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AD Architects는 장면을 무한히 연결해 공간으로 나타내는 연출자다. 내부와 외부의 경계, 공기의 흐름, 사람의 행위를 하나의 공간으로 승화시키며 공간을 작품으로, 건축을 흐름으로 표현한다. 이들에게 건축은 넓고 무한한 도화지 같아서 종점 없이 무한히 이어지는 공간과 사람의 움직임을 불시에 사로잡으며, 계속해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나간다.
Interviewee Yasser Mousapour 건축가
Editor 박지성

PAAD Architects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인터뷰를 열고 싶어요.
Yasser Mousapour 학생 시절부터 대학과 실무 사이의 엄청난 간극이 늘 저를 괴롭혔어요. 교수님들은 그걸 건축 시장의 한계 때문으로 돌리곤 했는데, 그 시장이 우리가 학교에서 꿈꾸던 이상과 정면으로 충돌했죠. 그때부터 저는 꿈꾸는 모습의 사무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저는 제 작업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마술적 사실주의(magical realism)’를 보여주고 싶어요. 제약의 단순한 합으로는 절대 예측할 수 없었던 무언가를 그 제약으로부터 끌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마술적 사실주의라는 말이 생소한데요. 그 특징을 잘 보여주는 PAAD Architects의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Yasser Mousapour 코로나19가 극에 달했을 때, 저희는 85제곱미터 규모의 엑소-인테리어 레스토랑(Exo-interior Restaurant)을 설계해야 했어요. 당시에는 안뜰도, 옥상 테라스도 없고, 외부와 공기 순환이 안 되는 식당들은 강제로 문을 닫아야 하는 시기였죠. 그때의 저는 코로나로 입원해 있었는데, 병상에서 실내 공간이 전혀 없는 레스토랑을 상상하기 시작했어요. 매일 아침 셔터가 올라가면 내부 공간이 드러나는 게 아니라 인도와 아무런 경계도 없이 또 다른 외부공간이 펼쳐지는 거죠. 이런 극한의 제약이 야심 찬 아이디어의 출발점이 됐어요. 그리고 저희는 그 레스토랑을 마침내 지었고요.
조각가 리처드 세라의 ‘동사 목록(Verb List)’도 늘 제가 염두에 두는 것 중 하나예요. 그는 마치 조각이 동사가 물질에 적용될 때 시작되는 것처럼 84개의 동사와 24개의 가능한 맥락을 나열했는데요. 저는 건축에 해당하는 동사들이 무엇일지 계속 자문하게 돼요. 그 중에서도 저는 ‘분리(separation)’를 떠올리는데요. 엑소-인테리어 레스토랑은 그런 실험이었어요. 건축이 나눠지는 유혹에 저항하고, 여전히 외부이면서도 외부 그 자체가 경계를 넘어 흘러드는 공간을 만들어낸 거죠.
Walking Canopy ⓒAkhavanStudio
PAAD Architects는 다양한 건축 이론을 공간으로 구체화 하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하신 ‘마술적 사실주의’도 그 중 하나고요. 이 외에도 프로젝트를 계획할 때 ‘미장센(mise-en-scène)’이 설계 전반에 깔려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Yasser Mousapour 저에게 미장센 건축이란, 시나리오를 통해 프로그램을 다시 쓰는 걸 의미해요. 미술관이나 문화시설뿐 아니라, 가장 작고 평범한 공간에서도 적용되는 개념이에요. 그 미장센이 바로 제 설계 아이디어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해요.
이스파한의 3ra 카페 비스트로를 위한 워킹 캐노피(Walking Canopy) 프로젝트가 이 내용을 잘 보여줘요. 에스프레소 바, 주방, 손 씻는 공간, 실내 좌석, 야외 좌석으로 구성된 평범한 프로젝트였지만 이 프로젝트는 일상적인 사건을 다시 쓰는 것에서 시작됐어요.
저는 늘 바리스타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관찰했어요. 저에게 바리스타는 퍼포머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에스프레소 바를 설계하는 게 아니라, 바리스타의 몸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어요. 매일 아침 바리스타는 건축을 퍼포밍해요. 바가 바깥으로 이동하고, 캐노피가 그 뒤로 펼쳐지고, 손님들은 다른 배우로서 장면에 합류하죠.

Walking Canopy ⓒAkhavanStudio
일상적인 공간과 행위에서 건축적 가능성을 찾는 방식이 인상적이에요. 워킹 캐노피를 설계하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요?
Yasser Mousapour 워킹 캐노피에서 바리스타를 퍼포머로 다뤘잖아요. 하지만 그 프로젝트에서 더 예상치 못한 순간은 손 씻는 공간을 위해 설계한 아주 작은 공간에서 나왔어요.
카페에서 손을 씻는다는 건 사실 하나의 연극적 행위이기도 해요. 파트너에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하면서, 손을, 얼굴을, 어쩌면 신발까지 살피게 되죠. 저희는 그 각각의 행위를 위한 별도의 거울과 조명을 설계했어요. 완전하게 평범한 행위 한가운데서 문득 서로 다른 파편화된 자신을 발견해요. 순간, 일상이 갈라지며 다르게 자신을 발견하게 되죠.
모든 프로젝트에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특히 이 경계의 모호함이 PAAD Architects의 프로젝트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것 같고요.
Yasser Mousapour 이 질문은 저희 작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에요. 근대 건축은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시각적으로 해소했지만, 저는 시각적인 화해를 넘어서고 싶어요. 그리고 그 만남이 실재계(Real)의 수준에서 일어나길 원해요.
메가 윈도우(Mega-window)에서 창문은 공간 깊숙이 뻗어 들어가, 모든 사람이 자신의 책상 옆에 개별 창문을 가지는 새로운 열린 오피스 유형을 만들어요. 사람들이 창문을 열고 손을 집어넣어, 몸은 공간 안에 있으면서 손은 도시의 공기 속에 있게 하고 싶었어요. 그 창문 안의 공기는 외부에서 오고, 환기팬이 그 공기를 다시 밖으로 내보내요.
이 뒤에는 조망해야 할 세 가지가 있어요. 내외부의 관습적인 미장센을 교란하는 마술적 사실주의, 팬데믹이 열어준 환경 조절에 관한 질문들 그리고 이란의 기후와 역사적 건축에서 온 교훈이에요. 이란 중부의 역사적 건축은 그늘로부터 공간을 끌어내는 방법에 관한 수많은 교훈을 담고 있어요.
이 질문들을 최근 코넬 대학 강연 ‘에어컨의 정치학(The Politics of Air Conditioning)’에서 더 발전시켰어요. 어디서 공기가 조절되고, 어디서 조절되지 않으며, 그 경계가 어디에 그어지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에요. 그것은 건축적이고, 궁극적으로는 정치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해요.
Sarmad Educational Complex ⓒPaad Architects, Next Office
저는 PAAD Architects 작업 중 ‘경계없음’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업물 중 하나가 사르마드 교육 복합시설(Sarmad Educational Complex)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경계없음’이 이 프로젝트를 특별하게 만드나요?
Yasser Mousapour 저는 학교가 학생들이 시민이 되는 연습을 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하나의 동네처럼 느껴져야 하죠. 교실 사이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서로 만나고, 관계를 맺고, 자신의 삶에 주도권을 갖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곳으로요. 사르마드 교육 복합시설(Sarmad Educational Complex)에서 저희는 중정과 그리드를 중첩했어요. 그 결과 작은 골목과 통로들의 네트워크가 생겨났고, 사이펀 효과를 통한 공기 흐름을 만들면서 동시에 교육의 일부가 통로에서 이루어질 수 있게 했어요. 건축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거든요.

Villa Long Take ⓒPaad Architects
영화를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영화적인 아이디어가 건축 작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은데요. 건축과 영화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요?
Yasser Mousapour 영화를 아이디어화 시키겠다고 처음부터 결심하고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영화적인 상상력은 의식적으로도 무의식적으로도 계속 제 머릿속을 맴돌고 있고, 저에게 공간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요소예요. 저는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의 에세이 ‘몽타주와 건축’을 좋아하는데요. 그는 건축 관찰자를 마치 일련의 숏을 이동하는 카메라처럼 묘사했어요. 모든 내용은 시퀀스죠.
저희 프로젝트 중 ‘빌라 롱테이크(Villa Long Take)’는 이 두 가능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요. 종단 축을 따라 두 중정이 하나의 끊임없는 롱테이크로 흘러들어 가고, 횡단 축을 따라서는 외부의 공적 개방성과 집의 사적 공간들이 하드 컷을 통해 충돌해요. 삶의 사건들이 야외 터널로 부두처럼 뻗어 들어오면서, 침실과 요리가 수영장과 직접 맞닿죠.
영화감독 히치콕은 드라마를 ‘지루한 부분이 잘려나간 삶’이라고 묘사했어요. 하지만 건축은 평범한 날의 한가운데서, 예상치 못하게 그 영화적 강도를 삶 자체로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Pick List
Yasser Mousapour‘s 영화 pick
– Dogville
이 영화는 몇 개의 선과 벽의 제거만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항상 저를 매혹시켰어요. 라스 폰 트리에는 그것을 마술적인 영화적 조건으로 만들어내요.
저에게 도그빌은 도덕에 관한 영화예요. 한 장면에서 그레이스가 성폭행을 당하는데요. 그 장면에서는 벽이 없기 때문에 장면 뒤 배경에서 마을 사람들이 평범한 활동을 계속하는 걸 보게 돼요. 그들의 무관심이 관객의 마음을 짓누르는 것 같더라고요. 이 영화에서 벽의 부재는 강렬하게 주제적이에요. 그리고 이건 놀라운 건축적 교훈이에요. 제가 미장센을 구성할 때 처음 분석하는 것이 정확히 이런 요소들이거든요. 신체, 오브제 그리고 그 관계들이요.
– Rear Window
히치콕의 Rear Window도 좋아해요. 창문이 시각적 스토리텔링의 도구가 되는 작품이죠. 벽은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장면의 일부를 감추고, 창문은 다른 부분을 드러내요. 아마도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건 내부와 외부의 관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작동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 중 하나인 창문에 관심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방면으로 여러 요소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이렇게 좋아하는 것들이 많은데도 ‘건축’이라는 행위를 특별하게 느끼시는 것 같고요.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PAAD Architects에게 건축이란 무엇인가요?
Yasser Mousapour PAAD Architects에게 건축이란, 공간 안에서 신체와 오브제의 재배열을 통해 세계의 새로운 미장센을 탐구하는 행위라고 생각해요.
그의 모든 프로젝트는 평범한 현실 한가운데에서 영화처럼 낯설어지는 순간을 노린다. 그리고 그 낯섦은 우리의 익숙하고 평범한 삶에서 만들어진다. Paad Architects는 익숙함 사이에서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내는 공간 요소를 탐구하며, 매번 익숙하지만 색다른 미장센을 탐구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건축에서 편안한것이 만드는 새로운 공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자료제공 Paad Architects(https://paadarchitects.com/)
글 박지성 에디터















댓글을 달려면 로그인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