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페나피엘(Penafiel)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Galeria Gabinete는 건축과 엔지니어링,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의 경계를 넘나들며 공간을 만들어간다. 2010년 설립 이후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긴밀하게 협업하며 기술적 완성도와 미적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들에게 ‘단순함’은 형태를 덜어내는 것이 아니라, 장소와 사용자의 삶을 이해하고 가장 적절한 답을 찾아가는 태도다. 한 도시의 변화를 오랫동안 지켜보며 쌓아온 경험과 다양한 창작자들과의 교류는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을 더욱 넓혀왔다. 서로 다른 분야의 생각이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지고, 그 공간이 다시 사람들의 일상과 도시의 풍경을 변화시키기까지. Galeria Gabinete가 추구하는 건축의 가치와 작업의 방향을 들어보았다.
Interviewee Helder de Carvalho 건축가
Editor 김도아

Galeria Gabinete는 2010년 Penafiel에서 시작해 건축, 엔지니어링,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를 함께 다뤄온 걸로 알고 있어요. 서로 다른 분야를 하나의 사무소 안에서 함께 다루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또 이러한 방식이 프로젝트를 바라보고 발전시키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Helder de Carvalho 처음 사무소를 시작할 때부터 창작 과정을 분야별로 나누고 싶지 않았어요. 서로 다른 분야가 한 공간에서 함께 작업하며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같은 공간에서 일하다 보면 하나의 작업을 여러 관점에서 동시에 바라보고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게 돼요. 이런 자유로운 교류 덕분에 지나치게 경직된 작업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고, 기술적인 요구와 미적인 결과 사이에서도 보다 균형 있는 답을 찾을 수 있어요.
Galeria Gabinete가 말하는 ‘단순함’은 무엇인가요? 형태를 덜어내는 것인지, 복잡한 문제를 명확하게 해결하는 방식인지, 혹은 작업을 대하는 태도에 가까운 것인지 궁금해요.
Helder de Carvalho 저희 회사 홈페이지에도 “우리는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Gostamos de coisas simples)”라는 문장이 있어요. 저희에게 단순함은 특정한 스타일이나 규칙이라기보다 설계를 대하는 태도에 가까워요.
공간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장소를 존중하는 일과 사람들이 그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살아갈지를 생각하는 일이에요. 모든 선택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완성된 결과는 억지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처럼 느껴져야 해요. 저희가 말하는 ‘단순함’은 그런 상태에 가까워요.

Galeria Gabinete의 특징 중 하나는 건축가와 엔지니어가 같은 팀 안에서 함께 일한다는 점인데요. 설계 초기부터 구조와 환경, 설비 등 기술적인 조건을 함께 고민하는 방식이 공간과 형태를 만드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Helder de Carvalho 구조와 건축을 처음부터 함께 고민하면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져요. 엔지니어링을 설계가 끝난 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덧붙이는 과정으로 보지 않고, 첫 스케치부터 함께하는 설계의 일부로 생각해요. 서로 가까이에서 계속 의견을 주고받기 때문에 훨씬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요. 기술적인 조건도 저희에게는 제약이라기보다 설계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예요. 공간이 제대로 구현되고 처음의 아이디어가 시공 과정에서도 흐려지지 않도록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Pick List
Helder de Carvalho‘s 공간 pick
– Largo da Ajuda와 Praça de São Martinho를 잇는 구간
비교적 최근에 조성된 공간인데, 기존 역사 지구와 새로운 도시의 흐름을 연결하면서 시민들에게 또 하나의 도시 진입부를 만들어줬어요.
Galeria Gabinete는 오랫동안 Penafiel을 기반으로 활동해왔는데요. 한 도시에서 지속적으로 작업하며 그 변화를 지켜본 경험은 건축을 바라보는 시선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Helder de Carvalho Galeria Gabinete는 16년 동안 Penafiel의 역사 지구 중심에서 활동해왔어요. 한 도시가 변화하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그 변화에 직접 참여할 수 있었다는 점은 저희에게 굉장히 의미가 커요. 지금의 Penafiel은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의 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생각해요. 세심한 도시계획이 공공공간을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 결과도 이제 도시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한편으로는 완성된 프로젝트를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바라볼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해요. 실제로 사용되는 모습을 지켜보면 무엇이 잘 작동했고 무엇이 그렇지 않았는지를 알 수 있어요.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부분도 있고, 반대로 다시는 같은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을 것 같은 부분도 있어요. 결국 도시를 매일 직접 보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돼요.
Galeria Gabinete는 사무실 안의 Atrium을 전시와 문화 교류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기도 하는 걸로 아는데요. 사무소 안에 다른 창작자의 작업을 소개하고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장소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Helder de Carvalho 저희는 처음부터 갤러리를 우리의 작업을 보여주는 동시에 새로운 창작자들을 맞이할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했어요. Penafiel이라는 도시 자체에도 자연스러운 창작 에너지가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저희 공간을 중심으로 흥미로운 사람들의 관계가 만들어졌어요.
서로 다른 배경과 감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지만, 그들을 이어준 것은 결국 공동체라는 감각이었어요. 갤러리가 오직 그런 관계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생겨난 에너지가 공간을 지속시키고 성장시키는 데 큰 힘이 됐어요.
Sarilhos de Linha ⓒJosé Campos
Retrosaria “Sarilhos de Linha”에서는 공간뿐 아니라 이름과 로고, 그래픽 아이덴티티까지 함께 디자인했잖아요. 그래픽 아이덴티티와 물리적인 공간이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어떤 방식으로 접근했나요?
Helder de Carvalho 이 프로젝트는 정말 하나의 완결된 작업이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사용하는 공간 자체가 코워킹 형태이기 때문에 건축과 그래픽 디자인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작업을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었어요. 서로의 작업을 수시로 확인하고 의견을 주고받다 보니 각 분야가 자연스럽게 하나의 방향으로 모일 수 있었어요. 이렇게 여러 분야가 긴밀하게 연결될 때 결과도 더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건축이 시각적 정체성에 영향을 줬고, 반대로 그래픽 아이덴티티 역시 공간을 만드는 방식에 영향을 줬어요.

Ponto C – Cultura e Criatividade는 하나의 문화시설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도시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 프로젝트로 보이는데요. 이 프로젝트에서 건축과 도시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나 장면은 무엇인가요?
Helder de Carvalho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역사 지구와 새롭게 연결되는 지점이에요. 오랫동안 이 도시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남쪽으로 새로운 길이 열리면서 그 경계가 조금씩 사라지게 됐어요. 이전에는 도시의 뒤편처럼 인식돼 거의 주목받지 못하던 곳이 이제는 Praça de S. Martinho를 바라보는 중요한 전면이 됐어요. 단순히 길 하나가 생긴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 지역을 오가는 방식과 도시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Ponto C – Cultura e Criatividade ⓒIvo Tavares Studio
Casa DP는 Passive House의 원칙과 실제 주거공간의 설계를 함께 다룬 프로젝트인데요. 높은 에너지 성능을 위한 기술적·환경적 요구와 편안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드는 목표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으려고 했나요?
Helder de Carvalho 저희에게 기술적인 요구는 결국 더 나은 공간을 만들기 위한 품질의 기준이에요. 그리고 그 기준은 자연스럽게 편안함과 쾌적함으로 이어져요. 사실 저희는 이 두 가지를 서로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Passive House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건물은 기본적으로 편안한 환경을 제공해야 해요.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을 단순한 유행어나 홍보 문구처럼 사용하는 것도 원하지 않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 공간에 사는 사람이 그 편안함을 직접 느끼는 일이에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무엇을 정하려고 하나요?
Helder de Carvalho 우선 기능 프로그램이 프로젝트의 기본적인 방향을 결정해요. 그다음부터는 프로젝트가 다뤄야 하는 여러 조건과 다양한 엔지니어링 요소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는 과정이 이어져요. 각 프로젝트의 내용은 다르지만 진행 과정은 비교적 비슷해요. 먼저 기본적인 방향과 개념을 설정하는 초기 설계 단계를 거치고, 그 안이 승인되면 인허가 단계로 넘어가요. 이후 실제 시공을 위한 실시 설계를 진행한 뒤 본격적인 건설 단계로 이어져요.

지금까지 다양한 규모와 분야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 아직 다뤄보지 못했지만 앞으로 꼭 작업해보고 싶은 공간이나 프로그램, 프로젝트 유형이 있나요?
Helder de Carvalho 아직 다뤄보고 싶은 주제와 프로젝트가 정말 많아요. 하지만 지금 제 경력의 시점에서 특히 해보고 싶은 것은 도시나 작은 마을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마스터 플랜이에요. 아무리 작은 도시라도 무질서한 개발에는 방향과 충분한 고민이 필요해요. 우연에 맡기거나 장기적인 비전 없이 이루어진 개발은 오랫동안 되돌리기 어려운 결과를 남길 수 있어요. 이것은 단순히 아름답고 아름답지 않은가의 문제가 아니에요. 결국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 다시 말해 삶의 질에 관한 문제예요.
Pick List
Helder de Carvalho‘s 예술 pick
–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례를 폭넓게 참고하는 편
건축과 디자인, 커뮤니케이션은 모두 시각적 정체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돼 있다고 생각해요. 공부하고 실무를 이어가는 과정에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통된 감각이 만들어지고요. 저희는 특정 인물이나 작업 하나를 꼽기보다는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례를 폭넓게 참고하는 편이에요. 다만 분야와 상관없이 꾸준히 눈길이 가는 작업에는 공통점이 있어요. 자신의 작업을 대하는 태도가 진지하고,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에요.
Galeria Gabinete에게 건축은 공간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이자, 사람들의 일상에 응답하는 일이다. 건축의 가치는 눈에 보이는 형태나 기술적 완성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이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에 드러난다. 서로 다른 관점과 전문적인 기술, 세심하게 다듬어진 작은 디테일들이 하나로 어우러져 일상에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 Galeria Gabinete에게 건축은 그렇게 공간과 사람의 관계를 깊이 이해하고,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자료제공 Galeria Gabinete(https://www.galeriagabinete.com)
글 김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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