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Archi] 도시의 리듬을 다시 쓰는 구조: Unscripted Pavilion


뭄바이는 수많은 움직임과 충돌, 즉흥적인 관계들이 겹쳐지며 매일 새롭게 쓰이는 도시다. ADFF: STIR Jaquar Pavilion Park를 위해 기획된 Unscripted Pavilion은 이러한 도시적 에너지에서 출발한 인터랙티브 공공 설치물로, 파빌리온을 고정된 오브제가 아니라 움직임과 만남, 퍼포먼스와 참여가 일어나는 열린 구조로 바라본다.

모듈화된 그리드는 부분적으로 흐트러지고 회전하며, 방문자가 다양한 방향에서 진입하고 머물 수 있는 다공적인 공간을 만들어낸다. 빛과 비움, 투명한 구조, 겹쳐지는 동선은 관람자와 참여자, 이동과 머묾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흐린다. 또한 해체와 이전, 재사용을 고려한 구조를 통해 축제 이후에도 다른 장소와 상황 속에서 다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품는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Unscripted Pavilion이 뭄바이의 도시적 리듬을 어떻게 공간으로 옮기고, 일시적인 구조를 통해 어떤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말하고자 했는지 들어보고자 한다.

Editor 김도아


– Unscripted Pavilion은 ‘Mumbai’s Transcript(뭄바이의 도시적 삶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흔적의 기록)’이라는 주제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잖아요. 이 주제를 건축적으로 해석할 때, 가장 먼저 세운 설계 방향은 무엇이었나요?

하늘을 배경으로 한 격자 형태의 구조물들이 함께 있는 이미지.
ⓒ Manan Surti

설계 방향을 잡기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도시가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다시 쓰이는 하나의 살아 있는 기록이라는 점이었어요. 뭄바이는 하나의 명확한 이야기로 설명되는 도시라기보다, 수많은 상호작용과 주가드, 즉 즉흥적인 적응과 해결 방식이 겹겹이 쌓인 도시예요. 저희는 이러한 도시의 조건을 정적인 건축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듯한 구조로 번역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명확한 정면이나 중심, 위계를 가진 전통적인 파빌리온을 만들기보다, 여러 방향과 높이에서 진입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 시스템을 구상했어요. 그 결과 파빌리온을 하나의 오브제라기보다, 도시의 조건을 응축해 사람이 머물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공간에 가깝게 만들 수 있었어요.

– 뭄바이의 복잡한 도시적 리듬을 공간으로 옮기기 위해 어떤 장면이나 움직임에 주목하셨나요?

저희는 뭄바이를 정의하는 끊임없는 협상의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좁은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 공공 공간의 일시적인 점유, 비공식적인 만남의 장소, 계속 바뀌는 시각적 층위, 질서와 혼돈의 공존 같은 것들이죠. 이 도시는 늘 움직이고 있고, 그 안의 공간은 사람들의 활동에 의해 계속 새롭게 해석돼요.

파빌리온은 이러한 유동성을 변화하는 기하학, 겹쳐지는 동선, 프레임처럼 열리는 시선, 솔리드와 보이드 사이의 관계를 통해 담아내고자 했어요. 방문자는 파빌리온의 구조물 사이를 이동하며 압축과 해방, 드러남과 감춰짐의 순간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는 실제로 뭄바이라는 도시를 거닐 때 느끼는 경험과도 닮아 있어요.

공간적 구조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는 전시 공간의 내부 모습.
ⓒ Manan Surti

– Unscripted Pavilion에서 서로 다른 움직임과 사건의 중첩을 건축적으로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화이트 그리드 구조물 사이를 지나가는 사람의 모습. 'MUMBAI TRANSCRIPTS'라는 포스터가 보임.
ⓒ Manan Surti

파빌리온은 하나의 단일한 볼륨이 아니라, 여러 층위가 겹쳐진 공간적 프레임워크로 구상되었어요. 서로 다른 동선이 수직과 수평으로 교차하면서, 다양한 활동과 시점이 동시에 공존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드 구조의 투명성 덕분에 방문자는 파빌리온 안에서 움직이는 다른 사람들을 계속 인식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시각적인 중첩과 공유된 감각이 만들어져요.

저희는 별도의 공식적인 이벤트가 열리지 않는 순간에도 계속 활성화되는 건축을 만들고 싶었어요.

누군가 앉아 있거나, 오르거나, 바라보거나, 퍼포먼스를 하거나, 그저 지나가는 행위 모두가 공간 경험의 일부가 될 수 있어요. 이 순간 파빌리온은 하나의 무대를 만들고, 예측되지 않은 상호작용을 이끌어내는 촉매가 돼요.

– 질서를 상징하는 그리드가 흐트러지고, 회전하고, 이동하는 방식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이러한 변형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그리드는 기본적으로 구조와 규율, 예측 가능성을 상징해요. 하지만 뭄바이와 같은 도시는 엄격한 시스템 안에서만 작동하지 않아요. 사람들의 점유와 적응, 즉흥적인 사용 방식이 끊임없이 도시 환경을 바꾸어가죠. 저희는 그리드를 왜곡하고 회전시킴으로써, 계획된 질서와 실제 삶의 방식 사이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드러내고 싶었어요.

흐트러진 기하학은 공간 경험에 일종의 불안정성을 만들어내요. 예상치 못한 축이 생기고, 사선의 움직임이 발생하며, 규모를 인식하는 방식도 달라져요. 그런 의미에서 변형된 그리드는 도시 자체에 대한 은유이기도 해요.

기본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일상의 삶에 의해 계속 바뀌어가는 도시 말이에요.

투명한 그리드 형태의 현대적인 건물 외관, 푸른 하늘과 나무들 배경.
ⓒ Manan Surti

– 48도로 기울어진 구조의 각도와 형태는 어떻게 결정되었나요?

복잡한 형상의 흰색 구조물과 검은 배경이 맞물려 있는 이미지.
ⓒ Manan Surti

구조물들의 기울기는 경험에 대한 탐구에서 비롯되었어요. 저희는 직교 그리드가 가진 중립성을 깨고, 방문자가 균형과 방향 감각을 더 의식하게 되는 상태를 만들고자 했어요. 48도의 회전은 파빌리온 안에 긴장감과 역동성을 더하면서, 새로운 시각적 관계를 만들어냈어요.

단순한 조형적 제스처로 만든 것이 아니에요. 회전된 기하학은 방문자가 구조물 안을 이동할 때마다 공간을 계속 다르게 읽도록 만들어요. 이를 통해 파빌리온은 정적인 설치물이 아니라, 몰입적으로 경험되는 환경으로 변화해요.

– 파빌리온 안의 보이드와 개구부는 빛을 끌어들이고 관계를 만드는 장치처럼 보이는데요. 이 비워진 공간들이 어떤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셨나요?

보이드는 Unscripted Pavilion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였어요. 파빌리온이 시각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열린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또한 보이드는 퍼포머와 관객의 역할이 계속 바뀌는 관계를 만들어내요. 저희는 빛과 그림자, 움직임, 사람의 존재가 구조물을 끊임없이 활성화하기를 바랐어요. 개구부는 시선을 프레임화하고, 서로 다른 높이 사이에 시각적 연결을 만들며, 밀도 높은 공간 안에 잠시 멈출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내요.

이 비워진 공간들은 단순한 빈 공간이 아니라, 건축물을 구성하는 능동적인 요소예요. 파빌리온이 숨 쉴 수 있게 하고, 만남과 관찰이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줘요. 어떤 면에서 보이드는 사회적 교류와 참여가 가장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드 구조물로 만들어진 투명한 격자 형태의 건축물과 배경의 도시 풍경.
ⓒ Manan Surti

– 일시적인 파빌리온이 지속가능한 구조가 되기 위해 어떤 점을 고려하셨나요?

건물 외부에서 작업 중인 인부들, 크레인이 구조물을 들어올리고 있으며, 여러 사람이 기계와 자재를 다루고 있는 모습.
ⓒ Manan Surti
건축 현장에서 작업자가 그리드 패널을 들어 올리고 있는 모습.
ⓒ Manan Surti

처음부터 저희 팀은 Unscripted Pavilion이 축제 이후에도 계속 쓰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작 과정에서 자재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해체하고, 운반하고, 다시 조립할 수 있는 모듈 시스템으로 발전했어요. 향후 재사용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볍고 반복적인 구조 부재를 의식적으로 사용했어요.

저희에게 지속가능성은 단순히 어떤 재료를 선택하는 문제만은 아니에요. 오래 쓰일 수 있는지, 그리고 다른 상황에 맞게 적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요. 일시적인 건축은 단 한 번의 순간을 위해 설계되기 때문에 많은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는 Unscripted Pavilion이 계속 다른 방식으로 해석되고, 새로운 장소와 공동체 안에서 다시 점유될 수 있는 구조가 되기를 바랐어요.

– Unscripted Pavilion을 통해 도시 안에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건축의 역할을 어떻게 바라보셨나요?

저희는 Unscripted Pavilion이 단순히 공간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계가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밀도 높은 도시 환경에서 공공적 상호작용은 정해진 프로그램을 가진 공간보다 우연한 만남과 공유된 점유를 통해 생겨나는 경우가 많아요. Unscripted Pavilion은 이러한 상호작용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자 했어요.

관람자와 퍼포머, 이동과 머묾 사이의 경계를 흐리면서, 파빌리온은 사람들이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도록 유도해요. Unscripted Pavilion은 특정한 행동을 지시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참여하는 순간들을 만들어내요. 그런 의미에서 건축물은 통제의 장치라기보다, 도시 안에서 대화와 공유된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라고 생각해요.

빛이 나는 격자 구조의 건물과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야경
ⓒ Manan Surti

– Profile –

흑색 셔츠를 입고 있는 남성이 창가 옆에 앉아 생각에 잠긴 모습.
Abin Design Studio / Mr. Abin Chaudhuri

Abin Chaudhuri는 인도 콜카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자 아빈 디자인 스튜디오(Abin Design Studio, ADS)의 설립자이다. 2005년 ADS를 설립한 이후 문화시설, 교육시설, 공공건축, 주거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사회·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건축을 전개해왔다.

ADS는 아가 칸 건축상, RIBA 아시아 퍼시픽 어워즈, 디진 어워즈 등 국제 건축상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아왔고, 뉴욕 현대미술관(MoMA), 서울디자인비엔날레, CEPT 대학교 등에서 작업을 선보였다. 초두리는 실무와 더불어 콜카타 건축재단과 콜카타 디자인 컬렉티브를 설립하며 건축 담론과 교육 활동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Abin Design Studio 홈페이지 https://www.abindesignstudio.com


다음 [비욘드 아키]에서는 또 다른 건축물과 또 다른 건축가의 시선으로 프로젝트 너머의 건축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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