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끊임없이 변하고, 업무 공간 역시 그 변화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요구된다. 그러나 건축의 본질은 여전히 ‘사람이 머무르고 움직이는 방식’을 담아내는 데 있다.
푸하하하건축사사무소의 코어 해체 시스템은 전형적으로 중앙에 배치되는 오피스 코어를 과감히 양 끝으로 분리하고, 그 자리에 큰 계단을 두어 층과 층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프로젝트다. 이 계단은 단순한 수직 동선을 넘어 부서 간 협업과 회의가 잦은 의류 회사의 특성을 반영해 적극적인 소통 공간으로 기능한다. 덕분에 복도는 비효율적인 통로가 아니라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전용 면적으로 확장되었고, 순백의 면재와 콘크리트가 어우러진 외관은 성수라는 맥락 속에서도 독창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인터뷰에서는 서울의 순수함과 연결 지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서울은 살아남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든 도시이고, 빠르게 변하며 흔적이 쌓이는 모습 자체가 이미 서울스럽다는 것이다. 코어 해체 시스템은 단순히 효율적인 오피스를 넘어 도시와 사용자, 그리고 시대의 변화와 함께 호흡하려는 태도를 담고 있다.
진행: 김도아
인터뷰이: 한양규 대표
출처: 푸하하하 건축사사무소
“푸하하하 건축사사무소에게
코어 해체 시스템이란 과정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코어가 되다]

2025년 서울시를 대표하는 건축물로 선정 되셨잖아요. 수상하신 소감이 궁금해요.
대상이라고 발표된 당시 팀원들이랑 다 같이 있었어요. 근데 제 입으로 말하기가 너무 어색해서 카톡방에 ‘대상’이라고 썼어요. 다 같이 소리도 지르고 너무 좋아했죠. 저희에게 주는 응원으로 일종의 보상 같았어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멤버들은 주변 지인이나 부모님께도 얘기할 거리가 생기잖아요. 상 받았다고 하면 그래도 회사 잘 다니고 있구나 이런 얘기 들으면 좋잖아요? 상은 그런 것 같아요.
“서울은 사람들이 살아남으려고 모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생존이 목적이 되고,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모습들이 혼란스러워 보였는데, 지금은 그게 가장 서울다운 순수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떤 계기로 2025 서울시 건축상에 프로젝트를 제출하게 되셨나요?
결국 작품을 제출하는 이유는 잘한 일에 대한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기도 해요. 이번 프로젝트는 클라이언트가 큰 기회를 준 작업이었기에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신축으로 1,500평 규모의 사옥을 지을 기회를 얻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웠고, 마지막 결과까지 잘 나왔다면 모두가 기뻐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출품을 결심했어요.

이번 주제가 ‘서울성: 다층 도시’였잖아요. 그렇다면 코어 해체 시스템에는 어떤 서울적인 특징이 담겨 있다고 보시나요?
성수는 점점 비싸지는 땅이고, 여러 중요한 회사들이 모이고, 팝업 스토어가 끊임없이 생겨나는 곳으로 빠르게 변하고 쌓여가는 모습 자체가 이미 서울적이고 한국적인 것 같아요. 저는 건물이 반듯하게 서 있고, 순수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해요. 꾸미지 않아도 되는 건물이 성수에 하나쯤 당당히 자리 잡고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죠. 서울이란 도시가 원래 그런 곳이니까요. 그래서 이 건물은 조금 더 단순해졌고, 기본 바탕이 되는 건물로서 존재하는 게 중요했어요.
[코어Core + 해체Deconstruction]

코어의 형태가 업무 시설에서 많이 쓰는 형태는 아니다 보니 더 주목 받는 거 같아요.
이 건물의 규모라면 중앙에 엘리베이터 두 대만 있어도 충분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면 고객과 직원 동선이 겹치고, 중앙 코어로 인해 오피스가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공용 공간이 사라지게 돼요. 화장실과 휴게 공간도 가운데 몰리게 되면 스피드 게이트와 칸막이가 생기고, 결국 소속감과 편의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코어를 양쪽 끝으로 분리하고, 중앙에는 오히려 큰 계단을 배치했어요.
클라이언트가 의류 회사(디스이즈네버댓)라서 설계에 반영했어야 하는 부분은 어떤 게 있었나요? 부서 간의 이동이 많은 직종이라, 동선 계획도 신경 쓰셨을 것 같아요.
이 회사는 회의와 층 간 이동이 많기 때문에 부서 간의 연결이 필요했어요. 큰 계단을 통해 한 번에 세 층을 오르내릴 수 있도록 해서 층과 층이 자연스럽게 엮이도록 했고, 국내 오피스에서 최소화하는 계단을 오히려 크게 만들어 적극적인 공간으로 활용했어요. 그리고 양쪽 끝에 엘리베이터까지 더해지면서 건물 전체가 거대한 복도로 연결된 거죠. 긴 대지 조건 상 복도가 생길 수밖에 없다면 그 공간을 크게 확장해 전용 면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어요.

“코어 해체 시스템은 단순히 코어를 없앤 게 아닌 비효율적이던 복도를
공용성과 연결성을 가진 적극적인 공간으로 전환한 전략이다.”
많은 고민 끝에 코어의 위치를 선정하셨을 것 같아요. 어떤 과정을 거치며 균형점을 찾아내게 되었나요?
코어 위치를 정하는 과정에서 클라이언트가 믿고 맡겨주신 덕분에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었어요. 계약 후 첫 미팅 때 계단 폭과 천장 계획까지 세워서 갔는데, 계단 폭 1,200mm를 기준으로 계산하다 보니 난간, 손스침, 벽체까지 포함해 전체가 약 3m로 정리되더라고요.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도 3m 모듈 안에 포함 시킬 수 있어서, 오피스를 나누는 단위 체계가 자연스럽게 잡혔어요. 또 구조 엔지니어가 포스트 텐션 보를 제안하면서 기둥이 사라졌고, 덕분에 개방감과 시야가 크게 개선됐죠. 이런 과정으로 코어의 위치와 내부 구조는 효율만 고려한 게 아니라, 실제 사용자들이 편리하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되었어요.
[성수라는 맥락과 건축적 태도]

성수는 벽돌 건물과 솔리드한 건물들이 많잖아요?
맞아요. 성수에는 벽돌 건물이나 솔리드한 건물이 많다 보니, 이번 프로젝트가 더 눈에 띄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저희도 성수라는 지역성을 고민은 했지만, 성수니까 벽돌을 써야 한다는 접근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콘크리트라는 재료가 가진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무겁고 단단한 콘크리트와 가볍고 날카로운 이미지가 함께 있을 때 생기는 대비가 오히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런 접근은 단순히 감성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게 아니라, 회사의 정신을 건축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기도 했어요. “건물을 이렇게 잘 지었으니 이 회사가 만드는 옷도 잘 만들겠구나”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본 거죠. 그래서 덧붙이는 재료도 가장 순수한 백색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때가 타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원래 건물은 더러워지면 청소하는 것이고,
시간이 지나며 생기는 흔적 자체가 건물의 멋이다.”
많은 업무 시설, 상업 공간과 달리 코어 해체 시스템이 가지는 차별성은 무엇인가요?
건물이 두 면의 도로에 접해 있다는 대지 조건이 큰 장점이었어요. 접근이 양방향으로 이루어지니까 차량도 들어오고, 사람도 들어올 수 있어요. 그래서 주차를 한쪽에 집중 시킨 대신, 지하에 선큰 가든을 만들어 빛과 공기를 끌어들였죠. 또, 양쪽으로 계단을 두어 어디서나 사람이 들어올 수 있게 했어요. 그러고 나니 건물은 어느 면에서 봐도 다 똑같이 앞면이 되었고, 포스트 텐션 보 구조로 기둥이 빠지면서 건물이 마치 교각처럼 떠 있는 느낌이 되었어요. 이 프로젝트는 사옥이었기에 브랜드가 저층부에서 시작해 전체로 확장될 수 있어야 했어요. 그런 맥락에서 지하를 주차장으로만 사용하지 않고 사람에게 환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부분은 다른 업무·상업 시설들과는 확실히 다른 차별성을 가지게 된 거죠.

앞에 있는 교각과 비슷해서 주변과 더 어울리는 건물인 거 같아요.
맞아요. 결과적으로 부지 앞에 있는 건물이 성수 고가교와 닮아 보였어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건축물이 때가 타면 앞에 있는 교각과 주변하고 더 잘 어울려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억지로 주변을 고려하고 주변에 있었던 재료를 가져다 끼워 넣어서 설계하려고 하지 않았던 거 같아요. 결론적으로 저는 건물이 올바로 서 있고 솔직하고 담백한 것이 성수하고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함께 해낸 결과물]

건축 외에 시공·감리·인테리어 팀 등과의 협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이번 프로젝트는 건축가, 건축주, 시공사, 감리, 인테리어 팀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한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각자 역할을 잘하는 게 당연한 일인데, 현실에서는 그게 쉽지 않잖아요. 콘크리트는 섬세하게 다루지 않으면 나중에 보수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게 거의 필요 없을 정도였어요. 시공사에서는 먼저 저희에게 “외부 콘크리트를 유리처럼 매끈하게 세우고 싶다”라고 하실 정도로 열심히 노력해주셨어요. 또 COM 덕분에 실내 가구와 조명을 주물하는 업체를 알게 되어, 벽 등과 상부 조명으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디테일까지 만들 수 있었어요. 결국 한 사람의 의지로 완성된 게 아니라, 여러 팀이 서로를 존중하며 섬세하게 맞춰간 결과라고 생각해요. 외부는 단순하고 명확하게, 내부는 사용자를 배려한 디테일로, 또 매장은 화려하고 즐겁게 꾸며져서 건물 전체가 균형을 이루게 되었어요.
“현 시대의 건물은 잘 사용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겉이 멋진 건물이 아닌 모두가 잘 사용하고, 사용 될 수 있는 구조여야 한다.”
건축물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의 모습이나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으신가요?
직원이나 사용자가 실제 사용하는 물건들 크기까지 반영된 공간, 가구 디자인 덕분에 불편함이 적다고 들었어요. 특히 내부에서 고군분투하며 만든 가구와 실내 공간이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 같아요. 창의 간격이 1.5m인데, 그 앞쪽에 스탠 형태의 기둥을 두어 선반을 걸 수 있게 했어요. 블라인드 줄도 그 뒤로 감춰져 실제 공간에 들어가면 시선이 거슬리지 않더라고요. 또 1.5m 간격 사이에는 행거를 맞춤 제작해 수납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했죠. 이렇게 세세한 단위까지 고려하는 것은 결국 사용자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해요.

미래의 서울에는 어떤 공간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한쪽을 버리지 않고 사방으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구조는 저한테 되게 소중해요. 그런 것처럼 구조 계획 시에 그런 고려가 있으면 좋겠어요. 건물의 구조나 어떤 방향성이 있는 게 아니라 특별한 고려와 고민 없이 지어진 것들은 결국에는 가치를 못 찾는 거 같아요.
앞으로 푸하하하 건축사사무소가 하고자 하는 건축은 무엇인가요?
집에 대한 관심이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전세로 살고 있고,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땐 좁은 집에서 지인과 같이 살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서울의 주거 현황을 계속 눈여겨 보게 되네요. 자연스럽게 관심도 가고요. 그리고, 학교 설계공모도 몇 번 도전했었는데, 아직은 좋은 결과가 없어서 다시 도전해보려고 해요. 결국에는 제가 해보고 싶은 걸 해서 사회에도 공헌하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인 거죠. 근데 그만큼 건축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좋아해요. 좀 더 좋게 살고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요.
-Profile-

▲윤한진 대표(좌) ▲한양규 대표(중간) ▲한승재 대표(우)
푸하하하 건축사사무소는 윤한진, 한양규, 한승재, 세 명의 대표 건축사가 공동 설립한 건축사 사무소이다. 늘 낙천적이고 유머러스한 태도로 작업하지만, 이들의 건축은 사뭇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다.
푸하하하 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 https://fhhhfriends.com/
[비욘드 아키]는 건축물 너머에 있는 건축가들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다루는 웹전용 인터뷰 콘텐츠로, 매월 하나의 주제 아래, 3개의 준공 건축물과 설계자 인터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아직 이전 글을 못 보셨다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 [비욘드 아키] Prologue_서울의 건축 지층을 살펴보며
→ [비욘드 아키]Interview_불확실성을 품은 가능성의 공간
→ [비욘드 아키] Interview_도시의 풍경과 건물의 경계를 바꾸는 건축
→ [비욘드 아키] Interview_변화를 마주하는 열린 교육 공간
10월호 [비욘드 아키]에서는 또 다른 주제, 또 다른 건축가들의 시선으로 프로젝트 너머의 건축을 함께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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