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yond Archi] 예술과 일상을 잇는 현대적 아테네움: Crow Museum of Asian Art


텍사스주 댈러스에 자리한 Crow Museum of Asian Art는 예술과 배움,
그리고 캠퍼스의 일상이 하나의 흐름 안에서 만나는 열린 미술관이다.
Morphosis는 이 건물을 현대적 아테네움으로 상상하며, 공중에 떠 있는 듯한
갤러리와 그 아래의 개방적인 공공 공간을 통해 대학 미술관을 새롭게 풀어냈다.

빛은 이 건축의 중요한 재료가 된다.
깊은 처마와 슬릿 창, 라이트웰을 통해 유입된 자연광은 공간의 분위기와 동선을 섬세하게 조율하고,
미술관은 전시의 장소를 넘어 머물고 배우고 교류하는 캠퍼스의 문화적 중심으로 확장된다.
Crow Museum of Asian Art는 예술을 일상 가까이 끌어오며, 공공성과 건축적 개방감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ditor 김도아


[예술과 배움이 교차하는 아테네움]

모던한 건축 디자인의 외관과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한 건물의 기둥과 유리 창문
ⓒ Mauricio Rojas

Q. 아시아 미술관과 대학 캠퍼스라는 두 가지 성격의 공간을 어떻게 하나로 풀어내셨나요?

Crow Museum of Asian Art는 문화적 교류와 학문적 탐구 그리고 오랜 공예 전통과 철학, 의례 속에서 형성된 작품들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장소예요. 대학 캠퍼스 역시 탐구와 해석, 지식의 생산과 공유가 이루어지는 공간이죠. 저희는 이 프로젝트를 서로 닮아 있는 두 문화가 건축적으로 만나는 기회로 보았어요. 그 기회로 예술과 배움, 내부와 외부, 캠퍼스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방향으로 계획했어요.

지상 1층의 개방적인 외부 공간은 학생과 교수진,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드나들 수 있는 진입부이자 머무는 장소죠. Brettell Reading Room, 세미나실, 강의실과도 곧바로 이어져요. 반면 상부의 갤러리는 보다 깊이 작품을 마주할 수 있어요. 그 결과 이 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시설이 아니라, 배우고 머물고 교류하는 캠퍼스의 문화적 장소가 되었어요.

Q.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나의 건축 안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본 점은 무엇이었나요?

이 프로젝트는 ‘미술관이 소장품을 보존하는 장소인 동시에 매일 사용되는 공간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그래서 전시와 보존 기능은 상부에 정리하고, 지상층은 보다 열려 있고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했어요.

외부 캐노피 공간과 내부 로비는 작품 설치, 강연, 공연 그리고 공부 등 다양한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무리하게 섞기보다는, 공간마다 밀도와 분위기를 다르게 두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흐름 안에서 읽히도록 조율한 것이 설계 과정 중 제일 중요했어요.

현대적인 건축물의 입구와 붉은 의상을 입은 인물이 청소하는 모습, 저녁 하늘 아래.
ⓒ Mauricio Rojas
현대 미술관 내부, 다양한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담은 이미지
ⓒ Mauricio Rojas

Q. 캠퍼스 구성원뿐 아니라 일반 방문객도 함께 사용하는 공간인데요. 서로 다른 사용자층의 동선을 어떻게 조율하셨나요?

Crow Museum of Asian Art는 특정 집단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용자들이 함께 머무는 문화적 환경으로 계획되었어요.
학생과 교수진에게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들를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일반 방문객에게는 어렵지 않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되기를 바랐어요. 하지만 중요했던 것은 이들의 동선을 분리하지 않는 것이었어요.

모두가 같은 주요 공간을 공유하도록 하면서, 학문적 활동과 공공의 경험이 자연스럽게 겹쳐지도록 했죠.
그렇게 함으로써 Crow Museum of Asian Art는 캠퍼스 안에 위치하면서도 더 넓은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모두에게 열린 장소가 될 수 있었어요.

전시장에서 불상과 다양한 조각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의 모습
ⓒ Mauricio Rojas

[구조와 빛이 이끄는 관람]

Q. 갤러리를 들어 올린 구조는 어떤 배경에서 출발했나요?

갤러리와 수장고, 큐레토리얼 지원 공간처럼 환경 제어가 중요한 기능은 모두 상부에 배치했어요. 그러한 배치 계획으로 지상층은 더 개방적이고 투명한 공간으로 두면서 캠퍼스와 직접적으로 이어질 수 있었죠.

이렇게 들어 올린 구조는 건물에 가벼운 인상을 부여하고, 경사진 구조 기둥들은 지상층에 움직임과 리듬감을 더해줘요.

방문객은 그 아래의 열린 공간을 지나 위층 갤러리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캠퍼스의 일상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전시에 집중할 수 있는 차분한 환경으로 서서히 들어서게 돼요.

즉, 갤러리를 들어 올린 구조는 방문의 흐름과 감각을 세심하게 조직하는 중요한 구조이기도 했어요.

모던한 건축물 내부, 높은 유리 천장과 넓은 공간이 있는 모습. 사람 두 명이 대화 중.
ⓒ Mauricio Rojas
현대적인 건축물 외관, 저녁 하늘 배경으로 두 명의 성인과 한 어린이가 입구 근처를 걷고 있는 모습.
ⓒ Mauricio Rojas

Q. 깊은 처마와 슬릿 창, *라이트 웰을 통해 자연광을 세심하게 다루고 있는데요.

Crow Museum of Asian Art에서 빛은 형태와 공간 구성을 이끄는 핵심 요소였어요.

동시에 미술관인 만큼 작품 보존을 위한 엄격한 환경 조건도 충족해야 했죠. 그래서 초기부터 미술관 디렉터와 큐레토리얼 팀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자연광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지 세심하게 조율했어요.

중앙의 라이트 웰은 부드러운 자연광을 실내 깊숙이 끌어들이고, 일부 갤러리의 큰 창은 캠퍼스와 주변 문화 시설을 시각적으로 이어줘요.

*라이트 웰: 건물 중앙이나 지하 깊숙한 곳까지 자연광을 유입시키고 환기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건물 지붕부터 저층부까지 뚫어놓은 수직 공간(채광정)

반면 슬릿 창은 외부와의 시각적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전시 공간에 필요한 조명과 채광 조건을 안정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어요. 로비와 아트리움에서는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빛이 공간의 분위기와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밤이 되면 건물 전체가 은은하게 빛나는 등불처럼 캠퍼스 안에 자리하도록 했어요.

전시 작품 앞에 서 있는 관람객과 '고대의 메아리, 현대의 목소리'라는 제목의 벽면 전시 설명이 있는 미술관 내부 모습.
ⓒ Mauricio Rojas

Q. 전시 공간은 엄격한 환경 조건을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개방감 있는 경험을 만들어야 하잖아요?

갤러리는 빛과 온도, 습도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이러한 기준은 건물의 구조와 외피, 내부 구성 전반에 영향을 주었죠. 동시에 미술관 전체가 지나치게 닫힌 공간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개방감 역시 함께 조율했어요.

현대 건축 디자인의 내부, 부드러운 곡선의 계단과 밝은 색상의 벽, 큰 유리창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는 모습.
ⓒ Mauricio Rojas

2개 층 높이의 로비와 아트리움, 그리고 공중 브리지는 공간의 방향성과 연속감을 만들어주고, 관람객이 건물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도와줘요.

반면 작품 반입과 운영을 위한 동선은 눈에 띄지 않게 통합해, 기능성과 관람 경험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했어요. 저희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적 정밀함과 공간적 여유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함께 성립하는 것이었어요.

[캠퍼스와 지역을 잇는 열린 미술관]

현대적인 디자인의 미술관 내부 모습, 계단과 유리 난간이 보이며, 중앙에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 Mauricio Rojas
사람이 도서관에서 책을 가져가고 있는 모습과 책으로 가득한 큰 책장이 보이는 이미지입니다.
ⓒ Mauricio Rojas

Q. 광장에서 미술관 내부로 이어지는 접근 동선의 흐름은 어떤 공간적, 사회적 경험을 만드나요?

Crow Museum of Asian Art는 아테네움 문화 지구의 첫 번째 건물이자, 캠퍼스와 문화 지구를 잇는 경계에 자리하고 있어요. 그래서 하나의 미술관인 동시에 캠퍼스 건물이어야 했고, 더 나아가 새로운 문화 공간의 시작을 알리는 관문 같은 역할도 해야 했어요. 캠퍼스에서 광장으로, 다시 외부 캐노피 공간을 지나 내부로 이어지는 흐름은 그런 역할을 자연스럽게 드러내요.

방문객은 별도의 장벽 없이 미술관에 접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특정한 사람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환경이라는 인상을 받게 되죠. 저희는 이 진입의 흐름이 단순한 동선을 넘어, 아테네움 전체의 성격을 보여주는 경험이 되기를 바랐어요.

Q. 미술관의 형태와 입면은 주변과 어떻게 대화하고 있나요?

건물의 형태와 입면, 구조는 캠퍼스의 맥락과 텍사스의 기후에 함께 반응하도록 하나의 시스템으로 구성했어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의 색과 표면은 하늘빛과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을 섬세하게 받아들이며, 건물의 인상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요.

또 갤러리를 들어 올려 만든 외부 공간은 강한 햇빛과 비, 더위 속에서도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열린 그늘을 제공해요. 이 공간은 건물과 풍경, 사람들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잇고, 미술관이 캠퍼스 안에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일상의 흐름 속에서 주변과 관계 맺도록 만들어줘요.

모던한 건축물의 외관, 독특한 패턴과 색상, 낮은 조명 아래에서의 모습.
ⓒ Mauricio Rojas

Q. 이 프로젝트를 통해, 대학 캠퍼스 안의 미술관이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보셨나요?

가장 미래 지향적이었던 점은 STEM 중심의 캠퍼스 안에서 미술관의 역할을 새롭게 상상한 것이었어요. 저희는 예술을 위한 독립적인 목적지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전공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소가 되기를 바랐어요.

이러한 생각은 미술관에서는 비교적 드문 방식으로 투명성과 개방성, 자연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이어졌어요. 작품 보존이라는 기본 조건을 충족하면서도, 소장품의 특성과 교육형 미술관이라는 성격을 바탕으로 갤러리와 캠퍼스의 일상, 인접한 문화 시설 사이에 더 많은 시각적·공간적 연결을 만들고자 했죠.

모던한 디자인의 건물이 저녁 하늘 아래에서 우아하게 서 있는 모습.
ⓒ Mauricio Rojas

그 결과 Crow Museum of Asian Art는 단순히 전시를 담는 공간을 넘어, 호기심과 교류를 이끌고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하는 장소로 자리할 수 있다고 보았어요. 저희는 대학 캠퍼스 안의 미술관이 앞으로 예술과 교육, 일상과 연구가 자연스럽게 만나는 열린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Profile –

검은 배경 앞에 앉아 있는 남성의 초상 사진, 정장을 입고 안경을 끼고 있으며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다.
Morphosis / Arne Emerson

Morphosis / Arne Emerson

Morphosis는 50년 넘게 건축, 도시, 디자인의 경계에서 작업해 온 글로벌 건축·디자인 그룹이다.
공공, 교육, 문화, 상업, 주거, 복합용도 프로젝트와 도시 마스터플랜 등 폭넓은 스케일을 아우르며, 치밀한 리서치와 혁신,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성능 중심 설계를 이어오고 있다.
또한, The Now Institute를 통해 동시대 도시와 사회의 주요 이슈에 대한 디자인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Morphosis 홈페이지 https://www.morphosis.com/


다음 [비욘드 아키]에서는 또 다른 건축물과 또 다른 건축가의 시선으로 프로젝트 너머의 건축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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