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건축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줄일 것인가를 묻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MCA는 이러한 질문 앞에서 기후와 자연, 지역의 재료와 오래된 건축의 지혜를 다시 들여다본다. 과거의 방식에서 오늘날에도 유효한 해답을 찾고, 연구와 기술을 통해 그것을 새로운 공간으로 번역하며 환경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조율해간다. 이들에게 지속 가능성은 특정한 기술이나 성능을 덧붙이는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시작부터 건축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에 가깝다. 그렇다면 기후 위기의 시대에 건축은 무엇을 더해야 하고, 반대로 무엇을 기꺼이 포기해야 할까. MCA의 작업과 이야기를 따라가며 오늘날 건축이 만들어야 할 새로운 삶의 조건을 들여다본다.
Interviewee Mario Cucinella 건축가
Editor 김도아

MCA는 “삶을 위해 디자인하면, 아름다움을 디자인하게 된다(Design for life and you design for beauty)”라고 말해왔는데, 건축에서 ‘삶을 위한 디자인’과 ‘아름다움’은 어떤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Mario Cucinella 지속 가능성은 아름다움의 문제이자 ‘창의적 공감(Creative Empathy)’이라고 생각해요. 삶을 위한 디자인과 아름다움의 관계는 장식이 아니라 윤리와 공감에 관한 것이죠. 또한, 삶을 위해 디자인한다는 것은 바람과 태양, 지역의 재료, 그리고 그 공간을 살아갈 사람들의 필요에 귀 기울이는 일이에요. 토속 건축이 보여주듯 기후와 맥락에서 비롯된 형태는 자연스럽게 균형과 아름다움을 갖게 돼요. 결국 건축에서 아름다움이란 환경과 자원을 존중하고, 모든 형태의 삶을 배려하는 공간이 만들어내는 결과라고 생각해요.
MCA는 환경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 문화적 기여를 함께 강조하고 있는데, 이 세 가지를 조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Mario Cucinella 환경적 책임과 사회적 책임, 문화적 기여는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가치예요. 이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것은 사람과 맥락을 향한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환경적 책임은 기후와 자원을 존중하는 것이고, 사회적 책임은 건강하고 포용적인 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에요. 문화적 기여는 장소의 역사와 풍경, 정체성을 이해하고 건축이 그 지역의 언어로 이야기하도록 하는 것이고요.
이 모든 것은 결국 ‘듣는 것’에서 시작해요. 다만 이제는 인간을 중심에 두기보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저는 지속 가능성이라는 말보다 ‘창의적 공감(Creative Empathy)’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러한 관계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렇다면 이러한 가치와 태도를 실제 건축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연구는 어떤 역할을 하나요? MCA R&D의 연구가 프로젝트의 설계 과정에 어떻게 개입하는지도 궁금해요.
Mario Cucinella MCA에서 연구는 실무와 분리된 활동이 아니라 설계의 출발점이에요. 현대 건축은 직관만으로 만들어질 수 없고, 과학과 데이터, 실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로젝트 초기부터 미기후와 일조, 바람, 지역 재료를 분석해 자연과 함께 작동하는 방법을 찾고, 순환형 재료와 바이오 폴리머, 저탄소 기술 등을 연구해요. 또한 디지털 시뮬레이션과 프로토타입을 통해 자연환기나 패시브 냉방 같은 전략의 성능을 실제 적용 전에 검증하고요. 결국 연구는 우리의 윤리적 비전과 기술적 현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요. 혁신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로 측정하고 구현할 수 있는 설계 도구로 만드는 것이죠.
Pick List
MCA’s 책 pick
– 『Il paradigma perduto. Che cos’è la natura umana?』 / Edgar Morin
인간을 자연과 분리된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생물학적·문화적·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는 책이에요. 건축 역시 하나의 분야 안에서만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람과 자연, 과학과 문화, 기술과 사회가 서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우리가 건축을 통해 무엇을 만들고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해줘요.

앞서 연구가 설계의 출발점이라고 말씀하셨는데, Mario Cucinella가 설립한 SOS(School of Sustainability)에서는 이러한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나누고 있으며, 건축 실무와 교육은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나요?
Mario Cucinella SOS에서는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함께 배우고 교류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이를 통해 학생들이 앞으로 더욱 복잡해질 환경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지식과 방법을 익히도록 하고 있어요. SOS는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역할을 새롭게 고민하는 곳이자, 학계와 실무, 산업계를 연결하며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함께 만들어가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어요.
MCA는 과거의 건축에서 미래의 아이디어를 찾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전통을 오늘의 건축으로 재해석할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은 무엇인가요?
Mario Cucinella 자연과 기후, 건축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면 과거에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중요한 것은 과거를 향수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발견하는 것이에요. 2020년 출간한 『Il Futuro è un viaggio nel Passato』에서도 세계 여러 지역의 건축을 통해 자연과 기후에 대응해온 다양한 공간적 해결책을 살펴봤어요. 오늘날 MCA의 프로젝트에서 활용하는 패시브 디자인 역시 이러한 과거의 지혜를 현대적인 기술과 결합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1-3 Headquarters Gruppo Unipol ⓒ Duccio Malagamba
4-7 Valle d’Aosta University Campus ⓒ Duccio Malagamba
8-10 Scuola dei Desideri ⓒ Duccio Malagamba
이러한 생각이 실제 건축에서는 어떻게 구현되는지 궁금한데요. 지금까지의 작업 가운데 MCA의 태도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를 몇 가지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Mario Cucinella 몇 가지를 꼽는다면 밀라노의 Unipol Headquarters는 패시브 에너지 전략을 실제 건축으로 구현한 작업이에요. 2009년 아브루초 지진 이후 재건한 파첸트로(Pacentro)의 School of Desires는 건축이 사람을 향한 돌봄과 공감의 행위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요. 우르비노(Urbino)의 General Urban Plan(PUG)은 장소의 맥락을 깊이 이해하고 세심하게 접근하는 MCA의 태도를 보여주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2025 오사카 엑스포 이탈리아관은 엑스포 이후의 재사용까지 고려했는데, 일시적인 건축이 행사가 끝난 뒤에도 문화적·환경적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Mario Cucinella 이탈리아관은 처음부터 임시 건축물이지만 그 가치와 의미는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프리패브 집성목(glulam) 모듈을 사용해 완전히 해체할 수 있도록 했고, 엑스포 이후에는 구조 전체 또는 일부를 문화센터나 교육시설, 전시공간 등으로 다시 사용할 수 있어요. 구조와 재료, 기술, 가구까지 추적 가능성과 가역성, 유연성을 고려해 폐기물을 줄이고 장기적인 활용 가치를 높였어요.
또한 엑스포에서 만들어진 공연과 예술작품, 데이터, 협업의 결과를 아카이브해 Laboratorio Italia로 이어갈 계획이에요. 결국 일시적인 건축물이 행사가 끝난 뒤에도 새로운 가치와 관계, 지식을 계속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Italy Pavilion Expo 2025 Osaka ⓒ Duccio Malagamba
생산 기능과 브랜드의 정체성, 주변 산업지역과의 관계까지 다뤄야 했던 Ferrari e-building 프로젝트에서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Mario Cucinella 가장 중요했던 것은 Ferrari의 정체성과 환경적 책임을 하나의 건축 안에서 통합하는 것이었어요. 오늘날 산업시설은 생산만을 위한 폐쇄적인 공간이 아니라 주변 지역과 관계를 맺어야 해요. 그래서 자연광과 깨끗한 공기, 음향적 쾌적성 등을 통해 근로자의 웰빙을 높이고, 태양광과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어요. 동시에 마라넬로의 기존 산업지역과 주변 풍경의 스케일을 존중하면서, 과거와 보다 친환경적인 미래를 연결하고자 했어요. 첨단 산업건축 역시 사람과 땅, 풍경을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지금까지 말씀해주신 작업과 태도를 돌아보면, 기후위기의 시대에 건축가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오늘날 건축가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Mario Cucinella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을 더할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포기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고 생각해요. 현대 건축은 오랫동안 더 많은 재료와 에너지, 설비와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어요. 하지만 이제는 계속 더하기보다 무엇을 덜어낼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해요. 자연환기와 패시브 디자인을 통해 불필요한 기계 설비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오늘날 진정한 혁신은 과잉이 아니라 절제와 겸손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Pick List
MCA’s 공간 pick
– 수평선이 길게 이어지는 공간
저는 수평선이 끊기지 않고 시선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좋아해요. 도시에서는 건물과 간판, 차량처럼 수많은 요소가 시야를 끊임없이 나누고 자극하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멀리까지 시선이 열리고, 눈이 한곳에 붙잡히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머물 수 있는 장소에 끌리는 것 같아요.
그런 공간에서는 건축이나 주변의 요소들이 자신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 풍경의 일부로 한발 물러나 있어요. 빛이나 날씨, 시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천천히 바라볼 수 있고요. 무엇인가를 계속 보여주는 공간보다, 잠시 시선을 쉬게 하고 주변을 바라볼 여유를 주는 공간에서 더 편안함을 느껴요.
MCA에게 건축은 ‘돌봄의 행위(an act of care)’다.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을 넘어 바람과 빛, 기후와 재료, 장소의 기억과 자연까지 세심하게 살피는 태도에서 건축은 시작된다. 그래서 지속 가능성은 기술이나 수치만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더할지 보다 무엇을 덜어낼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삶을 둘러싼 관계를 오래 이어가게 하는 방식에 가깝다. 과거의 지혜와 오늘의 기술을 연결하고, 사람과 자연, 현재와 미래가 함께 머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 MCA에게 건축은 그렇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이해하고 보살피는 일이다.
자료제공 Mario Cucinella Architects(https://www.mcarchitects.it/en/home-en)
글 김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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