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Archi] 빛을 담는 그릇: Solar Locus


빛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자주 잊고 산다. 하루의 방향을 만들고, 계절의 감각을 바꾸며, 공간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가장 근원적인 요소임에도 빛은 대개 배경처럼 지나간다.

Solar Locus는 그 보이지 않는 존재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건축이다. 대만의 태양광 에너지 기업 사옥으로 계획된 이 프로젝트에서 air matters는 빛을 기업의 상징으로 설명하기보다, 사람이 공간 안에서 직접 감각하는 경험으로 번역했다. 단단한 콘크리트 외피와 투명한 유리 볼륨, 그 사이를 흐르는 공기와 그림자는 건물을 하나의 ‘빛을 담는 그릇’으로 만든다.

곡선형 개구부는 태양의 궤적을 떠올리게 하고, 흩어진 원형 개구부는 강한 햇빛을 잘게 나누어 내부로 들인다.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빛의 흔적은 벽과 바닥 위에 조용히 기록되고, 사용자는 그 변화를 통해 자연의 리듬을 다시 감각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Solar Locus가 어떻게 업무 공간을 넘어, 일상 속에서 빛과 자연의 존재를 회복하는 장소가 되었는지 들어본다.

Editor 김도아


ⓒ Yuchen Chao Photography

– Solar Locus를 처음 구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무엇이었나요?

Solar Locus를 처음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빛’이었어요. 태양광 에너지 기업의 사옥인 만큼, 이 회사의 정체성은 본질적으로 태양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죠. 그래서 저희는 자연의 본질로 돌아가고, 건축이 인간과 자연을 다시 연결하는 매개가 되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처음부터 Solar Locus를 단순한 업무 공간으로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저희는 Solar Locus가 ‘빛을 담는 그릇’이 되기를 바랐어요. 빛과 그림자의 섬세한 흔적을 담아내는 공간을 통해, 기업의 정체성을 사용자의 경험 안에서 깊이 있게 드러내고자 했어요.

– 태양광 에너지 기업의 정체성을 건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어떤 방식을 선택하셨나요?

기업의 정체성을 직접적인 상징이나 장식으로 표현하기보다, 사용자가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 안에 담고자 했어요. 태양광 에너지 기업이라는 정체성은 결국 태양, 빛, 자연의 순환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빛을 단순히 건물 안으로 유입되는 요소가 아니라, 공간의 구조와 분위기를 형성하는 중심 요소로 다뤘어요. 사용자가 건물 안에서 빛의 변화와 그림자의 흐름을 느끼는 순간, 자연스럽게 이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와 마주하게 되기를 바랐어요.

ⓒ Yuchen Chao Photography

– Solar Locus에서 빛은 어떤 건축적 경험으로 작동하기를 바라셨나요?

저희는 빛이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기능적 요소에 머무르지 않고, 몸으로 느껴지는 지각적 경험이 되기를 바랐어요. 보이지 않고 측정하기 어려운 빛의 존재를 공간 안에서 물리적으로 감각 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어요.

이를 위해 외피 안쪽 면을 수직으로 펼쳐진 하나의 캔버스처럼 다뤘어요. 햇빛은 콘크리트 외피를 통과하며 잘게 나뉘고, 부드러운 빛의 조각이 되어 내부로 스며들어요. 하루 동안 빛이 표면을 따라 움직이면서, Solar Locus는 조용히 시간의 흐름을 기록해요.

– 단단한 정육면체 형태의 콘크리트 외피에 곡선형 개구부를 배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입면에 배치된 곡선형 개구부는 해가 뜨고 지는 태양의 궤적을 떠올리도록 계획했어요. 아치 형태를 통해 콘크리트 큐브가 가진 무겁고 단단한 인상을 부드럽게 완화하고, 시간의 흐름을 건물의 기하학 안에 담고자 했어요.

이 곡선은 도시와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요. 지상층의 아치는 전면 광장과 측면 정원으로 이어지는 열린 통로를 만들고, 회사와 지역사회 사이의 교류를 유도해요. 또한, 상부의 루프가든 역시 주변 도시와 시각적으로 연결되도록 열려 있어요.

ⓒ Yuchen Chao Photography

– 원형 개구부는 단순한 디테일 이상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여요. 이 요소는 빛과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나요?

원형 개구부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여러 층위에서 작동하는 의도적인 건축 요소예요. 흩어진 개구부들은 강한 햇빛을 걸러내고 잘게 나누어, 전이 공간 안으로 부드럽게 확산시켜요. 이렇게 만들어진 빛의 조각들은 내부 분위기를 계속 변화시키며 공간에 생동감을 더해요.

또한 원형 개구부들은 노출 콘크리트의 구조 볼트 그리드와 맞물리도록 배치되었어요. 이 리듬은 거대하고 단일한 외피에 사람이 감각할 수 있는 비례감을 부여해요. 다양한 크기와 위치의 개구부는 내부와 외부 사이에 다공적인 시각적 경계를 만들고, 바깥 풍경을 특정한 장면으로 프레임화해요.

– 콘크리트 외피와 내부 유리 볼륨 사이에 강한 대비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 Yuchen Chao Photography

저희는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의 긴장으로 정의되는 공간 경험을 만들고자 했어요. 바깥에서 보면 Solar Locus는 역동적인 도시 맥락 속에 놓인 거대하고 기념비적인 큐브처럼 서 있어요. 단단하고 폐쇄적인 콘크리트 외피는 무게감과 보호받는 듯한 감각을 줘요.

하지만 이 무거운 외벽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면, 정제되고 투명한 유리 볼륨이 마치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줘요. 저희는 이처럼 대비되는 두 인상이 하나의 건물 안에서 공존하기를 바랐어요. 견고한 외부와 섬세한 내부 사이의 전환을 통해, 사용자가 보호감과 개방감을 동시에 경험하기를 원했어요.

– 콘크리트 외피와 내부 유리 볼륨 사이의 중간 공간은 Solar Locus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투과성 있는 중간 공간은 프로젝트의 분위기를 만드는 핵심 요소예요. 수직 아트리움은 시선을 위로 이끌고, 열린 하늘을 프레임 안에 담아 자연과 직접 연결되는 감각을 만들어내요. 이 전이 공간 안에서는 공기와 빛이 자유롭게 순환하고, 무거운 콘크리트 외피와 투명한 유리 볼륨 사이에 고요한 경계가 형성돼요.

기능적으로도 이 공간은 대만 남부의 높은 기온에 대응하기 위한 장치예요. 상승하는 더운 공기를 자연스럽게 배출하는 굴뚝 효과를 활용해 자연 환기를 유도해요. 저희는 기후에 반응하는 건축적 구성을 통해 냉방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사색적인 공간 경험을 만들고자 했어요.

– Solar Locus가 매일 이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느껴지기를 바라셨나요?

Solar Locus가 일반적인 업무 기능을 충족하는 데 그치지 않기를 바랐어요. 매일 이곳을 오가는 사람들이 빛의 변화와 공간의 고요함을 통해 자연의 질서와 시간의 흐름을 감각하기를 원했어요.

질량과 비움 사이의 균형을 통해, Solar Locus가 사색적인 고요함을 만들고 사용자가 자신과 주변 자연을 다시 연결할 수 있도록 돕기를 바랐어요. 궁극적으로는 섬세하면서도 깊고, 친밀하면서도 경외감을 주는 감정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어요.

ⓒ Yuchen Chao Photography

– 더 나아가 도시와 지역사회에는 어떤 태도로 다가가기를 바라시나요?

저희는 Solar Locus가 폐쇄적인 기업 사옥으로 읽히기보다, 도시 안에서 열린 존재가 되기를 바랐어요. 지상층의 아치는 전면 광장과 정원으로 사람들을 이끌고, 건물이 주변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요.

공간 중에서 상부의 루프 가든 역시 건물을 도시와 시각적으로 연결하는 장치예요. 즉, 안으로는 고요하고 사색적인 분위기를 가지면서도, 바깥으로는 지역사회와 관계 맺는 열린 도시적 장소가 되기를 원했어요.

ⓒ Yuchen Chao Photography

– 프로젝트의 컨셉인 ‘일상의 기념비성’이라는 표현은 Solar Locus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저희가 말하는 ‘일상의 기념비성’은 거대한 상징성보다, 매일의 경험 속에서 조용히 느껴지는 깊이를 의미해요. Solar Locus는 빛과 재료, 비움과 질량의 관계를 통해 사용자가 일상 속에서 자연의 존재를 다시 감각하게 하는 건축물이 되기를 바랐어요.

저희는 건축물을 가장 순수한 구조적·물질적 본질에 가깝게 정제하고자 했어요. 이를 통해 물질성을 넘어 하나의 정신적 존재감을 갖는 공간, 즉 빛이라는 측정하기 어려운 존재를 깊은 감각적 경험으로 바꾸는 장소를 만들고자 했어요.


– Profile –

air matters / Cyrus Wong

air matters는 건축의 새로운 경계를 탐구하는 건축 디자인 사무소이다. 자연과 인간의 활동 사이에서 건축이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살피며, 건축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감각을 이끌어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우리가 놓인 맥락 안에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는 해방적이고 시적인 디자인을 지향한다.

air matters를 이끄는 Cyrus Wong은 등록 건축가(SBA)이다. 그는 델프트 공과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홍콩대학교에서 건축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파리와 도쿄의 Kengo Kuma and Associates, 취리히의 Christian Kerez 사무소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air matters 홈페이지 https://www.airmatters.co/


다음 [비욘드 아키]에서는 또 다른 건축물과 또 다른 건축가의 시선으로 프로젝트 너머의 건축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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