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무엇이 도시를 스마트하게 만드는가? – 6. 강원편(1)

What Makes a Smart City?
:: 01 ::

“무엇이 도시를 스마트하게 만드는가?”

1-6. 강원편(1)

 

:: 담론 ::
2023. 03. 21. (화) 진행

:: 참석자 ::
이형재_정림건축 고문
심재군_(주)더드림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연성호_건축공방 대표
최이선_건축사사무소 예인 대표 건축
김혜미_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 연구교수
문성희_아틀리에무이종합건축사사무소 대표

:: 좌 장 ::
김선아_한국건축가협회 스마트도시건축위원장, (주)스페이싱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강원 건축의 여러가지 현안들

 

김선아_____한국건축가협회 강원건축가회 건축가분들을 모시고 강원의 도시와 건축의 현황, 직면하고 있는 현안 문제, 강원다움의 도시와 건축을 알아보는 자리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이형재_____우선 강원도의 도시와 건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강원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수도권과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데도 경제적, 문화적으로 발전이 느립니다. 그 이유는 지리적 여건에 따른 소통의 불편함이 가장 큰 원인이었습니다. 최근 강원도는 특별자치도로 지정되며 고무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데, 행정 수행과 법적 지원 기준을 개선하여 다가올 사업들이 활성화되어 발전을 도모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선아_____최근 들어 특별자치도, 특별자치시 등 지자체 조직에서 ‘특별한’ 행정 제도가 도입되고 있습니다. 제주에 이어 두 번째 사례가 된 강원특별자치도의 지방자치 행정제도 변화가 현안 과제에 어떻게 긍정적으로 녹아들 수 있을까요?

이형재_____강원도가 특별자치도로 지정됨에 따라 주요 규제 대상이었던 환경 분야와 산림 분야, 국방 분야의 여러 법안이 대폭 조정되거나 해제될 가능성에 주시해야 합니다. 강원도는 춘천, 원주, 강릉을 중심으로 발전이 이뤄져 왔고, 동해안 관광을 기반으로 한 속초가 설악권의 관광 자원으로 양양군에서 분리 발전되면서 인구 유입이 많아졌습니다. 강릉은 1975년 영동 고속 도로 개통으로 큰 혜택을 입은 도시이며, 동해와 삼척은 일제 강점기부터 산업화로 다른 지역에 비해 일찍 개발되었으나 해방 이후에는 오히려 성장세가 감소했습니다.

강원도의 인구 감소 문제는 특히 심각합니다. 세계적으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비율이 50%를 넘은 상황입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에는 젊은 세대가 없어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 중 한 가지는 대학을 두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지방 대학의 지원율이 낮아 학생들의 지원을 장려하기 위해 정부 방침으로 지방 대학의 지원정책 등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강원도는 자연환경적 요인으로 영서와 영동으로 확연히 구분됩니다. 춘천은 도청 소재지로 행정 중심지의 역할을 하고, 원주는 특히 수도권과 가까운 이점이 있어 지리적으로도 교통의 편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기업도시 유치를 통해 수도권과 함께 가장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춘천보다도 인구가 많은 상황입니다. 고성과 속초는 설악산의 관광 자원으로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양양은 고속 도로를 통한 수도권 접근성을 바탕으로 해양관광인구가 유입되고 있어 개발에 따른 변화의 가능성이 예측됩니다.

현재 접근성은 강릉과 그 위 지역으로 집중되었으나, 동해남부선 철도와 제천 삼척 고속 도로가 개통되면 동해와 삼척을 중심으로 영동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모하며 산지형 소도시인 도계, 태백, 정선과 함께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선아_____그럼 현재 강원도에서 제일 중요한 이슈는 다른 지역과의 접근성 문제를 개선하는 것인가요?

이형재_____강원도의 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육로 고속 도로의 편익성이 떨어지는 것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동해와 삼척은 일제 강점기부터 석탄산업의 철도를 통해 쌍용시멘트공장, 비철 제련 DB메탈 등의 산업 시설들이 한반도에서 제일 먼저 자리 잡은 지역이었고 묵호항을 통한 물동량과 어항도 번창했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에 접어들며 점차 어민들이 떠나고 석탄산업이 쇠퇴하며 인구 감소가 진행됐습니다. 육로 고속 도로의 개발이 이루어지면 교통 의존도가 높은 산업시설이 다시 활성화될 수 있고, 항구가 개발된다면 국제 관광여객선의 운행이 기대됩니다.

1968년 쌍용시멘트 동해공장 첫 생산_동해문화원
1954년 가동된 삼화제철소(동해시)_동해문화원
묵호항과 등대마을_이형재 회장

문화적인 소양을 기반으로 자리를 잡는 사례를 보며 청년들이 문화의 리더가 되어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토착화된 원주민들의 서비스적인 측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강원도는 넓은 면적에 비해 인구가 150여만 명에 지나지 않아 자연과 관광 자원을 유입하고 자생하며 정착 인구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주요 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선아_____강원도의 권역별 도시들이 지니고 있는 여건을 세세히 짚어 주셨습니다. 이제 건축적인 이슈로 조금 더 들어가서 대화를 나눠 보겠습니다.

김혜미_____저는 제가 살고 있는 지역, 동해와 삼척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거주자의 입장에서는 인프라를 개선하거나 근린시설에 대한 개발 등 거주 환경을 개선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공공이 주도하는 개발은 관광객 유입을 위한 개발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동해는 해군 함대를 비롯한 많은 부대가 있어 군인들이 많고, 산업단지가 있어 인구의 이동이 많은 도시입니다. 그래서 타 도시에 비해 임대 아파트나 회사에서 운영하는 사택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만 거주민을 위한 근린생활시설은 부족합니다. 최근 주거 환경 개선 및 주거 공급 개념으로 공동주택 아파트가 분양되고 있는데, 여전히 임대 아파트가 전체 공동주택 중 30%의 세대수를 차지하며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습니다. 동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아파트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환경이지만, 젊은 세대가 정착하기에는 대도시로의 인프라가 좋지 않고 교육 환경 측면에서도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자녀들의 진학 시기에 맞춰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거주하는 주민을 위한 투자를 통해, 오래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투자나 개발의 방향은 도시 안에 있는 오래된 건축물을 보존 혹은 보수, 개조하여 건축 현황 관리를 고려해야 합니다.

동해시 2차선 도로의 편보도_네이버 지도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 간다면 건축에서 할 수 있는 지역 불균형 해소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과 같은 큰 도시나 계획도시는 공동주택 설계를 하면 4호 조합 이상은 안 된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반면, 강릉에서 공동주택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는 이러한 규제가 없어서 놀란 적이 있습니다. 강릉은 이미 3년 전에 문화도시로 지정되었는데도 경관에 대한 제약이 많지 않아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강릉의 수려한 자연환경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강릉으로 이주한 후 일반 시민의 자격으로 문화도시 관련 프로그램에 많이 참여했는데 도시 및 건축과 관련된 분야에 있어서는 전문가의 참여가 미흡합니다. 여러 단체들이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시민 활동가들과 함께 활발한 소통을 이루며 프로그램을 꾸려 가야 사회문화적으로 성숙한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재군_____저도 강원도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서울의 설계사무실에서 24년간 근무를 하다 춘천에서 설계사무실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경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강원도와 춘천시에서 건축을 하며 각종 위원회의 위원을 여러 해 맡고 있는데, 춘천시가 직면한 문제는 법 제도가 미비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2015년에 규제 개혁 차원에서 도로 사선 제한 규정 및 관련법이 폐지된 이후로 아직 정비가 안 된 상황입니다. 도로 사선 제한 규정은 도로 환경을 위해 건물의 높이 규제를 두었고 전면 도로 너비의 1.8배 이하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었는데, 그 기준이 없어지니 도시계획 마스터플랜이 부재한 채 건축물이 점점 고층화되고 있습니다. 결국 각각의 도시를 제대로 반영한 장기적인 도시의 마스터플랜이 필요한 상황인 겁니다.

김선아_____강원도의 사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는지요?

심재군_____현재는 수변 공간의 경관 기준과 도시계획이 부재한 상황입니다. 강원도는 동해안 해변의 경관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속초 등의 지방 소도시는 일반 상업지역의 택지들이 작고 협소한데, 일반 상업 지역의 높이 규제와 장기 도시계획이 미비하여 다소 무분별하게 고층으로 올라가는 상황입니다. 또, 지방 중소도시의 아파트 문제도 있습니다. 2016년 이후로는 규제가 풀려 춘천, 속초, 강릉 등의 해변가에 고층 건물을 짓는다고 해도 제한할 수단이 사라지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심의위원회가 있으나 재검토를 충분히 진행하지 못하고 통과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현재 속초의 도시경관은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상황입니다. 늦게나마 건축조례로 용적률을 일정 비율 이하로 정했는데, 이조차도 개발하려는 사람들과 경관을 보존하려는 사람들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한편, 구도심 속 고층 건축물이 점차 증가하는 현상은 주차난을 심화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구도심은 과거 주차장법에 따라 건물을 지어 주차장이 없는 건물이 많습니다. 주차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계식 주차장을 설치하고 있으나, 고장이 많고 관리 운영 체계가 부족하여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속초 청초호_네이버지도

정리하자면 도시마다 건축 관련 사업을 관리 및 운영하는 행정 조직의 중심과 장기 마스터플랜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저는 이번에 강원특별자치도로 선정되면서 서울처럼 총괄건축가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총괄건축가 제도를 통해 법제화를 하면 일정 금액 이상의 용역은 발주 전 기획 업무를 진행하며 체계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습니다. 저희 사무실에서는 주로 기획 업무를 하는데, 지역의 기후를 고려한 맞춤형 공사 기한을 정하는 일이나 예산을 책정하는 과정에서 건축 전문가가 투입되어 현실적으로 충분한 설계비를 확보하는 업무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제는 강원도에서 도시계획의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고, 마스터플랜, 도시계획, 경관계획, 공원계획 등 여태까지 부족했던 내용을 바로잡으며 적절한 예산을 수립해야 합니다.

청초호 해안길에서 본 속초해변_네이버지도

건축가들이 건의할 수 있을 겁니다. 도시계획 관련 건축가 위원회 등 협회 측면에서 모여서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 위해 건의를 올릴 수도 있고요.

연성호_____저는 건축공방 사무실을 운영하며 원주지회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심재군 건축사님이 현안 문제를 잘 말씀해 주셨는데, 저는 일관성 없이 바뀌는 정책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자체 단체장이나 중앙 정권이 바뀌면 도시 마스터플랜의 맥락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도시풍경의 변화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춘천에서 태어나 생활하고 있는 제가 보기에 가장 큰 변화는 아파트 골짜기가 생긴 것입니다. 춘천으로 들어서는 도로 양측으로 아파트 봉우리가 생겼고 20년의 시간이 지나며 더 높아졌습니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방지된 부분도 있는데, 춘천에서 가장 역사가 깊었던 초, 중학교가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사례가 있습니다. 공동화된 도심에 아이들이 웃음소리가 들리며 도시에 활력이 생긴 점에서는 공감이 됩니다.

그런데 예전에 강원도에는 G5 도시계획이 있었습니다. 톨게이트 주변의 고은리, 신촌리 지역에 5층 미만의 저층형 아파트를 짓는 계획이었지요. 아직 그 계획이 전면 백지화되지는 않아 주변 지역의 땅값이 높습니다. 한편 그 지역에 강원도청이 들어서면서 용적률을 완화하고 초고층 아파트가 올라가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도시 중심에서 다시 활력이 생기는 계기는 될 수 있지만, 그게 바람직한 도심의 모습일지는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 개발과 보존 사이의 딜레마인 것 같습니다.

김선아_____원도심은 그만큼 시간의 켜가 두터운 곳인데,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느낌도 듭니다.

춘천시 온의동 전경 비교 사진_춘천디지털기록관

연성호_____춘천은 6.25 전쟁을 겪으며 봉의산 줄기를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됐습니다. 그 이전에는 항공대 주변이 오히려 더 번화가였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중심지가 옮겨가는 상황이 되었는데, 좁은 부지에 단지를 만들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도시 외곽으로 단지가 형성되고 도심 공동화 현상이 생기며 오래된 학교들이 폐교 위기로 몰리기도 했습니다.

‘스마트 도시’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보면, 우리는 현재 공공 앱을 통해 대중교통을 수월하게 이용하기도 하는 등 부분적으로는 스마트 도시에 대해 익숙하게 살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그런 관점으로 보면 춘천이 생태환경의 인프라가 가장 잘 구축되어 있는 도시입니다. 석사천을 중심으로 도심 곳곳으로 연결되는 보행로가 있고, 도심에서 석사천으로 연결되는 지류에 산책로가 이어지고 공지천과 의암호로 이어지지요. 더 이상의 환경 개선이 없더라도 그곳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많습니다. 요즘은 서울에서 춘천까지 자전거를 타고 오는 분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연재 <무엇이 도시를 스마트 하게 만드는가?>는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 업로드 됩니다.

 


 

 

 

:: 해당 연재글은 <월간 건축문화 2023년 9월호(508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The interview was published in the September, 2023 recent projects of the magazine(Vol.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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