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으로 향하는 길목,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 자리한 지산 돌집은 작고 불리한 대지 조건에서 시작됐다. 삼각형의 협소한 땅과 여러 제약 속에서 공간은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쌓이고, 스킵플로어와 계단을 통해 서로 다른 높이와 성격을 가진 장소들이 느슨하게 이어진다. 단단한 파주석 외벽 안에는 부부의 일상뿐 아니라 일과 취미, 사람들과의 교류까지 담아낼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이 자리한다. 이러한 공간적 해법과 주거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산 돌집은 2023 한국건축문화대상 주택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지산 돌집은 제한된 면적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도시와 자연, 사적인 생활과 외부의 교류 사이에 여러 겹의 관계를 만들며 획일적인 주거 방식과는 다른 삶의 가능성을 제안한다. 작은 도시의 틈에서 저마다의 생활 방식을 담아내는 집은 어떤 모습일 수 있을까. 지산 돌집을 설계한 (주)건축사사무소 플랜과 함께 대지의 조건에서 시작된 공간의 구성과 협소주택이 도시 안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Editor 김도아
▼ List ▼
→ [작은 대지에서 시작된 집]
→ [삶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공간]
→ [도시 속에서 다른 주거를 상상하다]
[작은 대지에서 시작된 집]

– 지산 돌집이 자리한 무등산국립공원과 도심의 경계에서 처음 대지를 마주했을 때 가장 주목한 장소의 조건이나 가능성은 무엇이었나요?
무등산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도심과는 사뭇 다른, 자연에 몰입할 수 있는 가로 경관을 떠올려 보게 되었어요. 물론 하나의 건축물로 훨씬 큰 스케일의 가로 경관을 이야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적어도 지산 돌집이 새로운 분위기를 시작하는 촉매가 되어 주변 건축물에도 점진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는 무등산 초입의 미관지구라는 맥락에 어울리는 특색 있는 가로 경관이 형성되기를 기대했어요.
* 미관지구: 도시의 미관과 가로환경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증진하기 위해 지정하던 용도지구
“지산 돌집이 새로운 분위기를 시작하는 촉매가 되어 주변 건축물에도 점진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대지는 도로 정비와 후퇴 조건으로 인해 삼각형의 형태를 갖게 되었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면적도 제한적이었어요. 이러한 조건을 설계의 제약이 아닌 출발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방향을 설정하셨나요?
생각보다 협소한 대지 면적과 삼각형의 형태, 미관지구의 후퇴선과 소요 폭에 미달하는 도로의 확보 조건까지 더해지면서 실제 가용 면적이 더욱 줄어들었고, 설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압박을 느꼈어요. 공간을 수평적으로 전개하기에는 애초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각각의 공간을 수직적인 관계로 구성하고, 스킵플로어를 통해 자연스러운 연결 구조를 만들었어요. 또한 적재적소에 개구부를 배치해 개방감을 확보하고, 가능한 한 다양한 단면의 볼륨을 구성해 공간마다 서로 다른 공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어요.

[삶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공간]
– 건축주 부부는 외식 사업체를 운영하며, 일상과 일, 취미가 함께 담길 수 있는 집을 원했다고 알고 있어요. 이들의 생활 방식을 공간으로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생활 공간의 내밀함과 안락함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중성적인 공간을 추가로 배치해 취미와 일을 함께 이어갈 수 있도록 했어요. 이러한 중성적인 공간은 도시와 생활 공간의 접점, 혹은 자연과 생활 공간의 접점에 배치해 서로 다른 영역을 이어주는 전이 공간으로도 기능하도록 했어요.

“지산 돌집이 새로운 분위기를 시작하는 촉매가 되어 주변 건축물에도 점진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1층의 다이닝 키친은 지인들과 음식을 매개로 교류하는 공간인데, 집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를 바랐나요?
건축주가 운영하는 업장에 새로운 메뉴를 도입하기 전에 지인들을 초대해 피드백을 받거나, 다양한 주제를 매개로 모임을 가질 수 있는 장소로 계획했어요. 설계 당시에는 한창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교류가 위축되어 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거주 공간 안에서 이러한 갈증을 해소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도 있었어요. 그 결과 만들어진 공간이 바로 이곳이에요. 생활 영역과 명확하게 구분된 구조 덕분에 사적인 생활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어요.
– 협소한 면적 안에서 스킵플로어와 높이 차를 활용해 공간을 구성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수직적으로 쌓아 올린 단위 공간들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층마다 공간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층의 경계를 완화하고자 했어요. 또한 협소한 공간이 자칫 단조롭거나 한눈에 쉽게 읽힐 수 있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단면의 볼륨과 스킵플로어 구조를 적용했어요.


– 계단은 이 집에서 단순한 이동 장치를 넘어 수납과 가구, 경계, 열린 벽의 역할까지 수행하는 거 같아요. 각 층의 성격에 따라 계단의 형태와 기능을 다르게 계획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협소 주택에서는 공간의 절대적인 크기가 작기 때문에 최소한의 계단조차도 그 존재감이 크게 느껴질 수 있어요. 계단이 단순한 이동 수단으로만 사용되면 오히려 전체 공간의 활용이나 조화를 방해하는 거추장스러운 요소로 인식될 여지도 있어요. 지산 돌집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역으로 활용해 계단의 형태와 기능, 위치를 다양하게 설정했어요. 이를 통해 계단이 단순한 이동 장치를 넘어 공간 안에서 여러 상황을 효율적으로 조율하는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도록 의도했어요.
[도시 속에서 다른 주거를 상상하다]
– 파주석 외벽과 크기와 위치가 다른 개구부를 통해 도시와 집의 관계를 어떻게 조율하고자 했나요?

도시의 질서 정연함과 획일화된 정서는 저희가 생각하는 주거 공간의 자연스러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불균질하고 비규격적인 요소가 쌓이면서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움을 의도했고, 주변 건축물과는 다르게 인식되는 경험을 만들고자 했어요. 묵묵한 매스와 거친 질감, 뚜렷한 대비에서 전해지는 감각의 총합은 도시의 질서에 대응하면서도 거주 공간으로서의 고유한 정체성을 놓치지 않으려는 지산 돌집의 건축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어요.
“도심의 협소주택은 관성적인 삶의 방식에 새로운 자극을 던지는 하나의 건축 유형이자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지산 돌집은 작고 불리한 대지 조건 속에서도 가족의 생활과 관계를 입체적으로 담아낸 집으로 보여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협소한 도시 주택이 가질 수 있는 어떤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으셨나요?
전국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제가 활동하는 광주광역시의 경우 전체 주거 유형에서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율이 80% 이상이라고 해요. 수많은 시민들이 평수와 입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비교적 획일화된 공간에서 일생을 보내고 있는 셈이에요. 이러한 관성적인 삶의 방식에 도심의 협소 주택은 새로운 자극을 던지는 하나의 건축 유형이자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도시의 자투리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도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저마다 다른 삶의 방식을 건축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협소 주택의 시도가 많아질수록 보다 건강한 도시 환경이 형성되고, 다양한 건축 문화 역시 우리 사회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Profile –

(주)건축사사무소 플랜 / 임태형 건축가
임태형 건축가는 공간이나 건축을 규정해나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경계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해석을 원동력 삼아 ‘발견의 건축’을 추구한다.
‘개별적 이상의 구현’과 ‘보편적 감각의 내재화’ 사이 그 어딘가에 놓여있는 균형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작업에 임하고 있다.
(주)건축사사무소 플랜 홈페이지 www.planarchitects.co.kr/
다음 [비욘드 아키]에서는 또 다른 건축물과 또 다른 건축가의 시선으로 프로젝트 너머의 건축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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