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MOSA architects에게 건축은 단순함이자 명료함이며 진정성 있는 것이다. 불필요한 제스처와 재료의 과잉을 피하면서 하나의 명확한 아이디어를 끝까지 관철하는 것. 그들에게 중요한 건 건물이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물, 빛, 사람의 일상을 담는 일이다. 프라하에서 출발해 체코 각지의 프로젝트를 만들어온 세 건축가는 장소가 품고 있는 분위기와 성격을 찾아내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Interviewee Petr Moráček 건축가
Editor 박지성

MIMOSA architects를 잘 모르는 한국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Petr Moráček MIMOSA architects는 건축가 Petr Moráček와 Jana Zoubková, Pavel Matyska가 2007년 프라하에서 설립한 사무소예요. 저희 사무소의 대표 프로젝트로는 프라하티체의 여름극장(Summer Cinema), 플젠의 프라우드 브루어리(Proud Brewery), 체스케부데요비체의 다목적 야외 아레나 및 공원, 이흘라바의 전망 등이 있어요.
Observation_Tower_Jihlava ⓒ Mimosa Architekti
MIMOSA architects가 주로 작업하는 프로젝트 유형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데요. 최근에는 어떤 유형의 프로젝트를 관심 있게 다루고 계신가요?
저희 작업의 상당 부분은 다양한 규모의 주거 및 여가를 위한 프로그램에 집중되어 있어요. 특정 유형에 국한되지 않고 주거, 문화, 스포츠, 식음료 시설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죠.
저희는 프로젝트의 규모나 유형에 상관없이, 단순히 저희만의 원칙, 공간, 건축물만을 고려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건축이란 장소와 구조물이 가진 분위기와 성격을 찾아내고, 불필요한 제스처와 재료의 과잉을 피하면서 본질에 집중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건축의 ‘본질’을 이야기하셨어요. 건축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 하나는 지역의 ‘문화’인 것 같아요. 체코 건축의 문화적인 특징을 어떻게 프로젝트에 녹여내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Petr Moráček 1989년 공산주의가 끝난 후, 체코 건축계에서는 ‘Czech Austerity’이라는 표현이 자리를 잡았어요. 전간기* 아방가르드와 기능주의, 큐비즘에 뿌리를 둔 작업을 가리키는 말이었죠.
체코는 풍부한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예요. 잘 보존된 역사적 건물들과 도시 조직이 곳곳에 살아있거든요. 그리고 이런 역사적인 요소를 살린 가장 좋은 작업은 역사적 맥락을 존중하면서도 선명하고 힘 있는 개념을 제시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저에게는 역사적인 흐름보다 건축물이 그 장소에 얼마나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지, 대지가 품고 있는 도전과 가능성에 어떻게 응답하는지가 더 중요해요. 그리고 이 내용을 담고 있는 요소가 반드시 간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 전간기: 영어로는 Interwar period라고 하며,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18년부터 제2차 세계 대전이 시작된 1939년까지의 약 20년의 기간을 주로 지칭한다.)
체코 건축에 대해서도 궁금한데요. 현재 체코를 기반으로 다양한 건축 활동을 하고 계시잖아요. 건축가로서 바라보는 현 시점 체코의 건축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자면요?
Petr Moráček 저는 최근 몇 년 사이 체코 건축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체코는 비교적 작은 나라이기 때문에 대규모 공공 건축물이 흔하지 않은데요. 그럼에도 수준 높은 공공 건축물이 계속해서 지어지고 있고, 그중에서도 훌륭한 작품들은 국제적인 수준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고 생각해요.
최근까지는 공공건축에서 ‘건축적인 완성도’가 중요한 기준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점점 더 많은 프로젝트가 공개 건축 공모를 통해 진행되고 있고,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그 부분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공공 공간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공공공간을 더 자유롭게 활용하려는 분위기도 생겨나고 있죠.
최근 프라하는 도시 전체의 개발 방향을 다루는 새로운 공간계획인 ‘메트로폴리탄 플랜(Metropolitan Plan)’을 채택했는데요. 이 계획을 작성하고 승인하는 데까지 13년이나 걸렸더라고요. 이런 사실은 건축이라는 분야가 얼마나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해요.
House of Water ⓒ Mimosa Architekti
체코의 공공건축에 대해 더 이야기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양한 설계공모에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설계공모에 꾸준히 참여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Petr Moráček 공모전은 저희에게 생각을 정리하고 명확한 개념을 찾는 기회예요. 이후 다른 작업에도 이어갈 수 있는 개념들을 확립하는 시간인 거죠. 저희는 설계공모를 통해 ‘왜 이렇게 작동하는가?’, ‘ 왜 이렇게 생겼는가?’, ‘왜 존재할 권리가 있는가?’와 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학생 시절부터 다양한 규모의 주거를 다룬 공모전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설계공모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수많은 공모중에서 2007년에 당선되었던 공모전이 기억에 남아요.
127개 팀이 참가한 비교적 큰 규모의 공모전이었고, 저희는 ‘물의 집(House of Water)’이라는 프로젝트를 제출했어요. 물이 가진 다양한 면모, 사람과 풍경에서 물이 갖는 중요성을 탐구하는 계획안이었죠.
저희가 크게 존경하던 여러 건축가들을 제치고 당선됐던 터라 큰 용기가 됐어요.
이후에도 전망대 공모도 당선됐고, 화장터, 천문대, 체코의 중요한 바로크 기념물 중 하나인 젤레나 호라 아래 방문자 센터 공모에서는 최종 라운드까지 올랐어요.
스포츠 홀, 양조장, 야외 영화관, 방문자 센터 등을 계획하는 설계공모에도 참여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희 사무소의 작업은 체코와 유럽 전역의 건축공모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어요. 프라하티체의 여름극장은 체코 건축상(Czech Architecture Award)에 후보로 선정되었고, BIG SEE Award를 수상했습니다.
또, 매년 열리는 아키텍처 데이(Architecture Day) 페스티벌을 통해 체코에서 건축을 알리고 대중화하는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현재는 공모를 통해 수주한 두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에요. ‘이흘라바 전망대’와 ‘체스케부데요비체 야외 다목적 아레나’가 그 두 가지 인데요. 두 프로젝트가 어떻게 완성될지는 지켜봐야겠죠. 그리고 그 경험을 한국 독자분들과 공유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Jeseníky Nature House ⓒ Mimosa Architekti
정말 다방면으로 설계공모에 참여하셨네요. 수많은 공모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모가 있나요?
Petr Moráček 공모에서 주목받지 못했지만 제 마음에 담아둔 프로젝트는 예세니키 자연의 집(Jeseníky Nature House)이에요. 예세니키 자연의 집은 자연 보전 기관을 위한 건축물인데요, 치유 온천과 목조 건축의 전통을 가진 독특한 지역에 계획됐어요.
저희는 주변 환경을 거의 건드리지 않은 가벼운 형태의 목구조 건축물을 제안했는데요. 지역 목조 건축 전통을 반영한 디자인에, 환경 보호라는 주제에도 대응한 명확한 설계안이었다고 생각해요. 자연에 개입이 적을수록 더 나은 결과를 가지고 올 거라는 게 저희의 생각이었거든요.
아쉽게도 저희 계획은 낙선되었어요. 다른 프로젝트가 당선되어 지어지기는 했지만, 당선된 프로젝트는 지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고, 이후 자연 보전 관점에서 수용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기도 했더라고요. 돌이켜 보면 저희의 설계적 접근이 옳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Between the Rock and the River ⓒ Mimosa Architekti
MIMOSA architects의 최근 작업을 살펴보니, 공모 이외에도 주거 시설도 자주 다루고 있네요.
프로젝트를 다루며 알게된 체코 주택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Petr Moráček 체코의 단독주택 설계 양상은 꽤 다양해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집을 갖고 싶어 하는 나라거든요. 일종의 꿈 같은 거죠. 따라서 주택은 건축가뿐만 아니라 건축주의 역량과 포부도 함께 드러나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굉장히 흔한 프로젝트의 유형이면서도 요구 조건의 폭은 꽤 넓은 편이죠.
저희는 비교적 예산이 제한된 단독주택 설계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그 과정에서 설계의 핵심 원칙을 찾아내고, 그 원칙을 중심으로 집 전체를 구성하는 법을 배웠어요. 이후에는 규모가 크고 복잡한 프로젝트에도 이 접근 방식을 적용해왔고요. 이처럼 복잡한 공간적·기능적·문화적 질문에 단순한 답을 찾는 방식이 저희가 즐거워하는 부분이에요.
저희가 설계한 주택은 다들 각자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건 바로 하나의 명확한 아이디어에 집중하고, 그걸 완성할 때 까지 밀고 나가는 태도예요. 저희는 건축물이 담고 있는 공간과 건축물 외부의 모습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면, 온전한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이미 계획이 끝난 프로젝트를 다시 수정하는 걸 주저하지 않아요.
MIMOSA architects가 요즘 주목하고 있는 주제도 궁금해요.
Petr Moráček 저희는 항상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온전히 집중하고, 그 프로젝트가 최선의 결과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요. 저희의 주제는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인거죠. 그래서 ‘일반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그다지 오래 생각하지는 않아요.
요즘은 ‘체스케부데요비체의 야외 다목적 아레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 프로젝트는 도심 공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프로젝트예요. 13세기에 만들어진 광장에서도 멀지 않은 위치에 있고요. 몇 년 동안 울타리로 막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시민들이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던 곳인데, 저희는 이곳을 개방된 공원처럼 조성하고 있어요. 이곳은 곧 야외 영화관람, 연극, 콘서트 등 다양한 공공 행사를 담을 수 있는 열린 공원이 될 거예요.



순서대로 House of Water, Proud Brewery, Bistro_Proti Proudu ⓒ Mimosa Architekti
본인의 작업을 가장 잘 대변하는 프로젝트 서너 개를 꼽는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Petr Moráček 세 가지를 고르는 건 쉽지 않지만, 한번 해볼게요.
첫 번째는 물의 집(House of Water)이에요. 앞서 소개한 설계공모 프로젝트죠.
저희는 건축물의 명료하고 단순한 형태를 찾아냈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물’이에요. 프로젝트의 주제인 ‘물’이 중심에 있을 수 있도록 건물은 돋보이지 않고, 물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풍경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요.
두 번째는 1907년에 지어진 발전소를 리모델링한 프라우드 브루어리(Proud Brewery)예요.
500명 규모의 다목적 홀을 포함한 넉넉한 방문객 공간이 함께 들어섰는데요. 기존에 있던 건축물을 최대한 드러내고, 기존 공간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요소는 최소한으로 더했어요. 그리고 덧대어지는 것들에는 모두 의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넉넉한 규모의 계단이 주출입구를 나타내고, 양조장이 있는 건물의 박공면에는 유리를 사용해 양조장의 존재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상징적인 역할을 하도록 했어요.
세 번째는 사자바강 옆 작은 오두막이에요. 이 프로젝트는 대지와 강렬한 대화를 나누는 건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지에는 이전에 화재로 소실된 오두막의 석조 기단이 남아 있었어요. 저희는 단순한 공간 원칙, 정직한 재료 그리고 하나의 명확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세심하게 디테일을 다듬어 프로젝트를 완성했어요. 그 결과 건물 뒤의 암벽과 앞의 강을 하나로 연결하는 프로젝트가 탄생하게 됐죠.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프로젝트는 프라하 도심의 작은 비스트로예요. 체코의 발명가 František Křižík가 도시에 전기를 가져온 덕분에 번성했던 인근 동네의 역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공간인데요. 그래서 비스트로 이름도 ‘프라우드(Proud, 체코어로 전류)’이고, 전기가 설계의 핵심 모티프가 됐어요. 많은 인테리어가 조명을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이곳은 스위치를 중심으로 디자인된 곳이랍니다.
Summer_Cinema_Prachatice ⓒ Mimosa Architekti
다방면으로 활약하는 MIMOSA architects의 행보가 기대되네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나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이야기해 주세요.
Petr Moráček 공공건축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더 발전시키고 싶어요. 최근에 야외 극장 하나가 준공됐고, 훨씬 더 야심 차게 두 번째 야외 영화관을 준비하고 있어요. 야외 영화관이라는 프로젝트는 계속 탐구해보고 싶은 주제예요. 체코 전역에는 되살아나기를 기다리는 방치된 야외 영화관들이 많이 있거든요. 거기에 저희가 함께하고 싶어요.
이외에도 두 곳의 와이너리를 설계했는데 그중 하나는 가까운 시일 내에 착공 허가가 날 것 같고, 동료 Jana Zoubková는 남부 보헤미아에 아름다운 증류소를 설계했어요. 최근 설계한 필젠 양조장도 1단계 공사가 완료됐고요. 몇 번 경험해보니 양조장과 증류소도 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프로젝트인 것 같아요.
이외에도 단독주택과 여가를 위한 건물에서도 여전히 큰 즐거움을 느끼고 새로운 가능성과 원칙을 발견하고 있어요.
MIMOSA에게 건축은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 ‘왜 이것이 여기에 있어야 하는가’를 묻고 그 답을 공간으로 옮기는 일에 가깝다. 장소와 프로그램, 사람과 재료 사이에서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고 끝내 남는 하나의 원칙. 그들이 말하는 단순함, 명료함, 성격, 분위기, 진정성은 어쩌면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건축이 도달해야 할 태도일 것이다.
글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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