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Archi] 균사체로 지은 작은 파빌리온: Mycelial Hut


건축은 오래 남기 위해 지어진다. 하지만 오래 남는다는 것이 언제나 좋은 건축의 조건일까. 시간이 지나면 건물은 낡고, 철거되고, 다시 새로운 재료와 구조로 대체된다. Mycelial Hut은 이 익숙한 순환 앞에서 조금 다른 가능성을 묻는다. 건축이 끝내 폐기물이 되는 대신, 다시 자연의 일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캠퍼스 안에 놓인 Mycelial Hut은 균사체라는 유기적 재료와 로봇 3D 프린팅 기술을 결합한 작은 파빌리온이다. 로봇은 균사체가 자라날 수 있는 정밀한 거푸집을 만들고, 균사체는 그 안에서 스스로 생장하며 건축의 외피를 이룬다. 이 작업은 단순히 새로운 친환경 재료를 시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견고함과 영속성에 기대어온 건축의 기준을 잠시 멈춰 세우고, 건축이 만들어지는 방식과 사라지는 방식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ditor 김도아


Mycelial Hut 프로젝트 개념 및 제작 과정 ⓒ 이용주 건축스튜디오
한 사람이 나무로 만든 독특한 형태의 작은 집 근처를 걷고 있는 모습.
이용주 건축스튜디오

– 건축 재료로 균사재는 아직 낯선 존재인데요. 건축에 본격적으로 적용해보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일반적으로 건축은 영속성을 가진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건물이 20년, 30년만 지나도 낡은 건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아요. 효율과 경제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아온 기존 건축 시스템은 콘크리트와 철처럼 재활용이나 생분해가 어려운 무기질 재료에 크게 의존해왔고, 저는 그 한계를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언젠가 자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유기체 기반의 건축 재료에 주목하게 되었어요. 균사체는 생태계 안에서 필터 역할을 하는 동시에, 유기물 기반 복합재료로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어 온 재료예요. 그래서 균사체를 통해 친환경 건축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 Mycelial Hut을 구상하실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무엇이었나요?

다양한 형태와 패턴이 있는 여러 개의 흰색 종이 조각이 바닥에 널려 있는 모습.
이용주 건축스튜디오

가장 먼저 출발점이 된 것은 단연 건축 재료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의식이었어요.

실험적인 건축을 할 때는 설계 프로세스 자체를 새롭게 디자인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요. 그래서 여러 과정이 동시에 병렬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한 과정이 진행된 뒤 다시 이전 단계로 돌아가 수정하는 순환적인 프로세스를 거치기도 해요.

무기질 재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균사체를 연구하게 되었고, 이전 실험들을 통해 이 생물학적 재료의 특성과 생장 방식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었어요. 이후 그 특성에 맞는 형태와 로보틱스 기술을 함께 구상하게 되었어요. 결국 문제의식이 시작점이었지만, 재료 연구와 디자인 과정이 맞물리면서 그 문제의식도 점점 더 구체화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 균사체의 자연적인 성장 방식과 로봇 3D 프린팅이라는 인공적인 제작 기술이 함께 놓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로봇 팔이 투명한 재료 위에서 작업하고 있는 모습. 재료는 특정 패턴으로 조각되어 있으며, 배경은 실내 환경으로 보인다.
이용주 건축스튜디오
로봇 팔이 조각된 투명한 블록 위에서 작업 중인 모습
이용주 건축스튜디오

처음에는 균사체라는 예측하기 어려운 생물학적 재료를 정밀한 산업용 로봇 팔을 이용해 완벽히 제어하고 디자인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여러 실험 과정을 거치면서, 디지털 패브리케이션 기술로 제어되는 부분과 자연의 생장처럼 제어되지 않는 부분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어요.

이후 설계 과정을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로봇 3D 프린팅 기술로는 균사체가 자라날 맞춤형 거푸집을 정밀하게 제작하고, 그 안에서 균사체가 자연스럽게 생장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꾸게 되었어요. 자연의 변수와 기술의 제어를 대립시키기보다는 서로를 보완하는 바이오 통합 제작 방식의 융합을 보여주고자 했죠.

– 목재 프레임과 균사체 패널이 결합된 방식은 두 재료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셨나요?

목재 프레임은 명확하게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의 역할을 해요. 반면 3D 프린팅된 거푸집 안에서 자라난 균사체 패널은 건물의 외피 시스템을 형성해요.

이는 단순한 구조적 선택을 넘어 구축적이고 예측 가능한 선형의 목재가 뼈대가 되고, 그 위에 유기적이고 생장 가능한 균사체가 덮이는 대비를 통해 두 재료의 물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려는 의도였어요.

하늘을 바라보는 목재 구조물의 내부 샷. 원형의 천장과 나무 기둥들이 보임.
이용주 건축스튜디오
거칠고 주름진 표면의 질감을 잘 보여주는 확대 사진
이용주 건축스튜디오

또한 서로 겹치고 맞물리는 패널링 시스템은 이 결과물이 단순한 실험체에 머무르지 않고 하나의 건축으로 읽히길 원했어요. 이를 통해 생소한 바이오 재료가 기존의 건축적 문법 안에서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어요.

– 캠퍼스 안에 놓인 파빌리온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어요. 전시물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 안에 놓였을 때, 사용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Mycelial Hut을 경험하길 바라셨나요?

사람이 사다리를 타고 독특한 모양의 조형물 위로 올라가는 모습
이용주 건축스튜디오

Mycelial Hut이 미술관 안의 전시물이나 실험실의 테스트 샘플로 머무르지 않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캠퍼스라는 일상의 공간에 놓였다는 점은 저희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에요.

제작 과정에는 상당히 복잡한 로보틱스 연구와 생물학적 데이터가 집약되어 있지만, 학생들이나 일반인들이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했을 때는 먼저 잘 디자인된 일상의 공간으로 느끼길 바랐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공간을 경험한 뒤 그 안에 담긴 재료와 제작 방식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천천히 체감할 수 있기를 기대했어요.

– Mycelial Hut을 통해 기존 건축의 어떤 전제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으셨을까요?

기존의 건축은 콘크리트나 철강처럼 변하지 않는 견고한 재료로 영구적인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해왔어요.

특히 완성된 결과물의 공간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의 건축 문화 안에서, 저는 건축물 역시 완성된 이후에도 생장하고 변화하며, 궁극적으로는 분해되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순환 과정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건축 재료가 단순히 형태를 구성하는 수단에 머무르지 않고, 그 자체로 과정을 이끄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Mycelial Hut을 통해 건축이 생태계의 일부로 순환할 수 있다는 새로운 전제를 제안하고자 했어요.

흰색 패브릭 위에 분산된 갈색 먼지 같은 물질의 특근
이용주 건축스튜디오

– Mycelial Hut 이후, 이 실험을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해보고 싶으신가요?

어두운 배경 속에 조명이 비치는 원뿔형 구조물, 주변은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음.
이용주 건축스튜디오

이 디자인은 구조와 외피가 결합되어 있다는 점에서 꽤 전통적인 건축 방식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균사체의 생장을 미리 예측하고, 그에 맞는 구조를 설계해 균사체가 구조와 일체화되는 방향을 실험해보고 싶어요. 단순히 외피 재료로 균사체를 적용하는 것을 넘어, 균사체가 구조와 결합해 보다 기능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구해보고자 해요.


– Profile –

배경이 단색인 곳에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남성의 흑백 초상화
이용주 건축스튜디오 / 이용주

이용주 건축스튜디오는 공간에 관련된 모든 부분에서 실험성을 추구한다. 일상 생활에 자극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 작업들을 여러 스케일과 다방면의 매체를 통해 실험해 오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과 뉴욕현대미술관(MoMA), 베니스 비엔날레 등의 전시 참여와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iF 디자인 어워드, 디자인 뱅가드(아키텍쳐럴 레코드), 넥스트 프랙티스(아키데일리)를 포함한 다수의 국내외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이용주는 연세대학교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으며,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학부 교수이다.

이용주 건축스튜디오 홈페이지 https://www.yongjulee.com


다음 [비욘드 아키]에서는 또 다른 건축물과 또 다른 건축가의 시선으로 프로젝트 너머의 건축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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