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형 아파트와 저층 주거들이 밀집된 송파, 그 경계 인근에 그리드 149가 자리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근린생활시설’이라고 부르는 상가 건물과 저층 주거 형태가 결합한 이 건물은, 주변 건축물과 태생부터 다를지도 모른다. 사람의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근린생활시설이 지어진다면, 그리드 149는 경제적 욕구를 넘어서 도시의 풍경의 흐름을 바꾸고, 풍요로운 일상을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건물에 입체적인 그리드 파사드를 만들고, 매스와 파사드 사이에는 여유 공간(발코니)을 두었다. 이는 거주자에게 보여지지 않을 권리를, 보행자에게는 도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자유를 선사한다. 이 프로젝트는 ‘건축물’이 도시의 구성 요소로서, 다수가 공유하고 누릴 수 있는 공공재의 역할에 충실한 건축물이다.
진행: 박지성
인터뷰이: 고석홍, 김미희 대표
출처: 소수 건축사사무소
“소수건축사사무소에게 그리드 149란, 자발적 공공성이다.”
[연결하는 건축, 소통을 위한 건축]

어떤 계기로 그리드149를 서울시 건축상에 제출하게 되었나요?
이번 서울시건축상은 ‘서울성-다층도시’ 라는 주제였는데요. ‘그리드 149’를 설계할 때 저희의 생각과 서울시 건축상의 주제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번 서울시 건축상이 그 생각을 잘 정리할 기회라고 느껴졌고요. 그리드 149의 대지는 서울의 다양한 면과 선이 혼합된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부분을 건축물에 최대한 반영하고 아쉬운 점은 해결하려고 노력했어요. 서울시 건축상에 프로젝트를 제출할 때 “이런 이야기들을 보여주면 의미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제출하게 되었죠.
그리드 149에 담겨있는 건축가님의 생각이 궁금해 지는데요.
서울시 대부분의 필지(약 80% 이상)는 100평 이하의 면적으로 되어있는데요. 그중 절반 이상의 필지가 주거지역으로 구분되어 있어요. 그래서 서울에서 사는 시민들은 대부분 저층 다가구, 다세대 주택 혹은 요즘 소위 상가주택이라고 부르는 근린생활시설과 다가구, 다세대 조합의 저층 건물들이 만드는 풍경을 보고 살죠. 이런 종류의 건물은 태생이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최대 용적률 확보가 최우선 과제이고, 그러다 보니 도시와 건물의 관계가 거의 없거나 있더라도 일률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리드 149를 설계할 때 도시의 모습, 건물 경계에 대해 많이 고민했죠. 깊이 있는 입면을 통해 건물이 도시에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길 의도했어요. 특히 서측 정면에서 보이는 양면 그리드는 도로에서 그리드149로 향하는 시선의 거리를 넓혀주는데요. 덕분에 보행자는 그리드149 거주자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고 건물을 볼 수 있고, 내부 거주자들은 창 너머의 풍경을 가림막 없이 볼 수 있어요.
“그리드라는 장치를 통해 도시와 건물을 연결하고, 내·외 모든 사람에게 각기 다른 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이 프로젝트의 사회적인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리드 149는 단지형 아파트와 다가구·다세대 밀집지 경계에 있는데요. 대지의 위치가 생각의 시작점이 되었어요. 보통의 서울 시민들은 단지형 아파트에 사는 것을 선호하고, 다가구·다세대는 다소 경제적으로 부족한 이들의 대안 주거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거리를 지나는 동네 분들이 그리드 149 옆 건물을 가리키며 ”저런 게 다가구 다세대 아니냐“며, ”이 건물은 뭐 하는 건물이냐“는 질문을 많이 하신다고 해요. ”다가구 다세대가 이렇게 고급져도 되냐?”고요. 저희는 ‘사회적 고립’이 쟁점이 되는 요즘, 땅과 길에 더 가까이 닿아 있는 소규모 저층 공동 주거가 사회적인 연결과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주거 유형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리드 149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저희가 생각하는 ‘연결과 소통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레이어가 녹아있는 다층 도시]

서울시의 주거 건축의 가능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서울 시민은 모여 사는 주거 단지 형태를 선호하고 있어요. 모여 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주민들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금 서울의 공동 주거에서는 ‘건강한 커뮤니티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어요. 주거 위주의 단지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섞여 있는 동네가 건강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시장 속에도 삶이 있을 수 있고, 공장 지역 속에도 삶이 있어야 하잖아요. 서울은 이미 다층적인 도시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복잡한 동네의 레이어를 삭제하고 크고 단순한 주거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동네의 특성들을 반영한 작고 다양한 집들이 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나아가 규모와 용도에 상관없이 ‘건축물은 공공재’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웃을 위해 배려하고, 동시에 자본의 논리를 무시하지 않는 어려운 과제를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노력하고 있고요. 좋은 도시 풍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축주와 건축가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아마도 건축주를 설득하고 그 가치를 보여주는 역할은 건축가의 몫이겠죠.
“건축주와 건축가의 노력과 배려가 도시를 따뜻하게 만들고, 서울의 풍경을 하나씩 변화시킬 것이라 믿어요.”
[공감받는 건축을 향한 발자국을 남기며]

이번에 새롭게 신설된 ‘신진 건축상’을 수상하신 만큼,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올해가 공식적으로 젊은 건축가로 인정되는 기간(만 45세 이하)의 마지막 해인데요, 그래서 그리드 149의 신진 건축상 수상이 좀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신진 건축상’의 이름에 걸맞게 항상 등장하는 건축가처럼 새롭게 건축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깊이 있는 새로움이었으면 하고요.
건축적인 가치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서울에 가장 많은 다가구·다세대 주택에 주목하고, 건축적인 담론을 가질 기회였어요. 저희에게는 너무 소중한 기회죠.
“신진 건축상 수상은, 젊은 건축가들의 노력에 대한 응원이라고 생각해요.”
소수건축사사무소가 추구하는 건축과 앞으로의 행보에 관해 이야기해 주세요.
‘소수'(프라임넘버) 는 고유성과 보편성을 내포하는 숫자 체계예요. 저희는 각 땅과 그 이용자들을 분석하고 고유성을 확보하며, 도시에는 보편적인 역할을 하는 건축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작년에는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고, 올해에는 서울시 건축상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요즘에는 저희가 설계한 공간을 더 많은 사람이 경험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또 이번에는 좋은 기회로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전 작가로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작업을 진행하면서 많이 고민했던 부분은, 건축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건축을 얼마나 친근하게 느끼는가’ 였어요. 더불어 거대 도시 서울의 ‘서울성’에 대한 고민 역시 많이 하게 되었는데요. 앞으로 서울다운 일상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경험할 수 있는 공감 받는 건축을 하고 싶어요.
-Profile-

SOSU ARCHITECTS
ⓒBRIQUE Magazine
고석홍, 김미희 대표는 2012년 광주폴리Ⅱ 설계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기억의 상자’ 설치 작업을 계기로 협업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2016년에 소수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고 화조풍월, 동심원, 윤슬재, 닷웨이브, 필로미 빌딩 등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도시 조직 안의 작은 단위로서 개별성과 보편성을 지닌 건축을 구축하고자 한다. 2024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주택부문 대상(대통령상), 2023년, 2024년 경기도 건축문화상 사용승인부문 특별상,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고석홍 대표는 남서울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객원 교수로 출강 중이며, 김미희 대표는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 활동하며, 한양대학교 건축학부에서 겸임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홈페이지 www.sosu2357.com
[비욘드 아키]는 건축물 너머에 있는 건축가들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다루는 웹전용 인터뷰 콘텐츠로, 매월 하나의 주제 아래, 3개의 준공 건축물과 설계자 인터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아직 이전 글을 못 보셨다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 [비욘드 아키] Prologue_서울의 건축 지층을 살펴보며
다음 이야기에서는, 프로토 건축사사무소와 건축사사무소 나날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2025. 09. 25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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