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여행과 오늘날의 여행은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과거의 여행이 ‘떠나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여행은 ‘머무르는 것’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워케이션, 한 달 살기처럼 평소에 살아보고 싶었던 지역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자쿠지나 실내 수영장같이 내가 원하는 집의 모양을 가진 스테이에서 하루이틀을 온전히 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오늘날의 여행은 비일상의 공간에서 일상을 보내는 것이 되었다.
하나의 공간에 오래 머무르게 된 만큼 공간이 주는 감각적 경험도 중요해졌다. 단순히 미학적으로 좋은 공간을 넘어서, 얼마나 새로운 일상을 경험할 수 있는가가 오늘날 스테이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이번 비욘드 아키에서는 이런 여행의 흐름에 발맞춰 지역적 특징이 담긴 스테이 세 곳을 소개한다.
이 스테이들은 건축이 ‘장소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하고, 그에 대한 고유한 방식으로 답한다. 각기 다른 기후와 풍경, 재료와 맥락 위에 지어진 이 세 곳은 ‘그곳에만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곳에 머문다는 것은 그 지역을 가장 밀도 높게 경험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잠자는 공간을 넘어서, 머무는 경험 자체가 여행이 되는 스테이. 지금, 지역의 색을 담은 스테이를 만나보자.
진행 : 박지성
스테이 오후 (STAY OOHHOO)
|건축사사무소 소헌 (SOHUN Archietcts & Planners)

바람이 많은 제주는 바람의 흐름에 순응하는 건축의 형태를 한다. 다공성의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돌담, 경사지붕과 낮은 층고의 건축이 그 예다. 스테이 오후도 이런 제주 건축의 모습을 오롯이 담고 있다. U자 모양의 두 동의 건축물로 구성된 스테이 오후는, 과거 제주의 주택 형태인 안거리와 밖거리의 형태를 차용하여 현대적으로 해석됐다. 또한 건물 내부에서는 시원하게 펼쳐진 밭과 군데군데 솟아있는 오름도 즐길 수 있다. 시원한 바람, 땅의 모양을 그리는 밭담, 그리고 현대적으로 해석된 제주 건축의 모습까지. 이곳은 사람뿐만 아니라 제주의 풍경도 함께 머무는 공간이다.
깃티 (Gitti)

경주 관광지를 벗어나 한적한 마을에 들어서면 삼각형 모서리 땅 위에 자리 잡은 깃티를 볼 수 있다. 깃티라는 단어는 ‘귀퉁이’를 뜻하는 경북 방언인 ‘기티’라는 말에서부터 시작했다. 땅의 모습 그대로를 표현하고 싶었다는 건축가의 의도처럼 땅의 모양에 따라 이름을 짓고, 대지의 경계를 따라 두 동이 얹어졌다. 깃티는 한옥의 요소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풀어낸 건축물이다. 한옥의 ‘문간채’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본채를 횡 방향으로 정면 배치하고, 문간채에서 볼 수 있는 대문 위까지 이어지는 지붕의 맥락까지 차용했다. 또한 빛이 들면 노출콘크리트 입면에 지붕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시시각각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 낸다. 과거 한옥의 건축 요소와 현재의 감각이 조화롭게 스며든 공간, 깃티는 땅의 형태와 지역의 언어에서 출발해 새로운 건축적 경험을 제안한다.
중웨이 사막 다이아몬드 호텔 (ZhongWei Desert Diamond Hotel)
|슈이시 – 마이크론 아키텍츠 (SHUISHI – Micron Architects)

중웨이 사막 다이아몬드 호텔은 중국 텅거르 사막의 남동쪽, 샤 자치구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은 ‘별의 고향’으로도 불릴 만큼 밤하늘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인데, 그중에서도 텅거르 사막은 별을 감상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호텔은 별이 반짝이는 모양을 빌려, 다이아몬드 모양의 호텔로 디자인되었다. 객실은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호를 이루며 배치되고 중앙에는 호텔의 편의시설과 공용공간이 자리한다. 그 앞으로는 기다란 삼각형의 수공간이 있어, 입체적인 다이아몬드 한 조각이 사막 위에 놓인 듯한 인상을 준다. 호텔의 입면에는 삼각형 모양의 크고 작은 조명 박스가 설치되어 밤이 되면 찬란한 은하수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을 만들기도 한다. 이곳에서의 머묾은 드넓은 사막의 고요함과 광활함, 그리고 건축이 선사하는 빛의 경험을 통해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감각의 여정을 만들어낸다.
뒤에 이어질 콘텐츠에서는 스테이 세 곳을 건축가의 시선에서 소개한다. 제주의 풍경을 담은 스테이 오후, 땅의 모양과 전통 건축의 흐름을 새긴 깃티 그리고 ‘별의 고향’이라는 별명을 건축으로 표현한 중웨이 사막 다이아몬드 호텔까지. 인터뷰를 통해 이 곳에서만 경험 할 수 있는 머무름의 여정에 함께 해보자.
[비욘드 아키]는 건축물 너머에 있는 건축가들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다루는 웹전용 인터뷰 콘텐츠로, 매월 하나의 주제 아래, 3개의 준공 건축물과 설계자 인터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8월 인터뷰 콘텐츠 일정 안내]
- 2025. 08. 08 : 건축사사무소 소헌
- 2025. 08. 21 : 스테이 아키텍츠
- 2025. 08. 22 : 슈이시-마이크론 아키텍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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