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빠르게 흐르지만 방콕의 골목 끝에 놓인 Church of Joy는 빛을 통해 조용한 속도를 택한다. 성막의 장막을 추상화한 수직 파사드와 시간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십자가는 교회를 과장된 상징 대신 은근한 신학적 장면으로 드러낸다. 이곳에서 건축은 형태보다 빛의 변화로 존재를 말한다.
내부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던 십자가가 자연광을 받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안쪽으로 휘어진 곡선은 예배자를 부드럽게 감싸준다. 천장의 물결은 말씀이 번져 나가는 파동처럼 공간을 연결하며 잔향을 누그러뜨려 목소리와 숨을 또렷하게 만든다. 예배는 행동이기 전에 마음의 속도를 낮추는 경험이 된다.
밤이 오면 십자가는 작은 랜턴처럼 골목을 밝혀 도시 속 조용한 신호가 된다. 불교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이 교회는 주장보다 호기심을 남기는 방식을 택한다. ‘왜 무지개 십자가일까?’라는 질문이 관계의 시작이 되고, 이 건축은 거대한 성전이 아니라 빛과 시간이 사람과 도시를 잇는 작은 방주처럼 자리한다.
진행: 김도아
인터뷰이: AMATA LUPHAIBOON
출처: Department of ARCHITECTURE Co.
“Department of ARCHITECTURE Co.에게
Church of Joy란 성스러움과 건축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건축적 찬가로 빛과 색, 그림자가
드러내는 순간마다 본질이 담겨있는 곳이다.”
[장막으로 시작되는 교회의 첫 장면]

외관에서 가장 먼저 전달하고자 하는 신앙적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수직으로 잡힌 프리캐스트 주름은 성막의 장막을 추상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이에요. 구약에서는 신성과 인간 사이의 분리를 신약에서는 장막이 찢어짐으로써 인간이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께 직접 나아갈 수 있게 된 변화를 상징하죠. 그래서 이 파사드는 물리적인 커튼이자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단절과 다시 이어짐을 상징적으로 담은 요소가 되었어요.
“신앙이 어떤 순간에는 선명하고, 어떤 순간에는 조용하지만
언제나 존재하는 정적인 상징이 아닌 살아 있는 신호가 되길 바랐어요.”
장막 같은 파사드가 빛과 만나면서 어떤 공간적 경험을 만들어내나요?
하얀 표면과 섬세한 3차원 주름은 풍부한 명암을 만들어내고, 그 위로 드리워지는 *Covenant Cross의 그림자가 깊이감 있게 떨어지면서 빛과 기하학이 조용하지만 분명한 방식으로 상호작용해요. 외관 자체가 단순한 형태가 아니라 시각적 변화 속에서 신학적 메시지를 읽게 하는 장치가 되었어요.
*Covenant Cross: ‘언약(covenant)’을 상징하는 십자가로, 하나님의 약속을 시각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무지개 빛처럼 변화하는 색채를 담은 십자가를 의미한다.

시간에 따라 색과 그림자가 변하는 *Dichroic 소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Church of Joy라는 이름에서 출발해 이 십자가가 공동체의 기쁨을 담아내길 바랐어요. 시간과 빛에 반응하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색의 스펙트럼은 하나님의 언약을 상징하는 은유가 되었죠. 창세기 9장 16절에서 무지개가 하나님의 약속을 기억하게 하는 표징으로 등장하는데 Dichroic 소재는 이를 건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재료였어요. 그래서 십자가가 빛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약속을 드러내도록 했어요.
*Dichroic 소재: 빛의 각도와 세기에 따라 서로 다른 색으로 보이는 특수 코팅 유리로, 한 표면에서 여러 색이 스펙트럼처럼 변화해 보이는 재료를 말한다.

이러한 변화가 예배자들에게 어떤 경험을 주길 바라셨나요?
주일 아침마다 떠오르는 햇빛과 함께 색색의 그림자가 하얀 파사드에 드리워지는데 예배자가 문을 들어서기 전 가장 먼저 빛으로 만나는 십자가가 되는 셈이에요. 이 변화는 아주 조용한 빛의 의식처럼 반복되며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아주 은은하게 변하죠. 신앙이 어떤 순간에는 선명하고, 어떤 순간에는 조용하지만 언제나 존재하는 정적인 상징이 아닌 살아 있는 신호가 되길 바랐어요.
[내부에서 체감되는 포용의 공간]

예배당의 *Embracing Cross에 유리 프리즘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새 신자로서 하나님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하나님은 눈에 보이는 존재가 아니라 느껴지는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유리 프리즘은 빛이 닿아야 모습을 드러내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하나님을 건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자연광이 스며드는 순간 십자가가 떠오르듯 등장하고, 뒤의 수직 슬릿 창이 그 깊이를 더하죠. 시각적으로는 섬세하지만 정서적으로는 강한 울림을 주는 방식이었어요.
*Embracing Cross: ‘품다(embrace)’에서 온 이름으로, 두 팔을 벌려 누군가를 감싸 안는 듯한 곡선적 형태를 지닌 십자가를 의미한다.
Embracing Cross의 곡선 형태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요?
형태는 탕자의 비유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아들을 보자마자 달려가 품에 안았던 아버지의 열린 팔을 떠올리며 안쪽으로 휘어진 곡선을 통해 조건 없는 포용을 공간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밤에는 스포트라이트가 이 곡선 안쪽으로 집중되며 십자가 앞 공간에 고요하고 집중된 분위기를 만들어요. 예배하는 사람들이 빛에 의해 부드럽게 감싸이는 경험을 느끼길 바랐어요.

천장의 물결 형태는 어떤 기능과 상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나요?
패브릭은 잔향을 부드럽게 흡수해 찬양과 말씀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적 역할을 해요. 동시에 십자가에서 퍼져 나가는 곡선은 하나님의 말씀이 세상으로 번져 나가는 파동을 연상시켜요. 이사야 55장 10–11절의 ‘헛되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씀처럼 Embracing Cross에서 시작된 물결이 공간 전체로 퍼져 나가는 상징적 장면을 만들고 싶었어요.
[도시 속에서 작동하는 조용한 신호]

외부의 십자가를 *비컨(beacon)처럼 설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교회는 번화한 상업가와 가까우면서도 작은 막다른 골목 끝에 자리해 있어요. 우리는 골목이 물리적으로도 영적으로도 더 밝아지길 바랐어요. 그래서 낮에는 스펙트럼을 퍼뜨리고 밤에는 랜턴처럼 빛나는 십자가를 디자인했어요. 불교 인구가 대부분인 지역이기에 이 십자가가 종교적 주장보다는 부드러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친절한 신호처럼 보였으면 했어요. ‘왜 무지개 십자가일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열 수 있으니까요.
*비컨(beacon): 어둠 속에서 길을 비추거나 존재를 알리는 신호등·등대·표지빛을 뜻하며 도시 안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작은 빛의 표시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골목이 물리적으로도 영적으로도 더 밝아지길 바랐어요.
그래서 낮에는 스펙트럼을 퍼뜨리고
밤에는 랜턴처럼 빛나는 십자가를 디자인했어요.”
이 교회가 도시 속에서 어떤 존재가 되길 바라셨나요?
지나치게 드러나는 상징이 아니라 조용하지만 분명한 존재가 되길 바랐어요. 색과 빛, 그림자가 관계를 열고 새로운 연결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랐죠. 과거 태국에서 기독교가 학교나 병원 같은 시설을 통해 사람들에게 스며들었듯, 지금 시대의 건축도 선언이 아니라 디자인과 공간으로 신앙을 건넬 수 있다고 믿었어요. SNS에 공유되는 이미지들 역시 교회가 세상과 대화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Profile-

AMATA는 Chulalongkorn 대학교에서 건축학 학사 학위를 최우수 성적과 금메달로 받았다. 이후 해외에서 수학하며 워싱턴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에서 각각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졸업 후 Metric Co., Ltd.에서 여러 프로젝트의 수석 건축가로 활동했다. 2004년 Twitee와 함께 Department of ARCHITECTURE Co., Ltd.를 설립했으며 현재 스튜디오의 대표로 활동중이다.
Department of ARCHITECTURE Co.,Ltd. 홈페이지 https://departmentofarchitecture.co.th/
[비욘드 아키]는 건축물 너머에 있는 건축가들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다루는 웹전용 인터뷰 콘텐츠로, 매월 하나의 주제 아래, 3개의 준공 건축물과 설계자 인터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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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욘드 아키] Prologue_교회 건축이 건네는 성스러움
다음 이야기에서는, INUCE • Dirk U. Moench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2025. 11. 28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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