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상도리에 자리한 스테이 오후는 건축사사무소 소헌이 설계한 스테이형 숙소이다. 주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을 향한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곳은 기존의 밭담과 어우러지는 입면, 바람을 고려한 낮은 지붕선, 그리고 두 개의 동과 중정이 만드는 유기적인 공간 구성은 머무는 이들에게 조용한 휴식의 리듬을 선사한다. 도로와 접한 방향은 최소한의 개방감만 유지하고, 밭이 펼쳐진 서측을 향해 열린 창은 제주의 풍경을 천천히 끌어들인다.
스테이 오후에 머무는 사람들은 사방에서 스며드는 자연의 감각 속에서 마음을 느슨하게 풀어낼 수 있다. 일상의 시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익숙한 편안함과 낯선 새로움이 공존하는 공간 안에서 자신만의 리듬을 찾을 수 있다.
진행: 김도아
인터뷰이: 양현준 대표
출처: 건축사사무소 소헌
“건축사사무소 소헌에게 스테이 오후는 또 다른 일상이다.”
[제주에서의 시작, 그리고 ‘오후’가 품은 풍경]

ⓒ 윤준환
스테이 오후는 어떤 계기로 시작된 프로젝트인가요?
지인을 통해 제주에서 스테이를 운영하고 싶어하는 건축주를 소개 받아 시작된 프로젝트예요. 처음부터 정해진 부지가 있었던 건 아니라서, 스테이 오후가 생기기까지 정말 다양한 사이트를 찾아보며 주변 여건과 건축 가능 조건들을 꼼꼼히 검토했어요. 한 가지 조건을 만족하면 다른 부분에서 제약이 생기곤 해서, 꽤 오랜 시간 찾았어요. 그렇게 여러 가능성을 살핀 끝에 지금의 상도리 부지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지역이 제주도인 만큼 기후나 재료, 풍경이 설계에 영향을 많이 끼쳤을 거 같아요.
아무래도 그러한 원인들로 인해 외부 마감재를 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어요.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고,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리며, 재료 본연의 물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재료를 찾고자 했죠. 그래서 도로에서 보이는 정면은 제주 밭담과도 어울리는 현무암 자연석을 마감재로 사용했어요. 제주도는 바람이 강한 지역이라 집을 낮게 짓는 방식으로 자연환경에 대응해 왔어요. 스테이 오후의 지붕선도 그러한 맥락 속에서 마을 풍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신경 썼어요.

ⓒ 윤준환
스테이 오후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제주다움’이란 어떤 것이었나요?
다른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지만, 제가 생각하는 ‘제주다움’이란 그 장소가 가진 주변 환경과 얼마나 조화롭게 어우러지는가에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상도리에서는 기존의 돌담이나 동네 풍경을 이루는 밭들의 전경과 스테이 오후와의 조화를 어떻게 이룰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땅의 흐름을 따라 완성된 형태와 관계]

ⓒ 윤준환
대지에 레벨 차이가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맞아요. 설계를 시작하면 언제나 대지 분석을 먼저 하게 되는데요, 이 부지는 도로를 따라 남북으로 약 1.5m 정도의 레벨 차이가 있었어요. 그 자연스러운 높낮이에 맞춰 두 동을 나누어 배치했고요. 결과적으로 그 경사에 순응하면서도 안정적인 형태가 되었어요.
건물은 두 개의 동과 중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배치는 어떤 논리에서 출발했나요?
두 개의 동으로 구성해달라는 건축주의 요청이 있었어요. 스테이를 위한 건물이기 때문에 각각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었고, 도로변의 시선을 차단하면서도 두 동이 서로 간섭 받지 않도록 독립적인 배치를 고민했어요. 도로를 등지고 서측의 밭 풍경을 건축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중정을 계획했고, 그에 따라 내부 공간을 구성했어요.
대지가 시각적으로 개방되어 있는데 프라이버시는 어떻게 확보하셨는지 궁금해요.
실 배치 단계를 할 때 부터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했어요. 대지의 동측은 도로와 접해 있어서 개방을 최소화했고, 반대로 서측은 넓게 펼쳐진 밭과 자연 풍경이 있어서 그 방향으로는 시원하게 열어주었어요. 전체적인 유리창으로 자연을 깊이 들이되, 서로 마주 보는 두 동 사이에는 프라이버시가 유지될 수 있도록 U자형 중정을 만들었고, 어긋난 배치로 시선이 직접적으로 닿지 않도록 했어요.
“마치 예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건축이 제주다움이라 생각한다.”
[머무는 이의 시간과 건축가의 기억]

ⓒ 윤준환
머무는 공간을 설계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요소는 무엇이었나요?
머무는 공간은 크게 일상을 담는 집과 스테이 오후처럼 여행자의 일시적인 쉼을 위한 공간으로 나뉜다고 생각해요. 쉼을 위한 공간 안에서는 물론 기본적인 안락함과 쾌적함도 함께 고려되어야 해요. 설계를 하면서도 비일상적인 공간이지만 머무는 동안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그 균형을 지속적으로 고민했던 것 같아요.
“스테이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머무르는 동안 리프레시를 하는 공간으로
평소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님은 스테이 오후의 어떤 공간을 제일 좋아하세요?
도로에서 정면으로 바라보았을 때의 입면 부분이 가장 좋았어요. 현무암 자연석으로 쌓은 입면과 지붕선이 주변 밭담과 어울리며, 도로 경사를 따라 두 동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모습이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건축물처럼 느껴졌거든요.

ⓒ 윤준환
완공 후 사용자의 반응도 들어보셨어요?
완공 이후에는 스테이 오후에서 머물러본 분이 또 다른 프로젝트를 의뢰하러 찾아오신 적도 있었어요. 종종 제주를 방문해 스테이에 묵는다고 하셨던 육지의 건축주 부부셨어요. U자형 중정이 인상 깊었고, 머무는 동안 너무 편안하고 쾌적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로 인해 스테이로서의 본래 목적을 충실히 해냈다는 생각이 들어 건축가로서 큰 보람을 느끼게 되는 프로젝트가 되었어요.
-Profile-

SOHUN architects & planners
제주대학교와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을 졸업하고 이로재에서 실무를 했다. 제주도에서 공공건축가로 활동했으며, 제주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사물과 공간, 사람이 가진 본래의 것을 존중하며 각각이 관계 맺고 녹아드는 지점으로 천천히 나아가며, 건축이 완공으로 끝나지 않고 융화되어 사람의 삶과 함께할 수 있도록 한다.
[비욘드 아키]는 건축물 너머에 있는 건축가들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다루는 웹전용 인터뷰 콘텐츠로, 매월 하나의 주제 아래, 3개의 준공 건축물과 설계자 인터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아직 이전 글을 못 보셨다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 [비욘드 아키] Prologue_지역의 색이 담긴 스테이
다음 이야기에서는, 한국적인 해석을 귀퉁이에 쓴 스테이 아키텍츠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2025. 08. 21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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