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후암동, 과거 수도여자고등학교가 자리했던 곳에 서울특별시교육청 신청사가 들어섰다. 저층 주거지와 남산, 용산가족공원이 맞닿는 복합적인 도시 조건 속에서 계획된 신청사는 행정기능을 담는 청사를 넘어 시민과 도시를 연결하는 열린 공공건축을 지향한다. 북측 후암동과 남측 공원을 잇는 보행축을 중심으로 북카페와 라운지, 커뮤니티계단 등 시민을 위한 공간을 배치하고, 기존 학교의 흔적을 ‘기억의 정원’에 남겨 장소가 지닌 시간의 층위도 이어갔다.
건물 내부에서는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여러 층의 동선과 업무공간이 시각적으로 연결되고, 자율좌석제 기반의 스마트오피스와 유연한 평면을 통해 변화하는 조직과 업무방식에 대응한다. 여기에 바닥복사 냉난방, 자연채광과 자연환기, 태양광 등 친환경 전략을 건축의 형태와 공간 구성에 통합했다. 2026 서울특별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서울특별시교육청 신청사를 통해, 공공청사가 도시와 시민에게 어떻게 열리고 또 내부의 조직과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Editor 김도아
▼ List ▼
→ [도시와 장소를 잇는 열린 청사]
→ [머무름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다]
→ [새로운 공공청사의 기준]
[도시와 장소를 잇는 열린 청사]

– 서울특별시교육청 신청사를 계획할 때, 가장 먼저 정의하고 싶었던 ‘교육청다운 공간’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교육청이 단순한 행정기관의 건물이 아니라는 점이었어요.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일을 넘어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서로 다른 생각을 연결하며, 사회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교육청다운 공간 역시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청사가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이 만나고 배우며 소통할 수 있는 열린 환경이어야 했어요.
이를 위해 시민과 교육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공보행축과 개방공간을 계획하고, 내부에는 여러 층의 활동과 사람을 연결하는 아트리움과 라운지를 배치했어요. 교육의 본질인 개방성과 다양성, 관계와 성장이 건축의 구조와 공간적 경험으로 드러나는 청사를 만들고자 했어요.
“교육의 본질인 개방성과 다양성, 관계와 성장이 건축의 구조와 공간적 경험으로 드러나는 청사를 만들고자 했어요.”
– 대상지는 과거 수도여자고등학교가 있던 곳으로 오랫동안 교육의 기억이 축적된 장소이자, 후암동의 저층 주거지와 남산, 용산가족공원이라는 서로 다른 도시적 조건이 만나는 곳이기도 해요. 이러한 장소의 성격을 새로운 공공청사에 어떻게 이어가고자 했나요?
이곳에는 학교라는 구체적인 기억과 함께 오랜 시간 지역사회가 공유해온 교육적·생활사적 의미가 축적되어 있어요. 그래서 새로운 건축이 과거의 흔적을 지우고 들어서는 것이 아니라, 장소에 남아 있는 기억을 오늘의 공공성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수도여자고등학교 철거 과정에서 나온 기존 학교의 바닥 슬래브를 ‘기억의 정원’의 조경 바닥재로 재활용한 것도 그런 이유예요. 과거 학교의 물리적인 흔적을 새로운 청사의 외부공간에 남겨 장소가 지닌 기억의 켜가 이어지도록 했어요.
또 경사 지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후암동과 남측 공원 방향을 입체적으로 연결하고, 청사의 저층부와 외부 공간이 지역의 보행 흐름에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계획했어요. 건물의 규모와 높이도 주변 저층 주거지와 남산의 경관, 공원의 녹지 축을 고려해 조율했고요. 과거 학교가 교육을 통해 지역과 관계를 맺었다면, 새로운 청사는 열린 공간과 보행의 흐름을 통해 그 관계를 이어간다고 볼 수 있어요. 기억의 정원에 남겨진 기존 바닥 슬래브 역시 이러한 시간의 연속성을 시민들이 일상에서 경험하게 하는 매개체이고요.

– 북측 후암동과 남측 용산가족공원을 연결하는 보행축을 만들면서, 청사가 도시를 가로막는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이 통과할 수 있는 장소가 되도록 계획했어요. 대규모 공공청사에 ‘통과할 수 있는 건축’이라는 개념이 왜 중요했나요?
대규모 공공청사는 자칫 도시 안에서 거대한 경계나 섬처럼 존재하기 쉬워요. 특히 보안과 업무 효율이 강조되면 건물의 외곽은 닫히고, 시민은 행정적인 목적이 있을 때만 방문하게 되죠. 하지만 공공건축이 도시와 단절된다면 ‘공공’이라는 이름이 지닌 의미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사가 도시의 흐름을 차단하는 종착점이 아니라 서로 다른 지역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기를 바랐어요. 여기서 청사를 통과한다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지나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시민이 건축 안에서 교육행정의 활동을 접하고, 잠시 머물거나 다른 사람과 마주치면서 공공기관을 일상의 일부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까지 포함해요. 결국 ‘통과할 수 있는 건축’은 공공기관과 시민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공간적 장치라고 생각했어요.
[머무름과 일하는 방식을 바꾸다]
–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북카페와 개방 라운지, 커뮤니티계단 등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했어요. 행정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시민도 청사에 머물게 하는 것이 공공건축의 역할을 어떻게 변화시킨다고 생각하시나요?

기존의 공공청사는 민원을 처리하거나 행정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방문하는 목적형 공간에 가까웠어요. 하지만 특별한 용무 없이도 찾아와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고, 쉬거나 작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면 청사는 일상적인 도시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북카페와 개방 라운지, 커뮤니티계단은 이러한 변화를 수용하는 장소예요. 행정업무와 시민의 일상이 느슨하게 공존하면서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공간적 자원과 활동을 시민이 함께 누릴 수 있게 되죠. 공공건축의 역할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에서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고요. 이러한 머무름의 경험이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와 친밀감을 형성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보았어요.
“공공건축의 역할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에서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의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고요.”
–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여러 층의 동선과 라운지가 시각적으로 연결되면서 구성원들의 우연한 만남을 유도하고 있어요. 공간의 개방성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실제 조직문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셨나요?
건축이 조직문화를 단독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부서와 층이 복도와 벽으로 완전히 분리되면 구성원은 정해진 업무 관계 안에서만 만나게 돼요. 반면 서로의 움직임과 활동이 자연스럽게 보이고, 이동 중 잠시 머물 수 있는 장소가 있다면 계획되지 않은 대화와 교류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죠.
아트리움은 단순한 중심 공간이나 채광을 위한 보이드가 아니라 조직 내부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공간이에요. 계단과 브리지, 라운지에서 구성원들은 서로의 존재와 활동을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돼요. 이런 작은 접촉들이 부서 간 경계를 완화하고 정보와 아이디어의 공유를 촉진하면서 보다 수평적이고 협력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기를 기대했어요.


– 업무공간에는 고정된 자리 대신 업무 방식에 따라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율좌석제 기반의 스마트오피스를 도입했어요. 건축이 행정조직의 일하는 방식까지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이곳에서는 어떤 변화를 기대했나요?
업무 환경은 단순히 업무를 담는 배경이 아니라 구성원의 행동과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고정된 자리와 부서 중심의 배치는 안정적이지만, 업무의 성격과 협업 방식이 다양해지는 상황에는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워요.
이곳에서는 개인 집중 업무와 소규모 협업, 비공식적인 대화, 온라인 회의 등 업무의 목적에 따라 적절한 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계획했어요. 자율좌석제의 핵심은 단순히 개인 책상을 없애는 데 있는 것이 아니에요. 공간 선택의 자율성을 통해 구성원이 자신의 업무 방식을 능동적으로 설계하고, 부서 간 교류와 협업의 범위를 넓히도록 하는 데 있어요. 궁극적으로는 자리를 중심으로 한 조직에서 사람과 과업을 중심으로 한 조직으로 변화하기를 기대했어요.
“결국 ‘통과할 수 있는 건축’은 공공기관과 시민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공간적 장치라고 생각했어요.“
– 공공청사는 오랫동안 사용되는 만큼 조직과 업무방식의 변화도 계속해서 받아들여야 해요. 처음부터 완성된 하나의 업무환경을 만드는 것과 미래의 변화를 수용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했나요?
우리는 완결된 하나의 장면을 만드는 것보다 시간이 지나도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건축적 틀을 만드는 쪽을 선택했어요. 공공청사는 수십 년 동안 사용되지만 조직의 규모와 구조, 기술, 업무방식은 훨씬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에요. 현재의 요구에 지나치게 최적화된 공간은 오히려 미래의 변화를 제약할 수도 있고요.
그래서 구조와 설비, 업무 공간의 모듈을 가능한 한 유연하게 구성하고, 가변형 파티션과 개방형 평면을 통해 부서의 확대와 축소, 공간 용도의 전환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어요. 건축가가 모든 사용 방식을 미리 결정하기보다 변화가 일어날 수 있는 질서와 여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청사의 완성 역시 준공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사용과 변화 속에서 계속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어요.

[새로운 공공청사의 기준]
– 시민에게 열린 청사를 만드는 동시에 실제 행정업무를 위한 보안과 독립성도 확보해야 했을 것 같아요. ‘개방’과 ‘보안’이라는 상반된 조건의 경계는 어떻게 조율했나요?
개방과 보안은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대립적인 조건이 아니라 공간의 성격과 이용 시간에 따라 정교하게 조절해야 하는 관계라고 생각했어요. 모든 공간을 동일하게 개방하거나 하나의 경계로 통제하는 방식은 공공성과 업무 효율을 모두 떨어뜨릴 수 있어요.
저층부에는 시민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북카페와 라운지, 커뮤니티 공간을 배치하고, 업무영역으로 진입하는 지점에는 명확한 보안 경계를 설정했어요. 동선과 엘리베이터 이용체계도 시민과 방문자, 업무 구성원의 흐름이 필요에 따라 분리되거나 연결될 수 있도록 계획했고요. 중요한 것은 보안시설이 시민에게 위압적인 장벽으로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행정업무의 독립성과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었어요. 공간의 단계와 시각적 관계를 통해 열린 분위기는 유지하되 접근 권한은 분명하게 구분하고자 했어요.


– 환경 기술이 별도의 설비가 아니라 공간의 질과 건축적 경험으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환경 설비를 건축에 별도로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특성과 이용 방식에 맞춰 함께 설계하는 것이었어요. 특히 아트리움처럼 규모가 큰 공간은 전체 공기를 동일하게 냉난방하기보다 사람들이 주로 머무는 영역을 중심으로 환경을 조절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한국 전통 건축의 온돌 원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바닥복사 냉난방시스템을 적용해 에너지 사용을 줄이면서도 쾌적한 환경을 만들고자 했어요.

업무 공간에는 바닥공조와 분산형 공조시스템을 적용해 공간의 향과 사용 조건에 따라 조절할 수 있도록 했어요. 외부에는 루버를 설치해 직사광선을 차단하면서 필요한 자연광은 받아들이고, Saw-tooth 형태의 아트리움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과 측창을 계획해 에너지 생산과 자연채광, 자연환기가 함께 이루어지도록 했고요.
결국 바닥복사 냉난방과 공조, 루버, 태양광, 자연환기 같은 각각의 기술을 독립적인 설비로 보기보다 건축의 단면과 형태, 공간 경험을 만드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고자 했어요. 친환경 기술이 보이지 않는 설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의 쾌적함과 건축적 특징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서울특별시교육청 신청사의 완성 역시 준공 시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사용과 변화 속에서 계속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어요.”

– 서울특별시교육청 신청사는 2026 서울특별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어요. 이 프로젝트가 앞으로 서울의 공공청사에 어떤 하나의 가능성이나 기준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라시나요?
이번 수상은 건축의 형태적 완성도뿐 아니라 공공청사가 도시와 시민에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까지 함께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뜻 깊게 생각해요. 서울특별시교육청 신청사가 보여주는 가능성은 공공청사가 행정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용하는 건물을 넘어 도시의 보행과 시민의 일상, 조직 내부의 소통과 미래의 변화까지 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시민이 특별한 목적 없이도 방문하고 머물 수 있고, 건물을 통과하는 일상적인 경험 속에서 공공기관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청사인 것이죠.
앞으로의 공공청사가 시민과 도시를 연결하는 방식, 오랫동안 변화하며 사용할 수 있는 유연성 그리고 친환경 설계가 만들어내는 실제적인 공간의 질을 중요하게 다루기를 바라요. 서울특별시교육청 신청사가 ‘열린 공공청사’에 대한 하나의 완성된 답이라기보다, 서울의 공공건축이 더 개방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해요.
– Profile –

(주)더블유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 이원석 건축가
이원석 건축가는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런던 Foster and Partners와 뉴욕 Gruzen Samton Architects에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 귀국하여 (주)더블유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W Architects를 오픈하여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한 지속 가능한 건축을 추구하고 있다.
주요작품으로는 서울특별시교육청 신청사, 서울드래곤시티 랑데부, KEC Green Renovation, 강남역 서초 바람의 언덕 등이 있으며 2026년 서울특별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자문위원, 성균관대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주)더블유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 https://www.w-architects.com
다음 [비욘드 아키]에서는 또 다른 건축물과 또 다른 건축가의 시선으로 프로젝트 너머의 건축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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