함께 살펴보는 경우도 많아요.
서로의 관점이 어긋나는 지점에서 시작된 논의가 오히려 프로젝트를 크게 발전되기도 하죠. 저희의 작업 과정은 가능한 한 빨리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관점 사이의 거리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데 가까워요.
Toranoko Nursery ⓒSYnK
SYnK의 작업을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꼽는다면 어떤 프로젝트들이 있을까요?
Takashige Yamashita ‘Toranoko Nursery’는 서로 이어지는 여러 지붕 아래에서 건축이 공동체와 아이들의 일상을 위한 장소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를 탐구한, 저희에게 중요한 출발점이 된 프로젝트예요. ‘Reception on the Ridge’에서는 지붕과 풍경, 공간의 연속성에 관한 탐구를 확장했고, ‘Children’s Forest’에서는 주변 환경과 더욱 다방향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이전의 개념과 구축 방식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어요.
모든 프로젝트들은 저희가 관심을 두는 영역의 폭을 보여주는 동시에, 건축에 관한 생각이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해왔는지 함께 보여준다고 생각해요.
Reception on the Ridge ⓒSYnK, Kai Nakamura
이러한 여러 프로젝트를 관통하는 공통된 생각이나 태도가 있나요?
YoungAh Kang 프로그램과 규모는 서로 다르지만, 모두 건축과 사람, 환경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건물을 주변과 분리된 하나의 독립적인 대상으로 보기보다, 특정한 맥락 안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일상과 주변 환경을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고민해요. 사람의 움직임이나 빛, 지형, 사회적 교류와 같은 요소를 통해 사용자가 주변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해요.
여러 프로젝트에서 자연과 일상, 공동체를 세심하게 바라보는 태도가 드러납니다. 두 분이 생각하는 좋은 건축적 태도는 무엇인가요?
YoungAh Kang 저희는 건축이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미리 결정하는 고정된 장치가 아닌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촉매라고 생각해요. 좋은 건축은 사람과 활동, 빛과 날씨, 주변 환경이 각자의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이끄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그러한 반응과 상호작용이 쌓이면서 일상의 모습도 서서히 형성되죠. 저희에게 건축은 정해진 답을 제시하는 일이라기 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관계와 경험이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드는 일에 가까워요.
Children’s Forest ⓒSYnK, Kai Nakamura
대지를 읽고 이를 공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Takashige Yamashita 그 장소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성질을 지키고,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일이 가장 중요해요. 무엇을 새로 더할지 결정하기 전에 이미 그곳에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이해하려고 하죠.
저희는 바로 이 지점에서 단순한 ‘건물(建物)’과 ‘건축(建築)’의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하나의 건물을 짓는 데 그치지 않고, 건축과 주변 환경 사이의 관계를 가꾸고 싶어요. 대지는 극복해야 할 조건보다는 프로젝트가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자원이라고 생각해요.
구조와 재료를 다룰 때 기능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와 사용자가 경험하는 방식도 함께 고려하나요?
YoungAh Kang 네. 저희에게 구조와 재료는 공간 사이의 관계를 표현하는 수단이기도 해요. ‘Reception on the Ridge’에서는 재료의 변화를 통해 내부와 외부의 차이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냈고, ‘Children’s Forest’에서는 일부 기능을 전체 구성 안에서 독립된 볼륨으로 표현했어요. 이러한 결정은 단순히 기능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 아니에요. 각각의 공간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사용자가 건축 전체를 이해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줘요.


여러 프로젝트 작업을 이어오는 동안 꾸준히 붙들고 있거나 관심 가지는 주제나 질문이 있나요?
YoungAh Kang 저희가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온 개념 중 하나는 ‘공명’이에요. 다만 여기서 공명은 완성된 조화나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계속해서 이어지는 과정에 가까워요. 건축이 사람과 땅, 역사와 시간 사이에서 연속적인 상호작용을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있어요.
물 위에 작은 파문이 퍼져 나가듯 하나의 작은 개입이 주변에 영향을 주고 새로운 반응을 만들어내며,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어요. 이러한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건축과 일상은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를 만들어간다고 생각해요.
지금의 작업 방식이나 관점을 형성하는 데 영향을 준 특별한 전환점이나 경험이 있었나요?
YoungAh Kang 하나의 결정적인 전환점이 있다기보다, 오랜 시간 쌓여온 여러 경험이 지금의 저희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수년 동안 많은 공모에 참여했고, 자주 떨어지기도 했어요. 그러다 점차 최종 단계까지 진출하게 되었고, 몇몇 공모에서는 당선되기도 했죠.
각 프로젝트에서 새롭게 배운 것들도 많고, 그 경험이 모여 현재의 사고 방식과 소통 방식을 만들어줬다고 봐요. 돌이켜보면 저희의 관심도 점차 ‘모양(shape)’에서 ‘형태(form)’로 이동해온 것 같아요. ‘모양(shape)’을 눈에 보이는 외형이라면, ‘형태(form)’는 그 이면에 있는 관계와 조직, 논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두 분이 더욱 깊이 탐구하고 싶은 프로젝트나 주제가 있나요?
Takashige Yamashita 최근에는 공공 프로젝트와 건축이 사회 안에서 수행할 수 있는 보다 폭넓은 역할에 관심을 두고 있어요. 이전 작업들이 사람과 건물, 가까운 주변 환경 사이의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중심으로 했다면, 공공 프로젝트를 통해서는 건축이 더욱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공동의 경험을 만드는 데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탐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렇다고 사람과 환경, 일상의 관계에 대한 기존의 관심이 달라진 것은 아니에요.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기보다, 지금까지 탐구해온 주제를 서로 다른 규모와 더욱 다양한 맥락 속에서 계속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Pick List
SYnK’s 공간 pick
– SYnK / Studio Yamashita & Kang 사무소(Click!)
저희 사무소가 있는 도쿄의 시부야와 다이칸야마에는 국내외 방문객이 찾는 유명한 장소가 많아요. 하지만 저희가 특히 흥미롭게 바라보는 것은 개별적인 명소보다 이 일대에 펼쳐진 풍경과 서로 다른 도시의 시간대가 공존하는 모습이에요. 오래된 건물과 과거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한편, 새로운 개발도 때로는 조용하게, 때로는 훨씬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어요.
누군가 저희 사무소를 방문한다면, 사무실의 작은 발코니에 잠시 앉아 보기를 권하고 싶어요. 시부야역을 향해 오가거나 역을 출발하는 열차가 보이고, 철로가 놓인 골짜기 너머로는 다이칸야마의 언덕을 따라 도시가 이어져 있어요. 움직임과 지형, 기반 시설과 일상이 서로 겹쳐지는 풍경이라서, 아무리 바라봐도 좀처럼 질리지 않아요.
SYnK에게 건축은 정해진 장면을 완성하거나 사람들의 행동을 미리 규정하는 일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와 경험이 생겨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일에 가깝다. 건축가의 손을 떠난 공간은 사람의 움직임과 활동, 빛과 날씨,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한다. 그 과정에서 설계자가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과 사용 방식이 생겨나고, 작은 개입은 주변으로 파문처럼 퍼져 또 다른 반응을 만들어낸다. 건축이 사람과 장소를 하나의 방식으로 묶기보다 서로가 계속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길 때, 그 관계는 오랜 시간에 걸쳐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 SYnK에게 건축은 그렇게 사람과 장소, 시간이 나누는 대화의 시작점을 만들고, 그 이후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일이다.
자료제공 SYnK / Studio Yamashita & Kang(https://www.studioynk.com/)
글 김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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