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교회는 흩어져 존재하던 서로 다른 시간의 조각들인 예배당·교육관·사택을 하나의 건축 안으로 다시 엮어낸 공간이다. 경계가 흐릿한 마을과 논밭,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진 풍경 속에서 중심을 세우기보다 그 자리에 흐르고 있던 일상의 리듬에 스며드는 방식을 택했다. 세 장의 콘크리트 판을 쌓은 구성은 단일 건물이면서도 여러 켜의 시간이 공존하는 풍경처럼 읽히며 이 지역의 지명을 건축적 언어로 이어냈다.
각 층은 서로 다른 기능을 담고 있지만 시선의 흐름과 건물의 비례, 노출 콘크리트가 빛과 만나 만들어내는 미묘한 감각이 전체를 하나의 톤으로 묶어낸다. 골패턴 콘크리트는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자를 드리우며 이 건축이 품은 신앙적 밀도를 단순한 반복의 리듬으로 은근히 드러낸다.
이번 인터뷰는 이러한 적층 구조가 어떤 공동체적 경험에서 출발했는지, 비례리의 풍경이 건물의 비례와 동선을 어떻게 규정했는지 그리고 서로 다른 프로그램이 어떻게 하나의 서사로 통합되는지를 천천히 따라간다. 건축이 공간을 만드는 행위를 넘어 시간을 쌓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진행: 김도아
인터뷰이: 임승모 건축가
출처: SML 건축사사무소
“SML 건축사사무소에게 비례교회란
풍경 위에 얹은 새로운 마당이다.”
[대지의 인상과 건축적 출발점]

대상지를 처음 마주하셨을 때 어떤 분위기나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나요?
대상지는 경계가 흐릿한 마을 속, 자연스럽게 열린 대지였어요. 그때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마을과 논밭, 그리고 주변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느슨한 풍경이었어요. 구획된 경계나 뚜렷한 중심이 없는 풍경 속에서, 교회가 들어설 자리는 단순히 건물이 들어서는 곳이 아니라 마을과 자연, 사람과 시간이 교차하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교회가 들어설 자리는 단순히 건물이 들어서는 곳이 아니라
마을과 자연, 사람과 시간이 교차하는 공간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첫 인상에서 느낀 ‘풍경의 리듬’은 이후 설계에 어떻게 반영되었나요?
대지는 완만한 경사와 평지, 논과 농가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 처음 마주했을 때부터 공간이 열리고 닫히는 방식, 시선이 이동하는 리듬이 느껴졌어요. 이러한 경험은 건물이 주변 환경과 주민의 삶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을지, 그리고 내부 공간에서 외부 풍경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고민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적층된 판이 만드는 구조적·조형적 사유]

적층된 세 개의 콘크리트 판이라는 개념은 어떤 배경에서 시작되었나요?
1954년에 창립된 비례교회는 오랫동안 붉은 벽돌 예배당과 교육관, 목사님 사택, 주차장이 도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형태로 자리해 왔어요. 필요에 따라 인접 부지를 확보하고, 그때그때 건물을 덧붙이며 공동체의 시간을 쌓아온 것이죠. 새 비례교회 설계를 요청받았을 때, 이러한 흩어져 있으나 한 공동체를 이루던 공간을 하나의 건물 안에 조화롭게 통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어요.
적층 구조를 통해 전달하고자 한 건축적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적층된 세 개의 콘크리트 판이라는 개념적 구조는 기존 프로그램이 각기 대지 위에 놓여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것처럼, 새로운 건물에서도 그 시간의 켜가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하나의 건물로 통합하되, 세 개의 수평적 판을 차곡차곡 쌓아 각각의 공간이 마치 이전처럼 땅과 친밀하게 연결된 분위기를 유지하도록 했어요. 단일 건물이지만 여러 건물이 공존하는 풍경처럼 읽히길 바랐어요.

주변 산세와 농경지 속에서 건물의 비례는 어떤 방식으로 설정하셨나요?
비례교회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분들이 켜켜이 쌓인 콘크리트 볼륨을 보고 비례를 특별히 의식한 건물이라고 기억하시곤 해요. 사실 이름은 이 지역의 지명 ‘비례리’에서 유래했고, 저희는 그 이름이 가진 자연스러운 맥락에 기대고 있을 뿐이에요. 건물은 3층 규모로 주변 농가보다 다소 크게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러나 대지를 감싸며 낮게 펼쳐진 산세 앞에서는 풍경 속 작은 요소처럼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요.
건물의 비례를 설계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한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전체적인 비례는 프로그램을 정리하는 초기 단계부터 고려했지만, 더 큰 관심은 각 층의 공간이 주변 자연과 마을 주민에게 어떻게 마주할지를 설계하는 데 있었어요. 세 개의 적층층은 단순히 기능을 쌓아 올린 구조가 아니라 각 층이 마주하는 풍경, 진입 동선, 개방성 등을 조율해 자연스럽게 외부와 이어지도록 한 결과예요. 공동체가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태도를 찾는 과정에서 비례가 결정되었어요.
[기능의 다양성과 하나의 건축적 톤]

골패턴 콘크리트를 사용해 빛의 그림자를 강조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완만한 경사지에 놓인 비례교회는 계절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에 민감하게 반응해요. 외부와 내부 모두 노출 콘크리트와 단순한 수평·수직 조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빛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재료의 감성을 결정해요. 적층된 콘크리트 판 사이에 적용한 골패턴은 이러한 빛의 변화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장치예요.
“수평적 볼륨, 동측 오프닝, 연속된 수직 볼륨, 노출 콘크리트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하나의 건축적 톤으로 통합되었어요.”
골패턴의 반복성과 상징성은 교회의 의미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나요?
골의 깊이가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재료의 질감을 풍부하게 하면서, 서로 다른 신앙적 공간을 하나의 건축적 언어로 묶어주는 역할을 해요. 반복되는 골패턴의 리듬은 성서를 층층이 쌓아 올린 듯한 이미지와도 닮아 있어, 교회가 지닌 상징성과 자연스럽게 호응하죠. 이를 통해 건물 전체에 은유적인 종교적 의미가 스며들도록 했어요.

교육관·예배당·사택을 하나의 건축적 톤으로 묶은 방식이 궁금합니다.
1층 교육관은 실내와 외부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열린 공간으로 계획했어요. 식당에서 복도, 청년회실을 지나 외부 마당까지 시선이 열리도록 유리 벽을 두었고 이는 인근 주민과의 교류를 고려한 설계이기도 해요. 2층 예배당에는 동측 베란다를 두어 부드러운 간접광을 들이고, 파노라마 경관을 실내에 끌어들여 공간과 풍경이 하나가 되도록 했어요. 3층 사택은 남향 대지를 향해 시야를 열어 자연을 받아들이는 일상의 여유를 확보했어요. 각 층의 프로그램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수평적 볼륨, 동측 오프닝, 연속된 수직 볼륨, 노출 콘크리트라는 공통 언어를 통해 하나의 건축적 톤으로 통합되었어요.
-Profile-

임승모 대표는 경희대학교와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창조건축과 매스스터디스에서 실무경험을 쌓은 후 2017년에 SML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형태는 가능성을 따른다’는 철학을 모토로 환경시설물, 조형물, 인테리어, 건축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SML 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 https://www.sml-a.com/
[비욘드 아키]는 건축물 너머에 있는 건축가들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다루는 웹전용 인터뷰 콘텐츠로, 매월 하나의 주제 아래, 3개의 준공 건축물과 설계자 인터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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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욘드 아키] Prologue_교회 건축이 건네는 성스러움
→ [비욘드 아키] Interview_무지개 십자가와 시간의 흐름을 품은 예배당
→ [비욘드 아키] Interview_원형의 방주가 만든 길, 공동체가 모이는 자리
다음 [비욘드 아키]에서는 또 다른 주제, 또 다른 건축가들의 시선으로 프로젝트 너머의 건축을 함께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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