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타다오, 한국에서 만나는 건축을 향한 그의 도전들

3월 31일 전시 오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안도 모습 © 고현경

안도 타다오, 한국에서 만나는 건축을 향한 그의 도전들
Tadao Ando, His Challenges to Architecture

글: 고현경 기자 / 사진: 별도 표기 / 자료: 뮤지엄 산

 

그의 손으로 만들어내는 건축물이 언제나 웅장하거나 화려한 것은 아니며, 사람의 편의만을 중시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곳에는 생각보다 빛과 바람이 충문하고, 인간이 꿋꿋이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영감이 고요하게 전해질 것이다.

– 아사다 아키라(비평가)

 

전시 <안도 타다오 – 청춘> 포스터

세계적인 위치에 있음에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건축가, 안도 타다오(이하 ‘안도’)의 전시가 국내 최대 규모로 개최됐다. 한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복합 문화예술공간 뮤지엄 산은 개관 10주년을 맞아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국내 대규모 개인전 <안도 타다오 – 청춘>을 4월 1일 개최했다고 밝혔다. 전시의 이름인 <청춘>은 ‘나이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꿈이 있는 자가 청춘’이라는 ‘사뮤엘 울만’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존재’라는 안도의 건축 철학을 내포한다.

내부 전시 모습 © 권혜주

31일 기자간담회, 방한하여 직접 기자들과 대면
“콘크리트는 인간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재료”

안도 타다오는 노출콘크리트로 미니멀리즘 건축을 보여준 세계적 대가로 국내에서도 유명하다. 제주도 섭지코지의 글라스 하우스(2008), 제주도 본태박물관(2012), 강원도 원주시 뮤지엄산(2013), 서울 종로구의 JJC아트센터(2015), 제주 유민미술관(구. 지니어스 로사이)(2017), 마곡 LG아트센터(2022), 제주 휘닉스아일랜드 2동(2008, 진행 중) 등 9개의 건축물이 국내에 세워져 있으며, 준공된 후에는 국내 건축 관광지이자 답사 명소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건축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건축을 독학으로 수학한 안도는 그만의 콘크리트 구축을 통하여 전 세계 건축계에 충격을 줬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방한하여 31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는데, 그 자리에서 그가 고수해 온 콘크리트 건축물에 대한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는 콘크리트를 “100세 시대에 걸맞은 재료”라 칭했다. 콘크리트는 세계 어디서나 공수해 올 수 있으며, 누구나 쉽게 접하고 구축할 수 있는 자재이기에 긴 시간을 사는 인간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재료라는 것이다. 콘크리트로 만든 수많은 건축물은 건축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을 끄는 데도 성공했으며, 그를 세계적인 대규모 공공건축에 참여할 기회를 주었다. 현재 안도는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도시계획과 국토 계획에도 관여하고 있다(아사다 아키라, “안도 타다오의 스토아학파적 건축”).

그는 2017년 일본 도쿄를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2018), 이탈리아 밀라노(2018), 중국 상하이(2021)&베이징(2021), 대만(2022)에 개인전을 진행했다. 7번째 전시가 한국의 뮤지엄 산에서 진행되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반복해서 공통적인 질문을 던진다. ‘건축이란 무엇이며, 건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의 끊임없는 건축에 대한 도전과 그 결과물들이 바로 질문에 대한 안도 타다오만의 답변이다. 특히, 이번 개인전은 1969년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안도의 전반기 건축 작품부터 30년 동안 걸쳐 완성한 나오시마 프로젝트,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공공 장소에서의 건축 작품들과 2020년 준공한 <Bourse de Commerce> 리노베이션 프로젝트, 그리고 한국에 세워진 그의 작품들까지, 안도 타다오의 건축 세계를 망라하는 대표 건축물 250점을 소개한다.

내부 전시 모습 © 권혜주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총 4개의 섹션 구성
한국 준공작 전시 섹션 별도 마련
국내 건축학과 학생들과 함께 준비한 모형도 전시해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그의 작업은 이번 전시에서 크게 4개의 섹션으로 구분되어 전시된다. 1969년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그의 작품을 보여주는 ‘공간의 원형’, 풍경을 창조하는 그의 도전 정신을 담아낸 ‘풍경의 창조’, 건축의 공공성을 사람들에게 돌려주려는 도전적 공공장소에 대한 제안을 보여주는 ‘도시에 대한 도전’, 오래된 건축물의 보수나 재생을 주제로 그의 독특하고 실험적인 건축적 해석을 보여주는 ‘역사와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공간의 원형’은 1969년부터 1990년대 중반에 이르는 안도의 건축 작품을 선보인다.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일선에서 활동하는 안도 타다오의 건축 작품은 세계 각지에 산재하며, 노출콘크리트란 설계 방식의 일관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도시게릴라 주택 프로젝트>로 다듬어진 안도 타다오의 건축은 빛과 기하학이라는 근원적 주제를 보여준다. 일본의 전통 가옥의 “사이(間)”를 현대화하는 도시건축 작법이나, 상호 관계하는 장소성에 관한 새로운 해석, 독창적인 건축은 공간의 원형에 관한 안도 건축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2부 ‘풍경의 창조’는 풍경을 창조하는 도전 정신이 담겨있는 안도 타다오의 공공건축을 소개한다. 여기서 풍경은 단순히 조경이나 디자인과 같은 근시안적 의미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 함께 공유하는 공동체의 기억이 포함된 개념이다. 안도는 이러한 풍경을 면밀히 성찰하고 독창적인 건축 방식으로 건축가로서 그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대표적인 사례로 <나카노시마 어린이 책 숲 도서관>,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이 소개됐다.

섹션 1_Row House, Sumiyoshi – Azuma House, 1976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섹션 2_Hill of the Buddha, 2015 © Shigeo Ogawa
섹션 3_Ground Zero Project (proposal), 2001 ©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섹션 4_Bourse de Commerce, 2021 © Yuji ONO

 

건축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건축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저는 건축의 본질이 인공과 자연, 개인과 사회, 현재와 과거 등 인간 사회와 관련된 다양한 측면 간의 연결을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람들과 함께 나무를 심고 거리에 자연을 되돌려주는 활동 또한 제게는 건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안도 타다오

 

3부 ‘도시에 대한 도전’에서는 1970년대 도시 게릴라로 출발한 안도의 작업이 변함없는 도전 정신으로 세계 공공장소에서 어떻게 꽃피웠는지를 소개한다. 그는 도시화와 산업화가 증가하면서 사람들에게 ‘공간성’을 느낄 수 있도록 공공 건축에 대한 중요성을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대표적인 사례인 <맨해튼 펜트하우스 III>, <퓰리처 미술관>, <21_21 디자인사이트>, <상하이 폴리 대극장>, <그라운드 프로젝트(계획안)> 등을 통해 안도는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30년에 걸쳐 진행 중인 <나오시마 프로젝트>가 별도로 전시되고 있다.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1980년대 말 시작된 문화 예술 프로젝트로, 산업폐기물로 오염되어 황폐해진 세토 내해의 작은 섬 나오시마를 ‘자연이 풍성한 예술의 섬’으로 재생시키기 위한 것으로, 아름다운 섬을 파괴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공간이다. 당시, 마스터플랜 없이
건축물을 늘려나가는 그의 방식을 통해 마치 자연의 유기체처럼 진화하는 건축물의 풍경을 국내에서 볼 수 있다.

4부 ‘역사와의 대화’에서는 2020년 준공한 <브르스 드 코메르스 Bourse de Commerce>에 이르는 안도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가 소개된다. 그는 자신의 건축을 개별이 아닌 다양한 상황이 입체적으로 개입된 문맥으로 접근한다. 그렇다 보니 안도는 스스로 건축 역사를 이어가는 일부분으로 여긴다. 무엇보다 이러한 태도는 오래된 건축물 보수나 재생을 주제로 하는 그의 독특한 접근법과 장소에서 배어 나오는 역사적 기억과 정신에 대한 존중에서 확인된다. 그의 건축은 변화하는 역사의 장소 속에서 과거, 현재, 미래를 잇는 현대의 공간이 가진 힘을 보여준다.

전시를 소개하는 노은실 큐레이터 © 고현경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한국의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다. 한국 전통 담장과 수로로 인공과 자연의 조화를 보여주는 제주도의 본태 뮤지엄(제주, 2012), 가장 최근 준공되어 주목받고 있는 LG아트센터(서울, 2022) 등 9곳을 소개한다. 특히, 국내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자리에는 3개의 한국 건축학과에서 참여한 모형이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이는 안도가 직접 전시 기획 단계에서 제안한 것이다. 노은실 큐레이터는 “이런 부분을 통해 세계적인 거장인 건축가가 어떻게 세대와 국가를 뛰어넘어 건축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5월에는 안도의 대표작인 ‘빛의 교회’ 축소 버전 파빌리온인 <빛의 공간>이 뮤지엄 산 조각정원에 설치될 예정이다. 전시 개최를 기념하며, 서울과 원주에서 안도 타다오의 건축세계와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방한 강연회도 진행됐다. 특히, 31일 원주에서 진행된 강연회에서는 대략 600여 명이 참석하며 전시에 대한 기대감이 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전시 기간인 4월부터 7월까지는 전문가 강연 및 전시연계 이벤트와 행사가 이어질 예정이다.

 

3월 31일 원주 오크밸리에서 열린 안도 타다오 방한 기념 강연 모습 © 권혜주

뮤지엄 산, 2013 개관 후 매년 20만 명이 찾는 건축예술 명소로
자신이 설계한 공간에서 진행되는 최초 전시회

한편, 이번 전시가 개최된 뮤지엄 산은 한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산속에 감춰진 노출 콘크리트 방식의 미니멀한 건축물이 특징이다. 지난 2013년 강원도 원주시 오크밸리 단지 내 개관한 뮤지엄 산(SAN)은 연 인원 2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는 국내 대표적인 문화예술공간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간(Space) – 예술(Art) – 자연(Nature)을 결합하여 만든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대자연 속에 자리한 문화공간에서 예술의 향유를 통한 ‘힐링’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불어 빛, 공간의 예술가로 유명한 ‘제임스 터렐’의 아시아 최대 규모 작품이 자리한 곳이기도 하다. 한솔문화재단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녀인 故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이 기업의 문화예술활동을 통한 사회공헌을 실현하고자 지난 1995년 설립한 사회공익 성격의 재단이다.

뮤지엄 산 관계자는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공간에서 열리는 최초의 전시회”라며, “단순히 건축가 한 명의 정제된 아카이브 전시가 아니라 건축이 미술사와 미학으로 넘어오는 지점을 살피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인간이 만든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듯, 건축물도 언젠가는 풍화되어 사라질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건축의역사는 이러한 필연성에 저항하는 인류의 노력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추구하는 것은 물질이나 형태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 기억으로 영원히 살아남을 건축입니다.

-안도타다오

 

전시 내부 모습 중 안도 타다오 사무실 사진과 모형 © 권혜주

::이 기사는 월간 건축문화 2023년 5월호(504호)
“레코즈”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2023년 5월호 바로가기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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