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산 섬에는 이제 100명도 채 되지 않는 고령의 주민들만 남아 있다. 한때 섬의 물류를 담당했던 화물 부두 역시 더 이상 예전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바다와 마을 사이에 조용히 남아 있었다. The Seaside Pavilion은 오래된 부두 위에 세워진 작은 건축적 개입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건축물을 크게 덧붙이기보다, 파빌리온을 통해 이미 그곳에 남아 있는 장소의 기억을 존중하고, 섬의 풍경과 주민들의 일상 속으로 다시 스며드는 방식을 택했다.
바닷바람에 따라 천천히 흔들리는 36개의 흰색 날개는 차이산 섬의 자연과 생활 문화를 함께 품는다. 어망 로프와 가벼운 철골 구조는 섬의 어촌 풍경과 자연스럽게 맞닿고, 바람에 반응하는 날개들은 방문객이 바다와 하늘 사이에 선 자신의 위치를 감각하도록 이끈다. 이 작은 파빌리온은 사라져가던 부두의 풍경을 다시 공공의 장면으로 되살리며, 섬의 일상에 새로운 리듬과 좌표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GN Architects는 The Seaside Pavilion을 통해 지역 재생이 반드시 대규모 개발이나 신축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인터뷰에서는 작은 구조물 하나가 장소의 기억을 깨우고, 멈춰 있던 풍경에 다시 움직임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얘기하고자 한다.
Editor 김도아
▼ List ▼
→ [장소의 기억을 깨우는 작은 개입]
→ [바람에 반응하는 건축]
→ [섬의 일상과 지역 재생]
[장소의 기억을 깨우는 작은 개입]

– 처음 차이산 섬을 마주했을 때, 그곳에서 어떤 건축적 가능성을 발견하셨나요?
처음 차이산 섬에 도착했을 때, 저희는 상주 인구가 100명도 채 되지 않는 고령의 주민들만 남은 오래된 마을을 마주하게 되었어요. 회색빛 석조 풍경 안에서는 단순한 실용성을 넘어서는 원초적인 힘이 느껴졌죠. 그래서 아주 작고 정밀한 개입을 통해 섬의 기억을 다시 깨우고 싶었어요. 버려진 화물 부두가 사람과 자연, 과거와 미래를 다시 잇는 접점이 될 수 있도록, 장소의 기억과 방향성을 담은 하나의 좌표를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Feather of Chaishan은 건축의 형태를 설명하는 이름이면서,
동시에 섬이 지닌 연약함과 회복력을 은유하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어요.”

– 1960년대에 지어진 옛 화물 부두를 바꾸는 과정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새롭게 더하셨나요?
변화의 기준은 ‘장소의 기억’을 존중하는 데 있었어요.
1960년대의 콘크리트 기반부는 섬의 물질적 기억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저희는 그 묵직한 감각을 보존하고 싶었어요. 대신 구조 보강과 도로 확장을 통해 무장애 접근이 가능하도록 필요한 부분만 정비하고, 새롭게 더해진 부분에는 아연도금 강관과 흰색 어망 로프를 사용했어요.
이를 통해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사이에 구조적, 시각적 분리가 생기도록 했죠. 단단하고 중력감 있는 역사적 기반 위에, 섬의 기후에 적응하는 가볍고 현대적인 프레임이 떠 있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 The Seaside Pavilion은 방문객이 섬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인데요. 어떤 첫인상이나 장면을 만들고 싶으셨나요?
저희는 사람들이 섬에 도착했을 때 순간적으로 작은 심리적 울림을 느끼기를 바랐어요.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마주하면, 사람은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또 자신의 몸이 어느 정도의 크기로 이 풍경 안에 놓여 있는지를 쉽게 잊게 되거든요. 바닷바람에 따라 물결치듯 움직이는 36개의 흰색 날개는 그런 순간에 하나의 공간적 기준점이 되기도 하죠.
즉, The Seaside Pavilion은 정지된 구조물이 아니라 파도와 함께 호흡하듯 움직이는 공간이에요. 바람에 따라 부드럽게 흔들리는 날개들은 방문객의 감각을 다시 일깨우고, 바다와 하늘 사이에 선 자신이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를 천천히 인식할 수 있어요.

[바람에 반응하는 건축]
– The Seaside Pavilion은 ‘Feather of Chaishan(차이산의 깃털)’으로 소개되는데요. 36개의 날개 같은 구조물에는 장소와 자연환경에 대한 어떤 생각이 담겨 있나요?


전통적인 섬의 건축은 방어적이고 단단한 형태인 경우가 많아요. 반면 깃털은 주변 환경에 반응하며 유연하게 움직이는 존재라고 할 수 있죠.
The Seaside Pavilion의 36개 날개도 그런 태도에서 출발했어요. 어망 로프와 얽힌 구조는 차이산 섬의 어촌 문화와 연결되고,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움직임은 섬의 자연 리듬을 파빌리온 안으로 끌어들어요.
깃털은 연약해 보이지만, 빈 공간을 통해 바람을 통과시키며 힘을 흩어내요. 이 구조 역시 50%가 넘는 빈 공간을 통해 강한 바닷바람을 흘려보내고, 염분이 많은 환경에서도 물이 고이지 않도록 계획되었어요. 그래서 ‘Feather of Chaishan(차이산의 깃털)’은 건축의 형태를 설명하는 이름이면서, 동시에 섬이 지닌 연약함과 회복력을 은유하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역의 재료와 자연의 리듬을 바탕으로 한 가벼운 실천도 쇠퇴해가는 주변부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처음에는 조수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구조로 구상하셨고, 이후 바람에 반응하는 구조로 발전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처음 제안했던 조수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구조는 섬에 거주하는 고령 주민들의 느린 생활 리듬과 더 잘 맞았어요.
하지만 파빌리온의 최종 부지가 양쪽으로 암초에 둘러싸인 버려진 화물 부두로 정해지면서, 해수면에서 조력 에너지를 활용할 가능성이 제한되었어요.


동시에 짧은 시간 머무르는 방문객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바람에 반응하는 시스템이 더 즉각적인 신체적 피드백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바람과 조수는 모두 자연의 리듬이지만, 현재의 부지 조건과 이용자를 고려하면 바람의 움직임이 더 효과적인 표현 방식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 말씀하신 바람에 반응하는 건축 요소의 움직임을 통해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나요?

파빌리온이 바람에 흔들려 반응하는 리듬감과 보호받는 감각이 함께 느껴지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어요. 작업 과정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날개의 흔들림 주기를 약 8초에 한 번 정도로 조절했는데, 이는 사람이 평온한 상태에서 호흡하는 리듬과 거의 일치해요.
거대하고 다소 거친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이 규칙적인 움직임은 부드러운 감각적 지지대가 되어줘요. 그래서 높은 압박감이나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도 공간의 리듬 안에서 조금씩 이완될 수 있도록 했어요.
– 바다와 하늘, 바위가 강하게 존재하는 풍경 속에서 건축의 존재감을 어떻게 조율하셨나요?

규모나 시각적 영향력으로 풍경을 압도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The Seaside Pavilion은 가느다란 철골 구조와 반투명한 어망 로프 날개를 통해 최대한의 시각적 투과성을 확보해요. 풍경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빛과 그림자, 바람을 포착할 뿐이에요. 이곳에서 건축은 뒤로 물러나 자연을 담는 그릇이 되길 바라죠.
사람들이 머무는 동안 물리적인 경계를 의식하지 않고, 오직 주변 환경과의 공명만을 느끼게 하는 것이 파빌리온이 가장 잘 작동하고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작고 정밀한 개입을 통해 섬의 기억을 다시 깨우고 싶었어요.”
[섬의 일상과 지역 재생]
– The Seaside Pavilion은 관광객뿐 아니라 섬 주민들에게도 새로운 장소가 될 거 같아요. 지역 공동체에 이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갖기를 바라셨나요?
The Seaside Pavilion은 섬에서 점차 사라져가던 공동의 일상과 공공적 장면을 다시 회복시키는 역할을 해요.
고령의 주민들에게는 조용히 앉아 배를 기다릴 수 있는 일상적인 공간이 되고, 동시에 예전처럼 사람들이 부두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공동체의 풍경을 다시 만들어줘요. 또한 태풍이 오기 전 날개를 고정하는 일은 마을 주민들이 직접 맡도록 했어요.
이러한 참여 방식은 파빌리온이 외부에서 갑자기 놓인 낯선 오브제가 아니라, 섬 주민들의 일상과 섬을 지키는 방식 안에 자연스럽게 연결된 공생적 구조가 돼요.


“The Seaside Pavilion은 정지된 구조물이 아니라, 파도와 함께 호흡하듯 움직이는 공간이에요.”
– The Seaside Pavilion을 통해 지역에서 건축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The Seaside Pavilion에서 건축은 공간적 촉매이자, 장소를 다시 인식하게 하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동해요. 작고 에너지 소비가 낮은 파빌리온의 개입이 지역의 감성적 가치와 장소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면서 외부의 관심을 이끌어내요. 이를 통해 지역 재생에서 대규모 철거나 신축만이 건축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희는 지역의 재료와 자연의 리듬을 바탕으로 한 가벼운 실천도 쇠퇴해가는 주변부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Profile –

GN Architects / Shen Lijiang
Shen Lijiang은 2003년 상하이에 GN Architects를 설립한 중국 건축가로, ‘Generate Nexus’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도시, 사회, 환경의 관계를 조율하는 건축을 추구한다.
GN Architects는 산업단지, 헬스케어, 시니어 리빙, 도시재생, 문화관광 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특히 중국 내 헬스케어 및 시니어 리빙 디자인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텐센트 우한 R&D 센터, 텐센트 청두 본사, 칭다오 텐센트 이노베이션 타운 등 대규모 산업 및 도시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와 산업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방식을 제안해왔다. 또한 건축을 넘어 영화 등 예술 분야로도 활동을 확장했으며, 장편 영화 ‘THE FAMILY’로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다분야 창작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GN Architects 홈페이지 https://www.gnarchitects.cn
다음 [비욘드 아키]에서는 또 다른 건축물과 또 다른 건축가의 시선으로 프로젝트 너머의 건축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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