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의(衣), 식(食), 주(住)’다. 하지만 이 세 가지는 더 이상 생존을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음식을 먹고 공간에 머무르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쫓고, 취향에 맞는 음식과 공간을 누리는 시대가 됐다. TasteSpace는 이에 발맞춰, 맛을 경험하며 이를 음미하기 위한 공간을 디자인한다.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공간뿐 아니라 최상의 음식을 제공하는 법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하나로 연결하기 위해 디자인을 하는 셈이다. 그들이 디자인한 공간은 무엇을, 누구를 위한 공간일까. 인터뷰를 통해 TasteSpace가 지향하는 ‘공간’이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Interviewee Kijtanes Kajornrattanadech 건축가
Editor 박지성

TasteSpace라는 이름에서 ‘Taste’라는 단어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TasteSpace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해 주세요.
Kijtanes Kajornrattanadech 저희에게 ‘taste’는 음식의 맛을 넘어서, 개인적인 취향과 감각, 선호까지 포괄하는 단어예요. 음식과 공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저희의 관심이 그 안에 담겨 있어요. 또 ‘taste’는 ‘test’와 비슷한 발음을 가지고 있잖아요. 저희 이름에 있는 ‘taste’는 실험하고, 아이디어를 시도해보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려는 저희의 태도를 표현하기도 해요.
TasteSpace는 레스토랑, 바, 카페 같은 F&B 공간에 집중하면서, 설계뿐 아니라 브랜딩, 그래픽, 음악, 소품 등 다양한 요소를 아울러 총체적인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TasteSpace가 F&B 공간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Kijtanes Kajornrattanadech F&B 공간이 공간 설계의 통상적인 접근을 넘어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낼 기회를 준다는 점이 재미있는 요소라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레스토랑, 바, 카페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되기를 바라요. 셰프도, 믹솔로지스트도, 바리스타도 모두 손님이 자신이 만든 것을 즐겨주기 바라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공간을 디자인할 때 손님과 음식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사람들 모두의 경험을 함께 고려해요. 이 두 경험 사이의 관계가 F&B 공간을 특히 흥미롭게 만드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CHERRY OLIVE Cocktail Club ⓒAdisorn Ruangsiridecha
TasteSpace는 음식을 단순히 소비되는 것으로 보지 않고, 그 이야기와 문화,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공간적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는 무언가로 접근하고 있네요.
Kijtanes Kajornrattanadech 음식을 이해하는 것은 그 음식이 나온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해요. 저희는 그 이해가 서로 다른 장소의 맥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존중하며 작업할 수 있게 해준다고 믿어요. 이것이 저희 설계 프로세스의 출발점이에요. 또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음식을 어떻게 준비하고 제공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먹는지도 연구해요. 다양한 요리와 식사 방식은 저마다 다른 요소와 먹는 방법을 가지고 있어요. 그 차이를 이해해야 공간의 기능과 사람 그리고 음식이 그 안에서 움직이는 방식을 잘 조율할 수 있어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무형의 요소들을 어떻게 관찰하고 해석하시나요? 맛, 향, 음식 문화, 셰프의 철학처럼 공간 안에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요소들이 어떻게 공간 설계로 번역되는지 궁금해요.
Kijtanes Kajornrattanadech 음식과 그 배경을 리서치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음식의 기원과 의도를 이해하고, 동시에 레스토랑이 자리할 장소의 맥락도 함께 파악하려고 노력해요. 이것이 음식과 공간 그리고 설계를 적절하게 연결하는 토대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다음, 리서치 내용을 공간의 기능과 손님의 경험으로 풀어내요. 이 과정 전반에서 저희는 처음의 아이디어와 셰프 그리고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지키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의 아이디어에 충실한 물리적인 표현을 찾는 거예요. 방콕 서퍼 클럽(Bangkok Supper Club)이 좋은 예예요. 셰프는 방콕의 심야 음식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태국 레스토랑을 원했고, 테라코타 타일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어요. 과제는 익숙한 태국의 이미지에 기대지 않으면서 태국의 감성을 전달하는 것이었죠. 리서치를 통해 저희는 도기를 만드는 흙에 집중하게 됐고, 색과 질감을 타일 형태의 흙다짐 벽(rammed-earth block)으로 재해석해 공간에 녹여냈어요. 이 재료 자체가 익숙한 장식적 기호에 의존하지 않으면서 태국의 감성을 전달하고 새로운 태국적 분위기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XIM Bar, Bangkok ⓒJinnawat Borihankijanan
F&B 공간을 설계할 때 운영적인 측면도 함께 고려한다고 하셨어요. 주방 동선, 스태프 이동, 주문 방식, 서비스 흐름 같은 운영 요소들을 어떻게 리서치하고, 이것들이 실제 설계 과정에 어떻게 반영되나요?
Kijtanes Kajornrattanadech 레스토랑들은 공통적인 운영상의 필요를 공유하지만, 각자 고유한 운영 방식을 가지고 있어요. 저희는 서비스 동선을 분석해, 스태프가 편안하게 음식을 서비스하고 모든 테이블에 효율적으로 닿을 수 있도록 손님 공간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를 파악해요. 음식이 주방을 나오는 지점, 셰프와 팀이 드나드는 곳, 사용한 식기가 되돌아오는 경로를 꼼꼼히 살펴요. 이 흐름을 이해해야 충돌 없이 매일의 업무를 수월하게 만드는 동선을 구성할 수 있어요. 이런 운영적 이해가 공간 전체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줘요.
모든 프로젝트에서 레스토랑이 유도하고자 하는 행동과 경험을 고려하고, 공간이 그것을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요. 예를 들어, 입장 동선에 카운터를 배치해 손님이 잠시 멈춰 셰프의 식사 소개를 듣고 카나페를 즐긴 뒤 다이닝 공간으로 이동하게 할 수 있어요. 또는 웰컴 드링크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를 두어 식사가 시작되기 전이나 일행이 모두 도착하기 전까지 손님이 편안하게 기다릴 수 있게 하기도 하죠. 예상치 못한 공간 사용 방식도 계획과정에서 재미있는 부분 중 하나예요. 그런 순간들은 저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필요나 방식을 드러내 줄 때가 많거든요.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서비스 형식이나 기능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어요.
Nusara, 4th Wall, PAGA 마이크로 로스터리 같은 프로젝트들은 각각 음식과 공간, 이야기와 감각 경험을 연결하는 서로 다른 방식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들을 통해 TasteSpace의 어떤 설계 원칙이나 접근 방식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Kijtanes Kajornrattanadech 각 프로젝트는 저마다의 정체성을 가지지만, “어떻게 하면 이 비즈니스가 잘될 수 있을까?”라는 궁극적인 목표는 모두 같아요. 클라이언트의 브리프를 출발점 삼아, 손님의 여정과 셰프·바리스타·믹솔로지스트의 동선 그리고 스태프의 이동이 서로를 어떻게 뒷받침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도요.
저희가 다룬 프로젝트 중 PAGA 마이크로 로스터리를 예로 들 수 있겠네요.
이 프로젝트에서 첫 번째 질문은, 마이크로 로스터리가 카페나 스페셜티 커피숍의 익숙한 개념을 넘어 “무엇으로 구현될 것인가?”였어요. ‘로스팅 구역을 직접 보지 않아도 손님이 현장에서 커피가 로스팅되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할까?’라는 미션도 있었죠.
모든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재배부터 로스팅, 브루잉까지 전 과정을 따라가며 익혔고, 이 과정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산(The Mountain)’이라는 키워드로 재배자와 로스터, 브루어를 하나로 연결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어요.
PAGA 마이크로 로스터리는 3개층으로 구성됐어요. 여러 개의 층으로 구분됐기 때문에, 커피가 만들어지는 시퀀스에 따라 공간을 구성할 수 있었어요. 최상층은 원두를 보관하고 워크숍을 하는 공간으로, 중간층에는 손님들이 직접 볼 수 있는 로스팅룸으로, 1층은 바리스타의 공간이자 커피를 브루잉하는 마지막 과정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계획됐죠. 로스팅룸은 아래에서 올려다볼 수 있게 중간층 바닥의 일부를 뚫었어요. 파사드를 중간층 절반 높이까지 내려 외부 전선을 가리면서도 실내로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게 했고, 번잡한 도시 환경 속에서 차분한 외관을 만들었어요.
PAGA 마이크로 로스터리는 분위기와 실제적인 해결책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제품과 사람, 장소에 관한 저희의 질문들이 어떻게 완성된 공간의 구성과 성격으로 발전하는지를 보여주는 프로젝트죠.
NAMBA, Korat ⓒJinnawat Borihankijanan
TasteSpace는 태국을 기반으로 다양한 F&B 공간을 만들어왔어요. 작업을 통해 ‘태국다운 공간’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생겼나요?
Kijtanes Kajornrattanadech ‘태국답다’는 감각이 무엇인지는 아직 탐색 중이에요. 태국의 정체성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졌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일상을 통해 계속 진화하고 있으니까요. 저희는 지역의 지식을 새로운 아이디어와 공간 구성에 적용하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가고 있어요. 식습관이 구체적인 하나의 예예요. 사람들이 음식을 먹는 다양한 방식이 좌석 구성과 공간 활용 방식에 영향을 미쳐요. 특히 가족처럼 함께 음식을 나눠 먹는 문화는, 사람들을 비슷한 방식으로 모아주는 공간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줘요.
TasteSpace가 생각하는 음식은 소비재를 넘어서 하나의 경험이자 공간적 확장을 돕는 매개체다. 그리고 음식을 담고 소비할 수 있는 ‘공간’은 경험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그 안에서 먹고 마시는 행위를 통해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 다양한 감각과 만나게 되며 공간은 그 만남을 기억으로 남을 수 있게 해준다.
결국 TasteSpace가 지향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음식 그리고 그 음식의 배경을 공부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공간에 담기는 요소의 기원과 의도를 이해하며 동시에 장소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그 두 가지를 연결하는 일. 그 일이 TasteSpace가 하고자 하는 일이다.
자료제공 TasteSpace(https://www.tastespace.co/)
글 박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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