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윤은 시각예술가가 스토리텔러 the storyteller1)로 변모하는 지점에 있다. 장면을 연결하여 플롯을 구성하고, 그가 택한 작업 방식 안에서 기억과 기록, 시간과 공간에 흩어진 이야기를 연결하고 전달한다. 그는 <블랙 베일> 연작에서 공동체적 경험의 매개자가 되어 각자의 기억을 이어주고, 그 기억 속의 삶에 영속성을 불어넣는다. ‘이야기꾼 the storyteller’이 단순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경험을 서사적으로 복원하여 자기가 들은 이야기를 재현할 가능성을 확보하는 사람2)이라는 점에서, 장보윤은 작업 전반에 서사적 다공성을 찾아간다. 픽션과 논픽션의 교차 안에서 역사적, 현재적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방식은 기록물과 취재한 사실에 픽션의 자리를 허락하는 것으로 그만의 정체성을 확보한다. 역사적 기록물과 허구적 이야기의 연결점으로서 사진은 1970년대와 2020년대의 한국-서독(독일), 서울-함부르크의 장면들이다. 전시장 내부로 진입하며 순차적으로 전개되는 장면의 연속은 전시 공간을 통한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한다. 장면들이 서로 인과관계를 형성하여 시간적, 공간적 연결성을 부여하고, 파독 간호사의 이주와 노동, 삶의 흐름이 서사적 체험 안에서 쌓여간다.
1.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 『이야기꾼 에세이 The Storyteller Essays』, 현대문학, 2025
2. 위의 책과 한병철, 『서사의 위기』, 다산북스, 2023
- 일시: 2025년 11월 29일 ~ 2026년 1월 10일
- 장소: 아트센터예술의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