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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무엇이 도시를 스마트하게 만드는가? – 2. 전주편
The Role of Digital Tools in Enhancing Your Lifestyle

[연재] 무엇이 도시를 스마트하게 만드는가? – 2. 전주편

What Makes a Smart City?
:: 01 ::

“무엇이 도시를 스마트하게 만드는가?”

1-2. 전주편

 

:: 담론 ::
2022. 09. 16. (금) 진행

:: 참석자 ::
조창호_주.이상건축 건축사사무소 대표, 한국건축가협회 전주.전북지회장
강미현_건축사사무소 예감 소장
김정수_주.두리건축사사무소 대표
박혜진_ON건축사사무소 소장
정성일_인터아키건축사사무소 소장,
조창호_주.이상건축 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채가을_가을건축사사무소 소장
홍지숙_홍지건축사사무소 소장 (가나다 순)

:: 좌 장 ::
김선아_한국건축가협회 스마트도시건축위원장

 

 

정체성을 가진 도시, 전주

 

김선아_____ 전주(全州)를 ‘온고을’로 부른다고 들었습니다. 한자명을 순수한 우리말로 풀이한 것이면서, 그 자체로 참 정겨운 느낌을 주면서 그 안에 전주가 지닌 문화적인 정체성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강미현_____어어느 지역이든 도시나 건축의 문제는 중앙 정부 혹은 지자체의 정책 방향이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전주도 예외는 아니지요. 최근에 전주의 도시 행정을 총괄하는 시장이 바뀌면서 그간 시행해오던 정책들도 다른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어, 전주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상황에 있습니다. 새로운 정책 기조를 보면 기존 도시 건축의 보존 중심에서 개발 중심으로 변화를 일으키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자체 행정 수반들의 정책 기조가 보존이든 개발이든 시민을 위한 도시를 조성하겠다는 데 목적을 두고 있겠지만, 과연 그 정책 기조를 풀어가는 방식이 진정 시민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그것을 판단하고 도시를 구성하는 각계의 전문가와 시민사회 공동체의 인식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시야를 좁혀서 건축계의 현실을 보면 이런 현안에 대해 침묵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죠.

조창호_____ 현 현 전주 시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전국의 모든 프로젝트를 직접 눈으로 보고 재정을 운영한 경험이 풍부합니다. 폭 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전주의 도시 건축 환경을 어떻게 꾸려가야 하는지 정책 방향을 비교적 뚜렷하게 가진 행정가입니다. 시장이 도시재생에 대해서 “도시재생은 도로 포장을 잘 해서 차량을 잘 다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걸어서 도시 곳곳을 다니며 문화적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전주는 예술 문화 도시라고 하지만 미술관 공연장 등 문화예술 공간의 접근성이 약한 편입니다. 이런 시설들을 생활권 안으로 끌고 들어오게 하겠다는 것이 시장의 의지인 셈이지요.

그림 1. 역사문화도시 전주,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 나간다(출처: 김해뉴스)
그림 2. 조선후기 전주지도 , 보물 전주지도 (全州地圖)(출처: 국가문화유산포털)

 

 

전주라는 도시의 생태계

 

김선아_____시장의 의지가 그렇다면 더욱이 건축계의 의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전주는 구도심과 신도시가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듯합니다. 그런 가운데 전주의 경제적 생산성이나 활력을 주는 주요 산업 생태계는 그리 활발한 것 같지 않네요.

조창호_____전주의 경제는 그리 활발하지 않습니다. 특히 전주는 제조업이 취약한 소비도시입니다.

그림 3. 진주시청(출처: 진주시청)
그림 4. 전주팔복예술공장, 역사문화도시 전주,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 나간다(출처: 김해뉴스)

김선아_____ 전주가 소비도시라면, 전주에서 소비를 하는 사람들, 즉 도시의 시민들에 맞게 도시의 영역은 지금 어떻게 형성이 되어있는지 궁금합니다.

조창호_____전주와 서쪽으로 김제시가 인접하여 있는데, 김제는 농업법인이 300개가 넘는 지역입니다. 농업법인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농지를 사들이기가 아주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농지 매입비용의 90%까지 빌릴 수 있고, 20년을 거치할 수 있으니 그냥 사는 겁니다. 그러면서 몇 개의 법인이 모여서 농사를 지을 수도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개인 입장에서 이렇게 농지가 운영되어도 괜찮다는 겁니다. 그런데 국가는 농촌의 이런 상황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이니 국가적 산업으로 자리 잡아도 리드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농촌에 대한 보조금사업과 기타 지원사업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시 건축의 형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성일_____지방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주를 비롯한 주변 지역의 도시 산업환경의 생태계를 보면 눈에 띄는 산업적인 원동력을 찾아보기란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김선아_____전주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삶이 도시의 일상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나요? 일반적으로 어느 도시나 주거, 각종 학교, 기업들이 그 도시 안에 있을 터인데, 전주가 소비도시라면 외부에서 들어와서 소비가 이루어져야 도시가 유지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조창호 전주의 자생적 생산성을 굳이 산업이란 개념으로 소비도시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방금 언급하신 것처럼 외부의 유입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한옥마을 활성화에 무게를 실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선아_____전주의 산업 생태계 활로를 한옥마을에서 찾을 만큼 한옥마을이 끼치는 경제적인 영향이 크다는 건가요?

조창호_____그간 통계자료를 보면 1년에 약 1천만 명이 방문했고, 올해(2022년)는 최근까지 오백만 명 정도가 한옥마을을 찾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 경제적 효과로 파악해보면 그 영향이 크지는 않은 편이지만, 그래도 지금 시의 입장에서나 건축가로서 이런 사정을 판단해 보건대 한옥마을의 존재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이 한옥마을은 전주의 도시적 역사성과 정체성을 간직한 곳으로 단순히 경제성만을 고려하지 않고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산업적으로 연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림 5. 전주한옥마을 전주 한옥마을,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출처: 전북일보)
그림 6. 2019 서학동예술마을 거리축제, 서학동예술마을

 

박혜진_____ 이 지역에 거주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제 나이 또래 엄마들이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돈 벌 장소가 명확하면 전주에 사는 게 가장 좋다고들 합니다. 기본적으로 여기가 자연재해라던가 물리적 환경적 피해가 적은 편이거든요. 최근 들어 전주도 대구만큼 더워지고 있기는 하지만, 도시 인프라도 잘 되어 있는 편입니다. 교통망이 아주 잘 구축되어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지하철이 없는 게 좋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도시가 그리 넓지 않아 이동하는데 대부분 자가용을 이용하고 있어 서울만큼은 아니어도 주차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기는 합니다. 그리고 군부대가 이사 간 큰 규모 부지에 에코시티라는 몇천 세대의 아파트 단지가 생겼어요. 전주는 소비도시이기는 하지만, 그 옆에 완주에 공단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나 KCC나 여기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전주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전주는 작은 도시지만 권역별로 약간의 특성은 갖고 있다고 봅니다.

그림 7. 서학동 예술마을지도, 서학동예술마을

조창호_____전주의 지형을 보면 도시 구조가 분지처럼 형성되어 있고, 완주군이 완벽하게 전주를 둘러싸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완주군의 면적은 전주보다 넓으면서 인구는 5만이 안 됩니다. 보통 다른 지역 지자체를 보면 이런 경우 둘을 묶어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전주-완주는 그렇게 못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물론 두 곳 사이의 경제적 불균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주는 1인당 GNP가 1만 8천 달러 수준입니다. 우리나라가 평균 3만 5천 달러에 달하고, 완주는 훨씬 더 높습니다. 그러니 완주 입장에서는 통합할 명분이 없는 겁니다. 정치적으로 이걸 푼다는 게 굉장히 어렵습니다. 전주의 위치는 좁게는 김제와 연결이 되어있고, 군산은 자가용으로 30-40분 정도 거리에 있고, 익산은 공단이 거의 붙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면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전주는 자연환경이 굉장히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동학이 일어났고, 천주교 박해의 상징인 치명자산과 전동성당이 있으며 백제 견훤에 관한 역사나 조선의 역사가 살아있는 도시입니다. 그러니까 문화 콘텐츠 부분에 있어서는 강점이 있는 도시라고 자부합니다. 그래서 전주가 살 길은 지금 얘기되고 있는 광역으로 도시를 묶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제 군산 익산 전주를 통합하는 그림이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선아_____그럼 그 중심은 전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겠군요.

조창호_____그렇습니다. 그런 사정을 고려해 본다면, 익산으로 들어가는 SRT 노선이 김제 평야 쪽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비좁은 도시인 익산으로 정해져 아쉽습니다. 그 노선은 김제 방향이어야 했고, 그에 따라 그 옆에 공항이 들어서야 했습니다.

김선아_____교통 인프라가 원활하게 연결되고 있지 않아 전주 지역의 발전이 더디다는 진단이 있었습니다. 이는 도시 인프라 구축의 중요성과 관련 시사하는 바가 있죠.

조창호_____전주에서 독자적으로 어떤 것을 구축한다 해도 그것은 전체 완성의 한 조각에 불과할 만큼 자생적 여건이 약하다는 겁니다. 오히려 군산이 더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군산은 서해안의 해양도시로 앞으로 확장 가능성이 다양하게 열려있는 도시이고, 익산은 여전히 발전적 기운이 정체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김제는 생산성 있는 토지를 확보하고 있어서 전주의 도시 확장이 김제로 이어진다면 어느 정도 기대와 희망을 가져 볼 수 있습니다.

김선아_____지방 도시의 사정은 비단 전주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비슷한 실정입니다.

조창호_____전북도내 시군 소멸위험지수를 분석한 결과, 전주시가 ‘주의단계’임에도 그나마 도내 시군에서 가장 양호하고 전라북도 시군 93%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게 기정사실이라면 재앙에 가깝습니다. 단순히 마을, 도시, 건축의 문제만은 아닌 겁니다.

그림 8. 전라북도 행정구역지도(출처: 전북도청)
그림 9. 전라북도 시군 소멸위험지수(출처: 좋은 정치 시민넷)

 

강미현_____우리가 항상 서울 중심에서 탈피해야 한다면서 지방분권을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지역에 가면 다시 큰 도시들에 걸쳐서 뭔가 적극적인 인프라를 쏟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해봤자 서울을 따라잡을 수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우리가 우리 도시 안에서 누리고 있는 것도 잃게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도시에 걸맞은 삶의 가치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우리 도시 안에서 찾을 수 있도록 좀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도시였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저는 그냥 우리 시골집, 우리 동네에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교통이 충분히 발달함에 따라서 지역적 특성이 많이 약화됐죠. 이렇게 너무 빠르게 행복에 도달하기 보다는 소소한 행복을 즐길 수 있도록 가치관이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림 10. 전국 출산율 비교(출처: 호남지방통계청)

조창호_____저는 소확행이라고 하는 용어에 대해서 일종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어요. 2차 세계대전 종료 이후 유럽은 15만, 20만 인구가 사는 작은 도시가 굉장히 번성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시대에 와서 보면 아무리 행복한 삶이라 해도 20만 도시에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소소한 삶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삶의 가치관이 우리와 다를 수도 있지만 한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 점에서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소극적인 삶으로 가는 경계에 있어서 정말 신중하게 생각될 필요가 있습니다. 소확행의 속성상 사회 공동체 안에서 양면성이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수동적 상태로 떨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도시에 대해서 논의할 때는 도시의 자연적 소멸로 인한 생존의 문제도 고려해야 하고, 이웃 도시와 하나로 묶어 도시를 활성화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정수_____말씀을 듣고 보니 지금 도시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것에 주목할 것인가, 아니면 인구가 줄어 어떤 형태로든 슬럼화하거나 낙후한 환경으로 변하는 것에 주의할 것인가 하는 양면성의 문제도 드러납니다. 우선 당장 앞서의 논의를 예로 들어 생각해보면, 완주를 끌어서 전주에 묶거나 아니면 군산과 전주를 묶어서 전주의 성장과 비전을 구상한 것이 전주를 위해서나 군산을 위해서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합니다. 각자의 도시는 그 도시에 맞는 성장 동력을 자체적으로 갖춰야 하는 게 맞습니다. 서울로 인구집중이 가속화되어 도시가 더 비대해지고 주변 지역의 도시들이 가지고 있는 성장 동력까지 다 흡입하여 수도권만 커지고 있는 패턴이 우리나라의 주요 거점 도시에서도 일어날 터인데, 이게 좋은 징조가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런 현상을 전라북도의 사정으로 대입시켜 볼까요? 전주로 모든 것을 쓸어오면, 타 지역들은 슬럼화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지금 얘기되고 있는 통합 혹은 흡수 연계 등의 논리는 결국 다른 도시에 있는 에너지를 가져올 수 있는 역량을 만드는 일이 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김선아_____이 논의의 핵심은 강자 독식이나 흡수 통합 같은 논리가 아니라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생 공유하는 차원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조창호_____네. 말하자면 도시 생태계의 순환구조를 형성해 나가자는 이야기입니다.

박혜진_____지금 우리나라에서 지방 소멸에 가장 가까이 와닿아 있는 지역이 강원도와 전라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전라북도도 심하지만 전라남도의 완도 쪽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간단한 치료를 받고 싶을 때 교통의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사실 병원도 경제적인 논리에 의해서 작동되는 곳이니 그런 의미에서 교통 인프라를 제대로 갖추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채가을_____전주와 주변 도시들과의 네트워크 또는 순환구조를 말씀하셨는데, 관련하여 유럽의 한 사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스위스 취리히는 인구 30만 도시인데, 그 주변 지역의 인구까지 합하면 대략 60~70만명 정도 됩니다. 전주가 지금 65만 정도 되고, 주변 지역인 완주의 인구가 5만 정도라고 하니 취리히와는 반대의 상황인 셈이지요. 취리히 인근 외곽에 사는 사람들은 취리히에서 일을 보기 위해 빠른 기차로 이동을 하는데 그 기차가 늦어도 15분 정도 걸립니다. 15분 안에 모든 주변 지역의 접근이 가능하니까, 인근 지역에서 불편해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겁니다. 전주와 취리히를 같은 조건으로 놓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 지역의 중심도시와 인근 도시의 연계나 순환이 꼭 물리적인 환경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조창호_____그러니까 제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어느 곳에서 살든 간에 도시가 후퇴하지 않을 것이니, 그렇다면 그런 순환구조를 제대로 구축해서 도시 깊숙이 모세혈관들이 뻗치듯 순환 체계가 구축되어야, 강미현 건축사가 말한 대로 소확행을 선택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렇게 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도시로 가기 위한 움직임

 

김선아_____이러한 도시의 발전 방향이나 현안 이슈에 대해서 각자 준비하고 있는 활동이 있을까요?

채가을_____저는 오래전부터 청소년들과 현장성 있는 체험 교육을 해오고 있습니다. 우리 전주 지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 학교에서 구체적으로 배울 기회가 없어서, 학생들이 타 도시로 가게 되면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청소년들에게 이 지역에 대해 프라이드를 느낄 수 있도록 역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청소년들의 아지트가 구도심인데, 그 공간을 함께 스터디하면서 도시 계획을 리셋하는 아이디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전주천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든지, 도시 내의 소규모 공원들에 대한 분석, 예컨대 소공원은 왜 어르신들 이외에 활용이 안 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서 함께 스터디한 내용들을 담아서 책으로 내고 싶었으나 항상 계획만 하고 실천을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도 합니다. 저는 도시와 건축의 문제는 사회학이나 인문학 분야와 맞닿아 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들 학문 분야의 학자들과 함께 하는 세미나나 강연도 구상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림 11. 전주 청소년 체험교육 현장 (출처: 채가을)

조창호_____전주는 도시의 역사적 기록뿐 아니라 문화적 정체성이 살아있는 곳곳의 장소에 대한 아카이빙이 잘 정리된 편입니다. 이전 시장이 추구했던 정책 방향에는 인문학적인 개념이 잘 담겨 있었고, 시청 로비에 도서관을 조성해 전주시의 인문학적 가치를 드러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인문학을 바탕으로 한 강좌도 다양했죠. 한옥 마을에서는 다양한 강좌가 운영됐고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기도 했어요.

김선아_____전주에서 작업하는 건축가들이 다른 도시의 작품과는 조금 다르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아니면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따라가서 작업을 하게 되나요? 이는 전주가 지닌 도시 및 건축문화의 정체성, 다시 말해 전주다운 도시와 건축에 대한 건축가분들의 생각의 일환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채가을_____지역적인 건축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약 6년 전에 누군가 지역 건축에 대해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건축의 노벨상이라고 부르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스페인의 RCR건축사무소의 건축가들이 작업에 접근하는 태도를 보면 그들은 자신들의 작업 안에 그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정서를 담아내는 것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자세가 그 도시다운 건축을 만들어내는 원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림 12. RCR_Horizon House_vall de Bianya_spain

조창호_____‘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유홍준 박사가 1편에서 경상도를 돌고 나서 전주로 와 느낀 점을 서술한 대목이 나옵니다. 4월에 전주를 방문했을 때 일화를 소개하며 땅이 붉은색을 띠고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늘 보던 흙이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에게는 그런 광경이 색다르게 다가와서 그랬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지형이나 기후가 지역마다 다른 점이 건축의 지역성을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주지역 백화점에서 근무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주 사람들은 주로 원색을 좋아해서인지 그런 색깔 위주의 제품을 구매하는데, 광주 시민들에게는 원색이 그리 인기가 없다는 겁니다. 이런 걸 보더라도 분명 지역 정서는 있는 것 같습니다.

김선아_____전주에서도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도시가 관리 되고 있잖아요. 전주에서도 층수나 색채에 대한 기준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전주의 도시경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요?

조창호_____전주는 완벽하게 분지 형태의 지형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완주군이 둘러싸고 있지요. 그런 자연 여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주는 단순하게 접근하는 면이 있습니다.

홍지숙_____그런데 어떤 분들은 토지에 대한 용적률을 높여야 밑에서 개발하는 면적이 줄어들기 때문에 개발 방식은 저층이 아닌 고층화로 가야 한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강미현_____저는 지구단위계획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국의 도시를 전부 똑같이 만들고 있는 상황이 지구단위계획 때문이죠. 지구단위계획, 경관심의 다 없애도 기본 법령으로 충분히 규제하고 있으니, 나머지는 건축가가 알아서 창의적으로 풀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건축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네요. 제가 그제 전남 신안 앞바다에 있는 소악도를 갔다 왔는 데, 그 섬에는 12개의 작은 기도소가 굉장히 핫한 관심을 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도소는 건축가가 아니라, 미술가가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사실은 그런 프로젝트는 우리도 할 수 있는 일이거든요. 전주에는 매우 다양한 정류장이 여러 노선으로 존재합니다. 그런 정류장 꾸미기를 예술가들이 많이 참여해서 예쁜 공간을 만들었죠. 그런데 예쁘다는 것과 도시적 맥락을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수 있는데, 너무 우리 영역 안에서 한계를 두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김선아_____지금까지 전주가 안고 있는 지역성과 그에 대한 여러분들의 현실 진단과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지역의 역사와 도시의 구성원, 주변 도시들과의 관계를 함께 고려한 도시정책, 그리고 그에 필요한 건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연재 <무엇이 도시를 스마트 하게 만드는가?>는 매주 금요일 업데이트 업로드 됩니다. (5월 한정 화, 금 업로드)

 


 

 

 

:: 해당 연재글은 <월간 건축문화 2023년 5월호(504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The interview was published in the May, 2023 recent projects of the magazine(Vol.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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