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들어가는 건축이 아니라, 처음부터 숲 안에 머무는 건축은 어떤 모습일까? Children’s Forest Nursery School은 편백나무로 둘러싸인 대지와 완만한 경사, 그 사이로 스며드는 빛의 결을 따라 만들어진 어린이집이다. 하나의 큰 매스 대신 여러 레벨의 공간을 나누어 놓고, 이를 복도와 램프, 홀로 이어 붙인 구성은 아이들이 지형의 높낮이와 움직임을 몸으로 경험하도록 이끈다.
Children’s Forest Nursery School은 단지 자연을 배경으로 삼는 데 머물지 않는다. 숲의 분위기와 계절의 변화, 아이들의 눈높이와 감각 그리고 놀이와 발견이 일어나는 일상의 장면까지 공간 안으로 천천히 끌어드린다. SYnK / Studio Yamashita & Kang은 Children’s Forest Nursery School을 통해 아이들이 자연으로 향하는 장소가 아니라 이미 자연 안에 머무는 공간을 제안한다.
Editor 김도아
▼ List ▼
→ [숲에서 시작된 공간]
→ [지형을 따라 펼쳐지는 매스]
→ [아이들의 몸과 움직임을 위한 풍경]
→ [시간이 쌓여 기억이 되는 어린이집]
[숲에서 시작된 공간]

Q. Children’s Forest Nursery School은 숲과 긴밀하게 맞닿은 대지에서 시작된 만큼, 처음 이 장소를 마주했을 때 어떤 가능성을 가장 먼저 발견하셨는지 궁금해요.
처음 대지를 찾았을 때, 부지는 편백나무로 가득 덮여 있었고, 굴곡진 지면 위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나뭇잎 사이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햇빛이 인상적이었어요. 숲이 지닌 따뜻하고 밝은 분위기는 저희에게 가장 처음이자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었고, 이후 지붕의 형태나 자연광이 실내로 스며드는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이 숲은 이미 일상의 연장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저희는 숲을 단순한 배경으로 두기보다, 건축과 풍경의 경계를 흐릴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했어요. 아이들이 자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연 안에 머무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아이들이 자연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연 안에 머무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어요.”
Q. 이처럼 숲이 우거진 풍경 속에 어린이집을 계획하면서, Children’s Forest Nursery School이 주변 환경 속에 어떻게 자리해야 한다고 생각하셨나요?

저희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실내 공간의 경험과 주변 숲의 경험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무엇보다 건물이 주변에 덧붙여진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하는 데 집중했어요.
숲속에 하나의 단일한 물체를 놓기보다는, 건물이 지형의 스케일과 리듬, 그리고 개방감을 따라 자연스럽게 안착하길 바랐어요. 이를 위해 매스를 분절하고, 틈과 시선, 빛이 주변과 계속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했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아이들이 풍경의 흐름 속에서 실내와 실외를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기를 기대했어요.
[지형을 따라 펼쳐지는 매스]
Q. 하나의 큰 볼륨 대신 여러 매스로 나뉘고 다시 이어지는 매스 구성이 눈에 띄어요.
하나의 큰 볼륨을 피한 것은 대지의 조건과 아이들이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을 함께 고려한 결과였어요. 완만한 산비탈과 작은 둔덕이 있는 지형 위에서, 아이들이 높낮이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며 공간과 관계 맺기를 바랐기 때문에 볼륨을 여러 레벨로 나누어 배치하고 복도와 통로로 연결했어요.
건물은 지형을 지배하기보다 땅 위에 가볍게 놓이도록 했고, 이러한 구성은 발견과 선택, 움직임의 감각을 만들어내며 아이들의 연속적인 탐색과도 잘 어울리도록 했어요.

“숲속에 하나의 단일한 물체를 놓기보다는, 건물이 지형의 스케일과 리듬,
그리고 개방감을 따라 자연스럽게 안착하길 바랐어요.”
Q. Children’s Forest Nursery School에서 지붕은 특히 인상적인 요소로 느껴지는데요.
저희는 지붕을 단순한 덮개가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풍경으로 상상했어요. 각 공간이 요구하는 밝기와 개방감에 따라 서로 다른 각도를 지닌 거품 같은 지붕 형태들을 먼저 구상했고, 그것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물결치는 하나의 표면이 만들어졌어요.

이 지붕은 흩어져 있는 볼륨을 하나로 묶어주는 동시에, 숲의 수관이 가진 스케일에도 응답해요.
건축적으로는 아이들의 친밀한 공간과 더 큰 주변 환경 사이를 매개하면서, 보호의 역할을 하되 하늘과 이어지는 개방감은 유지하는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Q. 단면에서도 높이와 시선의 열림이 계속 달라지던데 단면은 어떤 역할을 했나요?
단면은 Children’s Forest Nursery School의 공간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요. 특히 대지의 지형적 변화와 실내 공간 사이의 연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 의도였기 때문이에요.
입구는 건물에서 가장 낮은 레벨에 위치하고, 여기서 부터 동선은 램프를 따라 점차 상승하며, 최종적으로는 입구보다 1.7m 높은 둔덕의 지면 레벨과 연결돼요.


각 실의 요구에 따라 정해진 천장 높이와 공간의 개방감은 서로 겹쳐지며, 압축과 해방의 순간을 만들어내고 감각적 인식과 몰입을 높여줘요. 이 과정에서는 천장뿐 아니라 바닥도 함께 변화하기 때문에 단면에 더욱 큰 역동성이 생겨요.
이러한 변화는 숲을 향한 서로 다른 장면을 프레이밍하면서, 주변 환경이 끊임없이 변하고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해요.
[아이들의 몸과 움직임을 위한 풍경]
Q. 복도와 램프에 아이들의 움직임과 발견의 감각을 어떻게 공간으로 옮기고자 하셨나요?
저희는 동선을 중립적인 통로로 다루기보다, 놀이와 탐험의 연장으로 만들고자 했어요. 실제로 이곳에는 복도와 램프, 홀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없고, 경사진 지형의 가장자리를 따라 교실이 놓인 하나의 통합된 실내 풍경이 펼쳐져 있어요. 아이들은 이러한 실내의 언덕과 평지를 따라 움직이며 작은 독서 공간, 볼더링 경사면, 미끄럼틀, 작은 정원이 있는 내부 중정 그리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 등을 만나게 돼요.
이러한 요소들은 아이들이 경사의 변화, 속도의 차이, 시점의 전환을 몸으로 경험하도록 해줘요. 결국 저희가 바랐던 것은 일상의 이동이 하나의 연속적인 발견의 서사가 되는 것이었어요.

“지붕은 흩어져 있는 볼륨을 하나로 묶어주는 동시에, 숲의 수관이 가진 스케일에도 응답해요.”
Q.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만큼, 아이의 몸과 시선에 중점되어야 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계획과 설계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아이의 스케일에서 바라보고, 공간을 설계하는 일이었어요.
단지 신체적인 크기만이 아니라, 아이가 공간을 지각하는 방식까지 함께 고려하고자 했어요. 그래서 눈높이와 재료의 감촉,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빛과 소리, 질감에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어요.
예를 들어 홀 근처의 D자형 책장은 하나의 장소를 알려주는 표식이자 중심점이 돼요. 아이들은 그 주위를 돌며 뛰어놀거나 그 안에 들어가 앉거나 잠시 숨기도 해요.

이렇게 작고 아늑한 사이 공간은 아이들에게 편안함과 상상력, 그리고 스스로 이끄는 놀이를 가능하게 해요. 어른에게는 작은 책장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요새이자 놀이터가 될 수 있어요. 저희는 어른의 공간을 축소하는 대신, 아이의 시선에서 몰입감 있고 분명하게 읽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어요.
Q. 교실과 공용 공간 등 각각의 공간이 어떤 성격을 갖나요?
각 공간에는 활동과 정서의 차이를 담아낼 수 있도록 서로 다른 분위기를 부여했어요. 교실은 밝고 안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편안하게 머물 수 있도록 했고, 중앙 홀은 뛰고 오르고 미끄러지며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계획했어요.


동시에 잠시 진정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작고 고요한 공간도 마련했어요. 또 각 볼륨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어, 방마다 주변 풍경을 다르게 담아내요. 열린 풍경을 향한 교실은 실외와의 연결감을 높이고, 숲을 향한 교실은 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요. 저희는 이러한 공간의 다양성이 활동과 휴식 사이의 균형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했어요.
[시간이 쌓여 기억이 되는 어린이집]
Q. Children’s Forest Nursery School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다른 모습이 보일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면서 더 풍부해지기를 바랐던 면도 있었나요?

변화 자체를 받아들이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전제였어요. Children’s Forest는 빛과 그림자, 온도, 그리고 식생의 풍경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어요.
실제로 시공 기간 동안 약 반년 동안 저희는 정기적으로 현장을 찾았고, 잎의 색이 바뀌고, 눈이 내려 풍경을 덮고, 꽃이 피어나는 과정을 보면서 자연이 지닌 풍부함을 직접 경험했어요. 이곳은 아이들이 탐색하고, 자연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요소들로 가득한 매우 특별한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변화는 공간 경험을 더욱 깊게 만들고, 아이들이 계절의 순환을 일상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어요.
“지형을 지배하기보다 땅 위에 가볍게 놓이도록 했고, 이러한 구성은 발견과 선택,
움직임의 감각을 만들어내며 아이들의 연속적인 탐색과도 잘 어울리도록 했어요.”
Q. 마지막으로, Children’s Forest Nursery School이 아이들에게 어떤 장면으로 남기를 바라시나요?

건축적인 장면이 기억에 남기 보단 학교 안팎을 맨발로 뛰어다니던 기억, 곡선 지붕 아래 드리워진 독특한 형태의 차양, 교실 앞 큰 나무 아래에 앉아 있던 순간, 오후가 되면 높은 창으로부터 홀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던 주황빛 햇살, 구름 같은 둥근 처마 끝에 맺혔다가 떨어지는 빗방울, 중정의 나뭇잎 위에 닿는 햇빛 같은 장면들이 오래 남기를 바라요.
– Profile –

TakashigeYamashita

YoungAh Kang
SYnK Studio Yamashita & Kang / TakashigeYamashita, YoungAh Kang
타카시게 야마시타와 강영아는 일본 도쿄에 기반을 둔 디자인 파트너이다. 이들은 다양한 맥락에서 작은 주택부터 대규모 공공시설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으며, 혁신적인 솔루션을 적용하여 환경 조건과 공명하는 현장 맞춤형 디자인을 창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어린이 숲(Children’s Forest), 숲 속의 클리닉(Clinic in the Woods), 능선 위의 리셉션(Reception on the Ridge) 등이 있으며, 이 작품들은 국내외에서 인정받아 여러 건축 상을 수상한 바 있다. 또한 이 팀은 밀라노 디자인 위크(Milano Salone)와 두바이의 기후 미래 주간(Climate Future Week) 등 다양한 전시와 강연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
SYnK Studio Yamashita & Kang 홈페이지 www.studioynk.com
다음 [비욘드 아키]에서는 또 다른 건축물과 또 다른 건축가의 시선으로 프로젝트 너머의 건축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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