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건축학을 전공하였고 현재는 여행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여행과 일상을 담는 유튜브 채널 ‘원지의하루’를 운영 중이며, 2019년에는 책 <제 마음대로 살아보겠습니다> 를 출판하기도 했다.
건축학과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건축학과를 다니던 시절의 이원지 님은 어떤 건축학도였는가?
사실은 어릴 적 부터 미술을 좋아하여 미대를 가고 싶었다.
그러다 이과를 가게 되었고 공대 중 가장 예술적으로 보이는 과가 건축학과였다. 효율적인 공간, 동선, 기능이 바탕이 되는 디자인에 흥미를 많이 느끼는 편이었고, 대학교를 가서 배운 건축 설계도 적성에 잘 맞았으며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진 않았다. 딱 평균의 학점으로 졸업했고, 바로 건축사사무소로 입사했다. 배울 때처럼, 마찬가지로 설계라는 일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회사 생활은 힘들었다. 퇴사 후 다양한 분야의 일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여행 크리에이터’로 현재 15만 구독자를 가진 유튜버다. “원지의 하루”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시작하게 되었는가?
건축사사무소 퇴사 후, 스타트업 창업을 했었다. 여러 성과도 있었고, 이에 따라오는 실패도 있었다. 그렇게 2년 쯤 보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우울증 비슷한 것이 찾아왔다. “우울”은 내 주변에 자리를 잡고 떠나지 않았다. 모든 게 부질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방에 틀어박혀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이때, 위안을 줬던 것이 바로 “유튜브”였다. “유튜브”의 세계는 “우울”들을 들여다 보지 않도록 해줬다. 어떻게 해도 우울할 것 같다면 결과보다 과정을 즐겨보기로 결심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유튜브에 나의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이 이어져서 “원지의 하루”가 되었다.


여행 콘텐츠의 시기가 한 때 굉장히 범람했었다. 그 안에서 유튜브 “원지의 세계”만이 가진 콘텐츠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원지의 세계”를 구독하는 많은 분들이 “공감”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 공감은 ‘나도 저렇게 여행할 수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다. “원지의 세계” 영상들은 특별하기 보다는 일상적인 부분의 공감으로 구독자의 감성을 건드린다고 생각한다. 적당히 돈을 쓰고, 적당히 무서워하고, 적당히 현지인과 어울려 놀기도 하는 부분에서 친근감이라는 공감을 불러낸다. “원지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모습을 “K-관광객”이라고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갑자기 다른 일을 선택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는가.
퇴사를 결심했을 당시 생각했던 것이 ‘딱 1년만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마음대로 살아보자’라는 마음이 컸다. 일 하던 어느 날, 건축사사무소에 앉아 점심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자신의 10년 뒤 모습도 생각해보게 됐다. 아마 똑같이 여기에 앉아서 점심 시간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당시, 어리고 약간의 무모했던 것도 있었기 때문에 퇴사를 하면 1년 정도는 마음대로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1년이라는 조건을 걸어 두니 두려움보다는 1년 안에 결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고, 이게 곧 실행력으로 옮겨졌다. 두려움은 크게 없었다. 그렇게 퇴사 후에 그 1년이 2년이 되고, 지금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건축을 전공한 것이 현재 일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가.
실제로 건축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삶은 없을 것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변에 무슨 과를 갈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건축학과를 가보는 건 어때?”라고 조언하곤 한다. 건축을 공부하고 나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정말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먼저, 과제를 위해 익힌 그래픽 프로그램 작업 경험을 통해 프리랜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을 할 수 있었다. 팀으로 과제를 했던 수많은 경험은 스타트업에 도전할 때 팀원과 원활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마찬가지로 설계 수업에 수없이 해왔던 크리틱 발표 경험은 창업과정에서 투자자들에게 아이디어를 더욱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유연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해줬다.
최근에는 인테리어 내장 목수 일을 배우기도 했는데, 공간에 대해서 도면을 볼 줄 알고 3차원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이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이렇게 꼭 건축 설계는 꼭 그 일을 직업으로 삼지 않아도 삶을 살아가는 다양하고 재밌는 ‘잔기술’이 두 배 정도는 늘어난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스스로 ‘다른 학과를 전공했으면 지금쯤 어떤 모습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건축학과를 택했던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
장단기 목표는 무엇인가.
최근에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언제까지 유튜브를 할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물론 취미로는 꽤 오랜 시간을 이어왔고, 계속해서 운영할 예정이지만 본업이자 직업으로서의 의미는 또 다르다고 생각한다. 유튜브를 하며 우울증을 이겨낸 만큼 내가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한, 계속 하고 싶기에 다시 취미로 하는 것이 장기 목적이다.
공간 브랜딩에 워낙 관심이 많아 목수일도 배웠고 앞으로는 내장 인테리어 공부도 계속해 나아갈 예정이다. 가능하다면 대학원과 같은 곳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좀 더 쌓아 보고 싶다. 목수에 도전하는 과정도 영상 콘텐츠로 유튜브에 올렸는데 많은 분들에게 응원을 받았다. 유튜브는 삶을 영상으로 담아가는 공간인 만큼 다양한 도전을 하는 모습도 계속 영상으로 남겨 기록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혹은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전해달라.
건축이라는 분야는 미술, 심리학, 공학, 창의력 등 모든 분야가 필요한 일이다. 이런 일인 만큼 좋은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설계 일을 그만둔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지만 돌고 돌아 결국 다시 공간 브랜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늦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훨씬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스타트업 창업, 프리랜서 디자이너, 유튜버, 여행작가, 목수, 해외취업 등의 경험으로 얻는 것은 ‘자신감’이다. 무슨 일이든 (성공-실패와 상관없이) 자신의 힘으로 홀로 쌓아온 일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 것임을 배웠다. 잠시 헛수고라고 생각될지도 모르는 그 모든 경험이 언젠가는 모두 나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원지의 하루>
인스타그램 : www.instagram.com/im1g/
유튜브 : www.youtube.com/c/WonjiLeeLife
블로그: m.blog.naver.com/wjwjhaha
인터뷰 진행: 고현경 기자 / 자료제공: 이원지
::이 인터뷰는 월간 건축문화 2021년 11월호(486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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