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아키] Interview_원형의 방주가 만든 길, 공동체가 모이는 자리


Mountain Church of JULONG은 교회를 특정 전통의 형식이 아니라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원형적 이미지로 풀어낸다. 바위 같은 기단, 방주를 닮은 예배당, 산을 향해 열린 방향성은 이 장소의 지형과 회중의 정서를 가장 단순한 언어로 담아낸 선택들이다. 전체적인 구성은 ‘교회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풍경과 삶의 자리에서 다시 묻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예배당에 이르는 테라스와 지붕이 없는 중정, 산을 마주한 전면창은 예배를 실내의 의식에서 자연과 이어지는 경험으로 확장한다. 건축은 장식을 덧입히기보다 바람과 빛이 드나드는 조건을 마련해 성스러움을 조용히 지지한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이러한 공간적 전략뿐 아니라 다양한 교파와 비종교인이 공존하는 지역에서 교회가 어떤 태도로 존재해야 하는지, 그리고 일상성과 영성이 어떻게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를 함께 다룬다.

진행: 김도아
인터뷰이: Dr Dirk U Moench
출처: INUCE

Modern architectural design of the Mountain Church in JULONG, featuring a distinctive curved roof and large windows, set against a lush mountainous backdrop.
©(INUCE)_Shikai

방주(Ark)라는 이미지가 교회라는 상징성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었나요?
Mountain Church of JULONG은 고향과 이전 공동체를 떠나 줄롱에 온 많은 이들에게 안전한 쉼터가 되길 바랐어요. 그래서 방주는 재난보다 동행과 보호의 이미지에 가깝게 해석했어요. 예배당을 공동체실이라는 바위 같은 기단 위에 올린 것도 일상의 삶이 예배를 떠받친다는 메시지예요. 배를 직접적으로 닮지 않았지만 보호하는 선체 안에 머물며 산을 바라보는 감각을 느끼길 원했어요.

A close-up view of the exterior design of the Mountain Church, featuring curvilinear walls made of textured material with sunlight casting shadows, and a circular window revealing a cross.
©(INUCE)_Shikai
사진은 줄롱의 Mountain Church 지붕과 자연 경관을 보여준다. 부드럽게 와이어 형태로 설계된 지붕이 산과 나무로 둘러싸인 풍경을 배경으로 강조된다.
©(INUCE)_Shikai

테라스를 따라 본당으로 올라가는 동선은 신앙적·공간적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의도하셨나요?
일상의 산책을 작은 순례로 번역하고 싶었어요. 사람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아래 마을을 바라보며 천천히 올라올 수 있고, 오르는 동안 일상의 소음이 서서히 사라져 발걸음과 목소리, 종소리만 남아요. 테라스 끝의 파라다이스 중정에 이르면 회중이 자연스럽게 모여 있어요. 극적인 상징적 게이트가 아니라 일상의 감각을 예배의 감각으로 부드럽게 전환하는 필터가 되길 바랐어요.

A modern church interior featuring large glass windows, a prominent wooden cross, and minimalist wooden pews facing an altar, surrounded by green trees outside.
©(INUCE)_Shikai

본당 전면창을 통해 끌어들인 자연 풍경은 예배 경험에 어떤 변화를 주나요?
전면창은 흔히 전망창으로 읽히지만 사실은 작은 질문을 던지는 장치예요. 예배가 밀폐된 내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죠. 강단에 서있거나 좌석에 앉아 있을 때 언제나 십자가 너머 살아 있는 산이 보이도록 했어요. 빛·바람·날씨가 예배의 일부가 되는 셈이죠. 이는 창조 세계를 중심으로 다시 놓는 신학적 태도이면서 빠르게 변하는 신도시 속에서 변하지 않는 지평을 제공하는 역할도 해요.

A modern architectural structure of the Mountain Church of JULONG, featuring a large, curved exterior with a blend of white and beige surfaces, creating an inviting entrance surrounded by natural light.
©(INUCE)_Shikai

종교성과 일상성이 공존하는 공간(예배당 + 커뮤니티 공간)을 설계할 때 가장 중점적으로 고민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혼동과 위계 둘 다 피하고 싶었어요. 공부, 식사, 모임 같은 공동체 활동은 예배의 주변부가 아니라 토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기능을 거리와 자연과 직접 맞닿은 단단한 화강암 기단에 배치했어요. 성소는 위로 올라가는 동선으로 구분되지만 구조와 재료의 연속성을 유지했어요. 성스러움은 일상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농도가 짙어지는 순간으로 느껴지길 바랐어요.

A modern church building surrounded by trees, featuring a unique, curved design and large glass windows, illuminated softly at dusk.
©(INUCE)_Shikai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성스러움이라는 감각을 어떻게 건축적으로 다루고자 했나요?
건축가가 신성함을 덧입힐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사람들이 시간과 주의를 다르게 경험하도록 하는 조건은 만들 수 있죠. 줄롱에서는 길·문지방·시선이라는 세 요소에 집중했어요. 테라스는 몸의 속도를 늦추고, 중정은 입장 전부터 모임과 경청을 유도하며 산을 향한 창은 실내의 경계를 확장해요. 이 흐름 속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집중되고 평온해지길 바랐어요.

완공된 교회가 앞으로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기대하시나요?
신도시는 공간보다 이야기가 더 천천히 자라요. 이 건축이 그 이야기를 대신 써줄 수는 없지만 펼쳐질 무대를 제공할 수는 있어요. 결혼식, 장례식, 학교나 이웃 단체의 행사, 음악 연습, 산행 중 잠시 쉬어가는 장면들까지요. 시간이 쌓이면 이런 기억들이 건물의 깊이가 될 거예요. 30년 뒤 사람들이 “원래 여기 있었던 건물 같다”고 느끼면서도 줄롱에서의 시작을 떠올린다면 이 교회는 제 역할을 다한 셈이에요.



[비욘드 아키]는 건축물 너머에 있는 건축가들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다루는 웹전용 인터뷰 콘텐츠로, 매월 하나의 주제 아래, 3개의 준공 건축물과 설계자 인터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아직 이전 글을 못 보셨다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비욘드 아키] Prologue_교회 건축이 건네는 성스러움

[비욘드 아키] Interview_무지개 십자가와 시간의 흐름을 품은 예배당

다음 이야기에서는, SML건축사사무소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2025. 12. 08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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