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은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그 안의 건축은 시간의 흐름을 품은 채 고요히 서 있다. ‘Forest Edge Café’는 그런 숲의 리듬 속에서 태어난 건축이다. 강원도 홍천의 산자락, 숲과 마을이 맞닿은 경계에 자리한 이 건물은 자연을 배경으로 삼기보다, 그 일부로 스며드는 방식을 택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건축가는 땅의 높이, 나무의 결, 빛의 방향 같은 자연의 언어를 읽으며 건축의 형태를 빚어냈다. 단정한 경사지붕과 반복되는 목재 트러스는 숲의 질서에 응답하고, 계절과 시간의 변화에 따라 표정을 달리한다. 구조의 논리와 감각의 리듬이 만나는 지점에서, 건축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머무름의 방식’을 제안한다.
‘Forest Edge Café’는 숲의 모서리에 놓인 하나의 틈이자, 인간과 자연이 다시 연결되는 장소다.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고, 빛의 결을 바라보는 일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건축이 자연과 함께 호흡한다는 사실을 체험하는 순간이다.
진행: 김도아
인터뷰이: 김선형 건축가
출처: Frame Works
“Frame Works에게 FOREST EDGE CAFE란
서양의 구조와 한옥의 감각이 만난 지점이다.”
[숲의 모서리에서 시작된 건축의 언어]

숲의 경계에 자리한 ‘Forest Edge Café’를 구상하실 때, 공간의 핵심 개념은 무엇이었나요?
이 건축은 강원도 홍천 남면의 숲과 산 사이에 자리한 대지에서 시작됐어요. 의뢰하신 부부께서 제 이전 프로젝트인 ‘Tahoe Cabin’을 보고 연락을 주셨는데, 두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진행됐지만 목구조와 공간의 논리를 이어가는 하나의 연속선 위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Forest Edge’에서는 무엇보다 숲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대지는 산자락에 있고, 주변은 완전히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어요. 그래서 이 건물이 숲을 가르는 경계가 아니라 숲의 일부처럼 작동하길 바랐어요. 인위적인 형태를 만드는 대신 땅의 높이와 숲의 결을 따르며, 숲의 한 모서리가 자연스럽게 건축으로 이어지도록 말이에요.
“숲을 가르는 경계가 아니라, 숲의 일부처럼 작동하길 바랐어요.”
프로젝트명인 ‘Forest Edge’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Forest Edge’는 단순히 숲을 배경으로 한 카페가 아니라, 숲의 연장선 안에 놓인 하나의 틈 같은 공간이에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이 자연을 둘러싸거나 분리하지 않고, 그 경계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즉, 건축이 숲을 ‘감상하는 장소’가 아니라, 숲과 함께 호흡하는 매개로서 존재하길 바랐어요.

[목재가 만든 구조, 감각이 쌓은 질서]

목재는 공간의 분위기나 이용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었다고 생각하시나요?
목재는 이 프로젝트에서 구조적 재료이자 감각적 매개였어요. 숲의 색과 질감, 그리고 빛의 변화를 실내에서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길 바랐고, 그 역할을 목재가 해줬어요. 목재의 온도감과 결의 방향성은 이용자에게 시각 이상의 감각을 열어주며, 공간을 보다 ‘가까이 있는 자연’처럼 느끼게 해줘요. 저는 재료가 단순히 기능을 수행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과 장소 사이의 정서적인 관계를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목재의 표면과 질감이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시나요?
시간이 흐르며 목재의 표면은 변색되고, 빛과 공기에 따라 질감이 달라져요. 이런 변화는 공간에 생명감을 부여하고, 건축이 자연과 함께 살아간다는 인상을 만들어줘요. 그 변화는 완성된 형태를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연과 교감하는 과정의 흔적이에요. 결국 목재는 구조나 마감 이상의 역할을 하며, 사람과 숲을 이어주는 장치로 작동해요.

“완벽한 도면을 구현하기보다,
현장의 불확실성을 설계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방식이에요.”
시공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지역 시공사는 주로 카탈로그 전원주택 위주로 작업하던 곳이어서, 커스텀 구조물을 현장에서 정밀하게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서 설계 단계부터 이를 고려한 공법을 제안했어요. 공장에서 중목 구조 프레임을 선제작(OSC)하고, 현장에서는 그 사이를 경골 목구조로 채워 넣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적용했어요. 시공의 한계와 오차를 억제하기보다는, 그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구조적 리듬을 찾는 접근이었어요. 또한 각기 다른 수종의 색과 결을 맞추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스테인 톤을 조색했어요. 습식 공사와 건식 공사가 만나는 구간에서는 예상치 못한 오차도 있었지만, 그런 변수를 조율하는 과정이 건축의 완성도를 결정했어요. 저는 이런 과정을 ‘프레임워크(Framework)’의 사고라고 생각해요. 완벽한 도면을 구현하기보다, 현장의 불확실성을 설계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방식이에요.
[빛과 시간 속에서 완성되는 공간]

외부와 내부가 이어지는 흐름을 구현하기 위해 어떤 설계적 장치를 사용하셨나요?
열림과 닫힘은 인위적인 조형 장치보다는 시선의 흐름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숲을 향한 커튼월에서 중정을 향한 커튼월까지 같은 리듬으로 목재 프레임을 세우고, 나머지 면은 단단히 닫아 숲에서 실내로 이어지는 시선의 흐름을 또렷하게 했어요. 그렇게 함으로써 숲에서 시작된 시선이 건축 내부를 지나 중정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만들어졌어요. 결국 ‘열림’은 조형이 아니라, 숲에서 실내로 이어지는 시선의 설계 결과예요. 여기에 목재 프레임이 반복되며 빛이 통과하는 간격을 더 또렷하게 하고, 그 틈이 내부와 외부의 밀도를 조율했어요. 이 건물의 개방감은 투명한 벽의 시각적 효과에서 출발해, 구조가 만들어내는 리듬으로 완성돼요.
빛과 계절의 변화가 건축물의 인상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이 건축물은 고정된 인상보다 변화 속에서 완성돼요. 여름에는 나무 잎사귀 그림자가 건물을 덮고, 겨울에는 낙엽이 사라지며 빛이 깊게 스며들어요. 이런 변화는 단순한 외부 조건이 아니라, 향과 천창의 조합으로 설계 초기부터 계산된 흐름이에요. 시간이 지나며 내부 목재의 색이 서서히 바래고 그림자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공간은 매일 다른 표정을 갖게 돼요. 완성된 순간보다 시간이 지나며 쌓이는 느린 변화 속에서 건축은 비로소 편안하게 자리를 잡아요.
“건축이 숲을 ‘감상하는 장소’가 아니라,
숲과 함께 호흡하는 매개로서 존재하길 바랐어요.”

‘Forest Edge Café’를 통해 얻은 설계적 통찰이나, 앞으로 이어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현장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서양식 중목구조의 구법과 모듈이 전통 한옥의 ‘8자’ 구조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는 점이에요. 아침 햇살이 낮게 비치던 날, 그 비례와 결구가 만들어내는 감각이 한옥의 공간적 깊이와 겹쳐 보였어요. 서양식 목구조는 합리적이고 표준화된 시스템이지만, 그 안에서도 한옥의 공간 질서와 감각을 이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꼈어요. 앞으로는 서양식 목구조의 합리성과 한옥의 여유로운 공간성을 함께 다루는 방식을 실험해 보고 싶어요.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히 하나의 건축을 완성한 경험이 아니라, 서로 다른 두 건축 언어가 만날 수 있는 새로운 접점을 발견한 순간이었어요.
-Profile-

건국대학교와 미국 미시간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 후 시카고 Skidmore Owings and Merrill에서 다수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고,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목구조 중심의 작업을 이어왔다. 대표작 Tahoe Cabin은 미국 아키타이저 건축상을 수상했으며, Forest Edge는 한국건축가협회상,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대상,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했다. 대한민국 건축사이자 미국건축사(AIA)로서, 전남대학교 건축디자인학과에서 건축 설계와 이론을 중심으로 교육 및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Frame Works 김선형건축연구소 홈페이지 https://frameworks.kr/
[비욘드 아키]는 건축물 너머에 있는 건축가들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다루는 웹전용 인터뷰 콘텐츠로, 매월 하나의 주제 아래, 3개의 준공 건축물과 설계자 인터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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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욘드 아키] Prologue_숨 쉬는 건축, 나무의 온도
→ [비욘드 아키] Interview_나무의 결이 머무는 곳, 문화의 결이 이어지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주)GA건축사사무소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2025. 11. 13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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