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진평동 삼거리에 위치한 깃티는 스테이 아키텍츠가 설계한 독채형 스테이이다. 삼거리 모퉁이 땅이라는 의미의 경남 방언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진평왕릉과 한옥, 농경지로 둘러싸인 조용한 입지 조건을 갖고 있다. 대지 조건에 맞춰 본채와 별채를 경계 쪽에 배치하고 마당을 두어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계획했다. 본채는 도로를 향해 긴 매스를 두어 진입 과정에서 차별성을 주었고, 박공 지붕과 평지붕, 노출콘크리트와 목구조를 혼합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입면을 완성했다. 마당과 중정을 중심으로 한 공간 구성은 작은 규모에서도 다양한 시각과 채광을 확보하며, 머무는 동안 자연과 건축이 만드는 변화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진행: 김도아
인터뷰이: 홍정희 대표
출처: 스테이 아키텍츠
“스테이 아키텍츠에게 깃티는 하나의 결로 이어진 건축 경험이다.”
[경주의 모퉁이에서 시작된 이름과 장소성]

ⓒ Kiwoong Hong
프로젝트에 들어가기 전 어떤 컨셉을 만들지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아요.
처음 프로젝트를 맡았을 때 경주의 지역성에 대해 고민했어요. 설계부터 감리, 브랜딩, 조향, 가구와 조명 디자인까지 전반을 담당했기 때문에 건축에서 작은 브랜드 요소까지 일관된 언어를 유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흔히 경주하면 떠오르는 한옥이나 신라 유적에서 벗어나, 대지의 형상과 분위기, 주변 건물에서 컨셉을 도출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지역성 표현이라고 생각했죠.
‘깃티’라는 이름이 참 독특하게 느껴져요.
네 갈래 도로가 만나는 교차로 모퉁이에 있는 대지는 반듯하지 않고 삼각형에 가까운 모양이 특징이에요. 이 부분을 이름에 반영해 장소성을 표현하고 싶었고, ‘기티’라는 말이 경북 방언으로 ‘귀퉁이’를 뜻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발음과 표기도 단순해서 이름으로 적합하다고 느꼈고, 조금 더 한국적인 로고를 만들고자 최종적으로 ‘깃티’라는 이름이 생겨났어요.

ⓒ Kiwoong Hong
대지를 처음 보셨을 때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대지는 산지에서 내려오는 농경지의 마지막 필지라 비가 오지 않아도 주변의 물이 유입되더라고요. 또 보존녹지지역이라 건폐율이 20%에 불과해 개발 조건은 그리 좋지 않았고요. 하지만 주변 환경은 독채 숙소를 짓기에 적합했어요. 주요 관광지와 멀지 않으면서도 조용했고, 한옥과 농경지가 드넓게 펼쳐져 있어 가을이면 황금빛 들판이 인상적이었죠. 또 대문 앞에 진평왕릉이 있어 마당처럼 산책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어요.
[한옥의 맥락을 현대적으로 담은 건축]

ⓒ Kiwoong Hong
건물 배치를 할 때, 한국적인 건축 요소를 반영하셨다고요.
지붕의 재료와 형태, 구조 방식, 그리고 두 동의 배치까지 모두 한옥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건물은 철근콘크리트를 사용해 구조의 질감을 드러냈고, 지붕은 한옥의 기와 지붕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검은색 골강판을 적용했어요. 대문 영역은 금속 구조를 부분적으로 활용해 투과성을 가진 간살 지붕을 만들었는데, 한옥의 문간채처럼 내외부를 구분하는 경계 역할을 하도록 했어요. 건폐율 20%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건물을 도로면에 붙여 배치했는데, 이는 한옥의 대문처럼 내부와 외부를 분리하면서 동시에 중정을 향한 사적인 공간을 만드는 방식이었어요.

ⓒ Kiwoong Hong
설계 시 활용하신 목재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다면요?
목재에서 파생된 전통 재료인 종이죽과 한지를 활용해 벽부등과 플로어 램프를 제작했는데, 이는 전통건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과정과 같은 맥락이에요. 여기에 나무의 향을 담은 조향 작업까지 더해져 공간 경험 전반이 깃티라는 장소를 표현할 수 있었어요.
“깃티 주변의 한옥 맥락을 현대적으로 반영해
기존의 마을 풍경과 어울리도록 고민하다.”
[머무는 경험과 건축가의 고민]

ⓒ Kiwoong Hong
깃티는 단순한 숙소를 넘어 하나의 분위기를 제안하는 공간처럼 보여요. 공간을 만들면서 가장 공들인 작업은 무엇인가요?
깃티의 설계에서 중요한 것은 경주와 진평왕릉이 가진 시간의 깊이, 주변 농경지와 산의 맥락을 표현하는 일이었어요. 그래서 콘크리트 송판 거푸집의 질감, 대문 지붕의 간살, 내장재까지 목재의 띠가 켜켜이 쌓여 전체를 이루도록 계획했어요. 송판무늬가 찍힌 노출콘크리트는 공간에 깊이를 더하고, 동시에 브랜딩 요소로 이어졌어요. 실제로 깃티의 브랜드 패턴이나 사인물에도 반영됐고, 자체 제작 조명과 조향 작업에도 연결됐어요.
“스테이는 처음부터 명확한 정체성과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
설계 과정 중, 예상보다 오래 걸린 부분이 있었나요?
토목과 기초 시공 과정이 특히 오래 걸렸어요. 산지에서 내려오는 물길이 대지에 모여들다 보니 몇 달에 걸쳐 빗물과 지하수 유입 상황을 살펴야 했어요. 추가적인 배수 공사를 진행하고 대지 레벨과 기초 높이를 조정하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어요.

ⓒ Kiwoong Hong
주거 공간의 설계와 스테이(숙소)의 설계의 다른 부분은 어떤 점일까요?
주거 공간은 조금 부족해도 시간이 쌓이면서 거주자의 취향으로 완성되지만, 스테이는 처음부터 명확한 정체성과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건축 분위기, 수용 인원, 시설 위치나 구성에 따라 투숙객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상의 사용자를 설정하고 그에 맞는 설계를 해야 하죠. 또 주택이 기능성과 효율성을 우선한다면, 스테이는 단기 숙박을 위한 공간이기에 조금 불편하더라도 심미성과 공간 경험의 감각이 더 중요해요.
-Profile-

STAY Architects
공간의 ‘본질적 가치’와 ‘변화하는 가치’에 대해 고민한다. 유행에 따라 공간은 객체로써 평면적으로, 시각적으로 소비되기도 하며 건축의 타입 또한 변화하지만 사람은 둘러싼 물리적 공간을 주체적으로 인지하며 그 안에서 불변의 건축 요소를 추구한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사람의 두발은 땅에 닿아 있다는 신념으로 스테이 아키텍츠만의 건축, 나아가 가능성을 세우고자 하며 개인의 경험이 장소와 소통하기를 원한다.
홈페이지 stayarchitects.com
[비욘드 아키]는 건축물 너머에 있는 건축가들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다루는 웹전용 인터뷰 콘텐츠로, 매월 하나의 주제 아래, 3개의 준공 건축물과 설계자 인터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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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욘드 아키] Prologue_지역의 색이 담긴 스테이
→ [비욘드 아키] Interview_밭담 길 풍경이 스며 있는 오후
다음 이야기에서는, 사막 위에서의 숙박 경험을 제공한 슈이시-마이크론 아키텍츠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2025. 08. 22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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