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는 오랫동안 중심으로 기능해 온 장소가 있는가 하면,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에서 조금씩 멀어진 장소도 있다. 그러나 도시의 앞과 뒤를 구분하는 경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하나의 건축물이 들어서고, 새로운 길이 열리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익숙했던 도시의 풍경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기도 한다. 포르투갈 페나피엘(Penafiel)에 자리한 Ponto C – Cultura e Criatividade(이하 Ponto C)는 바로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한때 도시의 뒷면으로 여겨지던 장소에 새로운 문화적 중심을 만들고, 역사 지구와 주변 지역 사이의 관계를 다시 연결한다. 이곳에서 건축은 단순히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흐름을 새롭게 조직하는 역할을 한다.
주변 녹지에 스며드는 듯한 녹색 코르크 외벽, 기존 농장 건물의 흔적을 간직한 카사 다 카투라, 그리고 외부의 차분한 풍경과 대조를 이루는 짙은 붉은색 공연장까지. Ponto C는 서로 다른 재료와 공간의 대비를 통해 건축을 경험하는 방식을 섬세하게 조율한다. 방문객은 광장에서 로비로, 공연장에서 정원과 산책로로 이동하며 건축과 도시, 자연이 이어지는 순간을 마주한다. Galeria Gabinete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고민한 것은 하나의 문화시설을 완성하는 일을 넘어, 건축이 도시와 사람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들이 Ponto C에 담아낸 공간의 의도와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을 들어보았다.
Editor 김도아
▼ List ▼
→ [도시의 뒷면을 새로운 앞면으로]
→ [풍경에 스며드는 건축]
→ [공간을 따라 펼쳐지는 하나의 공연]
[도시의 뒷면을 새로운 앞면으로]

– Ponto C는 페나피엘의 새로운 문화 거점이자 도시 구조의 변화를 이끄는 프로젝트로 소개되고 있어요.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했을 때, Ponto C가 도시 안에서 어떤 역할을 하길 기대하셨나요?
처음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부터 단순히 페나피엘에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데 그치고 싶지 않았어요. 도시 구조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랐죠. 도시 남쪽 지역으로 향하는 새로운 진입로와 연결 관계를 만들고, 도시가 체계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오랫동안 페나피엘을 두고 ‘도시가 반으로 나뉘어 있다’고 이야기해 왔는데,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 싶었어요.
동시에 역사 지구와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만들고자 했어요. 이를 통해 기존 도시 조직의 방향을 새롭게 전환하고, 과거 도시의 ‘뒷면’으로 여겨지던 장소를 상 마르티뉴 광장(Praça de S. Martinho)을 향한 새로운 ‘앞면’으로 바꾸고자 했죠.
“처음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부터 단순히 페나피엘에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데 그치고 싶지 않았어요. 이 건축물이 도시 구조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랐죠.”
– 오랫동안 도시의 경계처럼 인식되던 장소를 변화시키면서 남쪽 지역과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 것 같아요. 건축을 통해 이러한 도시의 단절을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셨나요?
도시의 단절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기존 지형의 높낮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건물의 큰 규모가 외부에서 그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고, 녹지와 목련나무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도록 계획했죠. 기존 건물이 있던 자리에는 새로운 질감과 기능을 더했어요. 특히 녹색 스프레이 코르크 마감재가 중요한 역할을 해요. 이 재료는 바라보는 각도와 빛의 양에 따라 색감이 달라지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식생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의도했어요. 이러한 공간적 변화는 역사 지구와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역할도 해요.


“기존과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을 수용해야 했지만, 동시에 오래된 건물에도 새로운 역할과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외벽만 남기고 내부는 모두 철거하기로 결정했어요.”
– 한때 도시의 ‘뒷면’으로 인식되던 장소가 이제는 상 마르티뉴 광장을 향한 새로운 정면이 되었어요. 이러한 전환을 설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방문객이 공간을 따라 이동하면서 경험하는 과정과 그들을 맞이하는 방식이었어요. 진입 광장은 방문객을 맞이하는 하나의 카펫과 같은 역할을 해요. 사람들이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동선을 따라 이동하고, 공간에 몰입할 수 있도록 계획했죠. 이러한 경험은 외부와 내부의 의도적인 대비로 이어져요. 로비를 지나 공연장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공연장은 마치 격식을 갖춘 옷으로 갈아입은 듯한 모습이에요. 짙은 붉은색을 사용해 공간에 따뜻함을 더하고, 방문객을 맞이하도록 했어요.
[풍경에 스며드는 건축]

– 기존 건축물의 구조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기능과 재료를 더한 방식이 인상적이에요. 무엇을 남기고 어디에 개입할지 결정할 때 어떤 기준을 세우셨나요?
프로젝트 초기부터 기존 건축물을 재건하고 활용하는 것이 설계 조건 중 하나였어요. 원래 이 건물은 농장의 중심 건물로, 주거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었죠. 기존과는 전혀 다른 프로그램을 수용해야 했지만, 동시에 오래된 건물에도 새로운 역할과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외벽만 남기고 내부는 모두 철거하기로 결정했어요. 그 안에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두 번째 공연장을 마련했죠. 이 공간에는 농장의 이름을 따서 ‘카투라(Caturra)’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새롭게 들어서는 다른 건축물의 규모가 상당한 만큼, 기존 건물은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하고자 했어요. 지붕의 형태와 기존 개구부를 유지하고, 외관에는 중립적인 질감의 마감재를 사용했죠. 기존 건물이 지닌 존재감과 흔적을 존중하기 위한 선택이었어요.
– 건물의 규모가 상당한데도 주변 녹지와 목련나무 사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모습이 인상적이에요. 이 정도 규모의 문화시설이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 어떤 점을 고민하셨나요?

기존 지형과 녹색 외장재를 활용해 건물의 시각적인 규모감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내부와 외부가 실제로 연결되는 방식에도 집중했어요. 지하 1층에서는 정원과 야외 공연장으로 직접 이어지도록 계획했어요. 이 동선은 카발룸(Cavalum) 방향의 산책로까지 연결돼요. 단순히 건물을 자연 속에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시설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이 주변 자연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하고 싶었어요.
– 녹색 코르크 외벽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요소예요. 이 색상과 재료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 식생과 어떤 관계를 맺길 기대하셨나요?
스프레이 코르크와 녹색을 선택한 것은 외벽에 새로운 질감과 변화하는 표정을 부여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이 재료는 주변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해요. 바라보는 각도나 빛의 양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에, 하나의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 외벽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죠. 시간이 흐르면서 건물의 녹색도 조금씩 변화하고, 주변 식생과 건물을 감싸고 있는 녹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기대했어요.

– 코르크 외벽은 빛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표정이 달라져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져요. 이러한 재료의 특성이 건물의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주길 바라셨나요?
처음부터 재료를 통해 건물의 규모감을 줄이고 싶었어요. 한 가지 확실했던 건 건물을 흰색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죠. 녹색은 주변 풍경과 건물을 연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떠올린 색이에요. 어느 방향에서 건물에 접근하더라도 그 뒤로 커다란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녹색 풍경이 펼쳐져 있거든요.
하지만 이 녹색이 단순히 하나의 균일한 색으로 보이길 원하지는 않았어요. 멀리서 보면 하나의 색처럼 느껴지더라도, 가까이에서는 다양한 색감이 드러나길 바랐죠. 나무의 잎도 자세히 보면 모두 다른 녹색을 띠잖아요. 햇빛이나 바람에 따라 색조가 달라지기도 하고요.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인 셈이죠. 스프레이 코르크는 두 가지 색조를 함께 사용할 수 있었어요. 녹색 위에 갈색을 한 겹 더 입혀서 외벽에 한층 입체적이고 조형적인 질감을 만들었죠. 건물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러한 미묘한 차이와 변화를 느낄 수 있어요.
“녹색은 주변 풍경과 건물을 연결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떠올린 색이에요. 어느 방향에서 건물에 접근하더라도 그 뒤로 커다란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녹색 풍경이 펼쳐져 있거든요.”
[공간을 따라 펼쳐지는 하나의 공연]

– Ponto C에는 공연장, 카사 다 카투라(Casa da Caturra), 전시 공간, 카페, 야외 공연장, 정원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모여 있어요. 서로 다른 기능들이 하나의 문화시설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어떤 동선과 공간 구성을 고민하셨나요?
프로그램 자체는 명확했어요. 그래서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이 유형의 건축물에서 필요한 두 가지 동선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가였죠. 하나는 일반 방문객을 위한 공용 동선이고, 다른 하나는 운영과 기술적인 업무를 위한 내부 동선이에요. 두 동선은 명확하게 구분되어야 했어요.
이를 바탕으로 로비를 방문객이 모이고 각 공간으로 이동하는 중심 공간으로 설정했어요. 이 부분이 해결되면 나머지 공간의 관계도 훨씬 명확해지거든요. 사실 이것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과제이기도 했어요. 방문객은 자신이 어디로 들어왔고, 현재 어디에 있으며, 어떻게 나가야 하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공간 안에 방향을 인식할 수 있는 기준점이 필요하죠. 로비와 연결 공간 어디에 있더라도 자신의 위치와 이동 방향을 파악할 수 있도록 계획했어요.
– 방문객은 주 출입구에서 로비와 매표소를 지나 공연장과 카사 다 카투라로 이동하게 돼요. 이러한 진입 동선을 통해 어떤 첫인상과 기대감을 만들어내고 싶으셨나요?
건축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예술처럼 사람에게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건물을 발견하는 경험도 사실 내부에 들어서기 훨씬 전부터 시작돼요. 사람들이 건물에 다가오는 과정 자체가 공간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죠. 그래서 주변 광장과 진입 광장에 도달하기 전의 넓은 공간이 중요했어요. 진입 광장에는 로비까지 이어지는 동일한 마감재를 사용해 공간의 흐름을 연결했죠.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로비의 넓은 공간감과 외부와의 대비가 편안함을 느끼게 해요. 상부 로비는 외부로 향하는 개구부를 작게 두어 필요한 풍경에만 시선이 집중되도록 했어요. 반면 아래층으로 이어지는 로비는 외부로 시원하게 열려 있어요. 같은 로비이지만 층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개방감을 경험하게 되는 거죠. 이처럼 서로 다른 공간적 대비를 통해 다양한 감각을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특히 메인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이러한 대비가 절정에 이르러요. 예상하지 못했던 장면이 펼쳐지는 만큼 놀라움도 더욱 커지죠.
“건축이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예술처럼 사람에게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건물을 발견하는 경험도 사실 내부에 들어서기 훨씬 전부터 시작돼요. 사람들이 건물에 다가오는 과정 자체가 공간에 대한 인상을 형성하죠.”
– 녹색 코르크 외관과 달리 공연장 내부에는 짙은 붉은색을 사용해 따뜻하면서도 집중도 높은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공연 전후로 사람들이 모이는 이 공간의 색채와 분위기는 어떻게 결정하셨나요?
공연장의 색채와 분위기는 건물 외관과 뚜렷한 대비를 이루도록 계획했어요. 공연장이 마치 격식을 갖춘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이길 바랐죠. 짙은 붉은색을 사용한 것도 관객을 맞이하는 공간에 따뜻한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서였어요. 전통적인 공연장의 색채와 분위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비록 이 건물이 현대적인 건축물이지만, 오래된 공연장이 지닌 고전적인 표현 방식은 여전히 매력적이고 오늘날에도 충분히 유효하다고 생각해요.


– Ponto C는 단순한 문화시설을 넘어 도시의 방향과 사람들이 문화를 경험하는 방식까지 새롭게 구성하는 프로젝트처럼 보여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오늘날 지역 문화공간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으셨나요?
문화 공간은 다양한 역할을 하지만, 그중에서도 도시와 주변 환경의 성장과 구조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Ponto C의 경우 역사 지구와 가까이 있다는 점이 특히 중요했어요. 실제로 개관 이후 주변에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늘어나고, 새로운 활동이 자리 잡기 시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레스토랑과 바가 생겨났고,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공연 전후로 주변에 더 오래 머물며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죠.
문화공간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해요. 때로는 아무런 목적 없이 걷다가 우연히 문화공간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생각이나 감상이 시작될 수 있거든요.
– Profile –

Galeria Gabinete / Helder de Carvalho
Galeria Gabinete는 2010년 포르투갈 Penafiel에서 설립된 건축사사무소로, 건축을 중심으로 엔지니어링,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서로 다른 분야를 하나의 창작 과정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설계 초기부터 건축가와 엔지니어가 긴밀하게 협력해 기술적 요구와 미적 완성도 사이의 균형을 추구한다.
Galeria Gabinete가 지향하는 ‘단순함’은 형태를 덜어내는 미학을 넘어, 장소의 맥락과 사용자의 삶을 이해하고 공간의 본질을 찾아가는 설계 태도에 가깝다. 오랜 시간 Penafiel을 기반으로 도시의 변화를 지켜보며, 완성된 공간이 실제로 사용되는 과정에서도 배움을 얻고 있다. 이들에게 건축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도시와 사람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관계를 맺고 변화하는 과정이다.
Galeria Gabinete 홈페이지 https://www.galeriagabinete.com
다음 [비욘드 아키]에서는 또 다른 건축물과 또 다른 건축가의 시선으로 프로젝트 너머의 건축 이야기를 함께 들여다볼 예정입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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