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축비평의 회복, 세 번째 장을 열다
11월 28일 대한건축사협회 1층 대강당에서 개최된 ‘한국 건축 비평의 회복’ 세 번째 세션이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행사는 건축 비평가들이 한국 건축의 내실을 다지고, 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새로운 건축가를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마련됐다. 시각적 이미지 중심으로 소비되고 휘발되는 한국 건축의 현재를 돌아보며, 신진 건축가 발굴과 건강한 비평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취지다. 세 번째 세션의 비평 대상은 매스스터디스 조민석 건축가로, 비평은 남성택 건축가와 현명석 건축가가 맡았다.
건축가 집단의 목소리,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한 때

본격적인 비평에 앞서, 김진애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이 환영사를 전했다. 김진애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은 국내 건축 설계의 장이 국내 건축가보다 해외 건축가에게 더 열려 있는 점, 공공 건축 예산의 불합리한 배분 등을 언급하며 이와 관련된 건축가들의 집단적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비평회가 다양한 건축가들의 의견을 모아낼 기회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며 환영사를 마무리했다.
남성택 건축가의 <군도, 별자리, 건축적 항해>


ⓒ 마실와이드 편집팀
첫 발표자인 남성택 건축가는 조민석 건축가의 작업을 <군도, 별자리, 건축적 항해>라는 주제로 해석했다. 조민석 건축가의 작업은 여러 프로젝트가 하나의 지향점으로 모이기보다, 작업을 따라가다 보면 느슨하게 그려지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는 서펜타인 파빌리온의 120개 조합 실험을 ‘우연처럼 보이는 필연의 구조’로 분석하며, 이것이 조민석 건축가 작업의 핵심적 성질이라고 설명했다.
남성택 비평가는 건축가 조민석의 작업을 겉으로는 무심하게 흩뿌려진 흔적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물리적 조건과 작가의 의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마이클 하이저와 리처드 세라의 예술 작품을 나란히 놓고 설명하기도 했다.
현명석 건축가의 <물량, 그러나 부드러운, 공세 혹은 후퇴>


두 번째 발표자인 현명석 건축가는 <물량, 그러나 부드러운, 공세 혹은 후퇴>라는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가 먼저 꺼낸 것은 ‘양(量)’의 문제였다. “매스스터디스의 작업 목록은 이미 방대하고, 작업마다 형식과 스타일도 크게 다르다.”라며, 이 다양한 작업을 하나의 스타일로 묶어내려는 시도가 오히려 매스스터디스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명석 건축가는 원불교 원남교당의 표면과 보이드의 흐름을 따라가며 이야기했다. 그는 이 건축이 ‘특정한 한 장의 ‘대표 사진’으로 환원되는 기념비적 덩어리가 아니라, ‘레이어로 구성되는 풍경’임을 강조했다. 또한 주한 프랑스 대사관 프로젝트는 원본·복제·역사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을 문학과 영화의 사례와 연결하여 현대 건축에서 사실과 허구가 얽히는 특수성을 짚었다.
건축 비평 회복의 장, 2026년에도 계속 된다

사단법인 서울 건축 포럼이 준비한 ‘한국 건축비평의 회복’은 2026년에도 이어진다. 2026년 2월에는 박천강 건축사사무소의 박천강 건축가와 다이아거날 써츠의 대표 김사라 건축가를 대상으로 비평의 장을 펼칠 예정이다. 두 건축가의 비평은 송률, 강현석 건축가가 맡는다.
비평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자리는 결국 건축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자리와 겹쳐 있다. 군도 사이를 항해하는 건축가와 그 사이의 바다를 앞으로 어떻게 건너갈 것인지는 포럼 이후에도 긴 여운으로 남을 질문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비평의 자리가 만들어져서 한국 건축의 장이 더 넓고 깊어지기를 바란다.
자료제공
사단법인 서울건축포럼
기사
박지성 기자(jspark@masilw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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