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nek Kindergarten은 아이들이 학교라는 조금 더 큰 세계로 나아가기 전, 마음껏 움직이고 탐색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작은 안식처다. 체코 풀네크의 완만한 경사지 위에 낮게 놓인 건물은 남쪽의 정원과 멀리 보이는 성을 향해 열린다. 교실과 중정, 락커 공간은 느슨하게 이어지고, 아이들은 그 흐름을 따라 하루의 장면들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XTOPIX architekti는 이 유치원을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닌, 아이들의 감각과 기억이 자라는 장소로 바라본다. 낮은 창과 가구, 차분한 색채, 반복되는 정사각형 모듈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간을 다정하게 낮춘다. 중정은 작은 야외 교실이 되고, 다목적홀은 마을과 만나는 열린 방이 된다. Fulnek Kindergarten은 자연과 공동체를 배경으로 삼기보다, 그 안에서 아이들의 시간이 천천히 자라나게 하는 유치원이다.
Editor 김도아
▼ List ▼
→ [장소에 뿌리내린 유치원]
→ [아이들의 일상을 설계하는 방식]
→ [공동체와 기억으로 확장되는 건축]
[장소에 뿌리내린 유치원]

Q. 먼저, Fulnek Kindergarten을 어떻게 구상하셨는지 듣고 싶어요.
처음부터 Fulnek Kindergarten을 아이들을 위한 차분하고 영감을 주는 안식처로 상상했어요. 아이들이 학교와 책임이라는 조금 더 구조화된 세계로 들어가기 전, 자유롭고 즐겁게 탐색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랐어요. 저희는 ‘놀이를 통한 배움’이라는 Comenius*의 교육 정신을 바탕으로, 배움이 흥미롭고 의미 있으며 일상과 밀접하게 이어지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어요. 동시에 그 맥락에 깊이 뿌리내린 장소로 구상되었으며, 아이들이 정원, 마을 그리고 멀리 보이는 성과 맺는 관계를 더욱 강화해주기를 기대했어요.
* Comenius는 17세기 체코 출신의 교육사상가이자 철학자, 신학자로, 보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근대 교육의 아버지’로 불린 인물이다.
“아이들이 호기심을 따라 움직이고, 발견의 즐거움을 느끼며, 조금씩 독립성을 키워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Q. 건물을 북쪽에 배치하고 남쪽 풍경을 향해 열어둔 방식이 특히 인상적으로 느껴져요. 이러한 배치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했던 대지 조건은 무엇이었나요?

배치는 자연 지형과 Fulnek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맞은편 언덕 위 성을 향한 대지의 방향성에 크게 영향을 받았어요. 건물을 북쪽 가장자리를 따라 배치함으로써 남쪽을 향해 충분히 열어둘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풍부한 햇빛과 긴 시야, 정원과의 직접적인 관계를 확보할 수 있었어요. 또한, 경사를 부드럽게 따라가는 방식으로 대지 안에 자리 잡고, 자연적인 성격과 기존의 나무들을 보존하고자 했어요.
[아이들의 일상을 설계하는 방식]
Q. Fulnek Kindergarten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탐색하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장소처럼 느껴져요.

저희는 아이들이 호기심을 따라 움직이고, 발견의 즐거움을 느끼며, 조금씩 독립성을 키워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내부는 미술 스튜디오, 극장 코너, 작업 공간처럼 다양한 활동 중심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 아이들이 스스로 관심 있는 활동을 선택하고 자연스럽게 작은 그룹을 형성할 수 있어요.
더불어 이동식 가구와 유연한 배치를 더해, 아이들이 공간을 수동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필요와 놀이 방식에 맞게 바꾸어가며 경험할 수 있도록 했어요. 다만 이러한 자유가 막연하게 흩어지지 않도록, 전체 공간은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끼며 움직일 수 있는 부드러운 질서 안에서 계획되었어요.
“Fulnek Kindergarten이 아이들을 위한 차분하고 영감을 주는 안식처가 되기를 바랐어요.”
Q. 전체적으로 건축물이 낮고 따뜻한 느낌인데, 아이들의 눈높이와 신체 스케일을 반영하신걸까요?
아이들의 신체 감각과 눈높이는 설계에서 매우 중요한 기준이었어요. 창 턱의 높이, 가구의 크기, 수납공간, 배식대처럼 아이들이 직접 사용하는 요소들은 모두 아이들의 키와 시선에 맞춰 세심하게 계획했어요.

건축물 역시 낮고 수평적인 형태를 유지해 아이들이 위압감을 느끼지 않도록 했고, 땅과 가까운 감각을 가질 수 있길 원했어요.
이를 통해 아이들이 공간을 낯설거나 큰 건물로 느끼기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어요.
Q. 두 개의 중정이 존재하던데, 어떤 일상의 순간이나 장면이 만들어지기를 바라셨나요?
우선, 중정은 실내와 정원 사이에 놓인 작은 야외 교실을 생각하며 계획했어요. 아이들이 나무 아래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듣거나, 함께 배우고 놀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원했죠.
예를 들어 어떤 아이들은 원형 벤치에 둘러앉아 수업에 참여하고, 또 다른 아이들은 그 주변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도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을 상상했어요.
즉 저희가 계획한 중정의 역할은 아이들이 실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바깥으로 나가 배움과 놀이를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에요.

Q. 교실에서 중정으로 그리고 다시 락커 공간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인상적이었어요.

저희는 아이들이 공간과 공간을 어렵게 사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기를 바랐어요. 그래서 교실, 중정, 락커 공간은 서로 분리된 공간이 아닌 부드럽게 이어지는 흐름 안에 배치했죠.
그로 인해 아이들은 유리로 된 전실을 지나 외투 보관실과 교실로 이동하면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파악하고, 공간에 대한 방향감과 익숙함을 갖게 돼요.
또한 서로 다른 공간들이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아이들은 안정감을 느끼면서도, 스스로 길을 찾고 움직이는 경험을 할 수 있어요. 유치원을 떠날 때에도 이 흐름은 아이들을 다시 정원과 유치원 밖의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줘요.
Q. 교실 전반에 사용된 정사각형 모듈과 다양한 색채들도 눈에 띄는데요?
정사각형은 이 유치원 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기본 형태예요. 천장 구조, 가구, 이동식 요소 등에 같은 형태가 여러 크기로 적용되면서, 아이들이 공간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했어요. 반복되는 형태는 아이들에게 일종의 질서를 만들어주고, 공간을 직관적으로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줘요.


색채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해요. 각 교실에는 지역의 꽃에서 영감을 받은 고유한 색을 적용해, 아이들이 자신의 교실을 쉽게 알아보고 각 공간에 다른 분위기와 정체성을 느낄 수 있도록 선정했어요. 다만 전체적인 색감은 너무 강하거나 자극적이지 않게, 차분하고 자연스럽게 유지하고자 했죠.


[공동체와 기억으로 확장되는 건축]
Q. 다목적홀은 Fulnek Kindergarten을 유치원 너머로 확장하는 공간처럼 보여요. 이 공간에는 어떤 역할을 기대하셨나요?

다목적홀은 신체 활동을 위한 공간인 동시에, 유치원이 지역과 관계 맺는 방식을 확장하는 공유 플랫폼으로 구상되었어요. 아이들에게는 놀이와 운동, 발표, 작은 행사처럼 일상 속 다양한 활동이 일어나는 유연한 공간이고, 지역 공동체에게는 함께 모이고 교류할 수 있는 열린 장소가 되기를 기대했어요. 유치원이 단순히 아이들만을 위한 시설에 머무르기보다, 마을 안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기억되는 공공적 장소가 되기를 바랐어요.
위치는 역사적 중심지와 성을 바라볼 수 있는 상층부에 위치해 있어, 마을과의 시각적 연결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줘요. 내부 활동이 건물 안에만 갇히지 않고 주변 풍경과 이어지도록 하고 싶었고, 인접한 테라스와 녹화 지붕 역시 이러한 관계를 확장하는 장치로 작동해요. 아이들의 활동, 지역의 행사, 주변 풍경이 함께 겹쳐지는 이 다목적홀을 통해 Fulnek Kindergarten은 교육시설을 넘어 마을과 공유되는 생활의 장소로 확장돼요.
“다목적홀은 신체 활동을 위한 공간이면서 유치원과 지역이 관계 맺는 방식을 확장하는 공유 플랫폼으로 구상되었어요.”
Q. 아이들이 직접 만든 서체가 사인 시스템에 반영된 점이 특히 흥미로웠어요. 이 과정은 건축가로서 어떤 의미였나요?
아이들이 서체와 사인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한 것은 프로젝트에서 매우 의미 있는 부분이었어요. 이는 아이들이 자신들의 환경을 형성하는 데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일종의 저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어요.
그로 인해 저희에게는 건축을 더 포용적이고 개인적인 것으로 만드는 방식이었어요. 더불어 저희는 이 전체 과정을 건축적 소통과 교육의 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나아갈 길이 소통, 공공과의 관계 맺기, 그리고 작은 그룹과 개인을 대상으로 한 인내심 있는 점진적인 작업에 있다고 느껴요. 이렇게 작은 씨앗 같은 일들도 한 사람의 삶에 오래 남는 흔적을 남길 수 있으며, 그것이 미래의 건축에서 긍정적인 방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믿어요.
Q. 마지막으로, 지금 Fulnek Kindergarten을 돌아보았을 때, 이 건물이 아이들과 더 넓은 공동체의 삶 속에 어떻게 남기를 바라시나요?

저희는 Fulnek Kindergarten이 아이들의 기억 속에 기쁨, 우정, 발견의 장소로 남기를 바라요. 더불어 아이들이 안전함과 영감을 느끼고, 주변 환경과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던 형성적인 환경으로 기억되기를 바라기도 하고요. 아직 전체 정원 계획처럼 실현되지 않은 부분들도 있지만, 저희는 Fulnek Kindergarten이 시간이 지나며 계속 성장하고, 마을 안에서의 역할을 더욱 강화해갈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 Profile –

XTOPIX architekti / Pavel Buryška
XTOPIX 스튜디오는 2011년 파벨 부리슈카와 바르보라 부리슈카가 설립했다. 이들의 작업은 건축이 건조 환경, 공공 공간, 예술, 디자인을 함께 엮어내야 한다는 믿음에 기반하고 있으며, 이러한 가치를 모든 프로젝트 안에서 실현하고자 한다.
스튜디오는 장소에 대한 지역적 이해와 관계 그리고 각 장소가 지닌 고유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맥락적 접근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들에게 창의적인 대화는 장소와의 관계는 물론, 협업자들과의 관계 속에서도 작업의 핵심이 된다. XTOPIX는 오랫동안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이어오며, 주요 예술가, 건축가, 문화 기관과 적극적으로 연결되어 왔다.
XTOPIX architekti 홈페이지 https://www.xtopix.cz
다음 [비욘드 아키]에서는 또 다른 건축물과 또 다른 건축가의 시선으로 프로젝트 너머의 건축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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