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1년짜리 단기간의 계획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백 년 혹은 그 이상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백 년 이상의 긴 시간을 들여야 하는 만큼, 교육 공간도 그에 맞춰 함께 걸어야 할 것이다.
현재 많은 학교 건축은 변화 점을 겪고 있다. 수업 방식이 바뀌고, 학생 수도 많이 줄어든 만큼 그에 맞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번에 소개할 중동고등학교 원익관은 기존의 교육 공간 위에 새로운 미래를 덧 입혀 건축물을 현재에 걸맞은 공간으로 변모시킨 ‘다층성을 띠는’ 장치이다. 정형화된 과거의 교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학생들이 공부하고 휴식하며 공간을 누빌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기존 학교가 가지고 있던 역사적, 공간적인 맥락을 새로운 공간에 녹여냈다. 기존 건축물 위에 사용되었던 벽돌을 사용해 공간 안쪽까지 역사성을 덧입히고, 공간의 연결 그리고 시각적인 경계와 개방을 통해 공간적인 맥락도 놓치지 않았다.
진행: 박지성
인터뷰이: 조지현, 윤선경 대표
출처: 건축사사무소 나날, 프로토 건축사사무소
“건축사사무소 나날, 프로토 건축사사무소에게 중동고등학교 원익관이란, 함께 만드는 기쁨을 알려준 프로젝트다.”
[과거를 계승해, 미래를 짓다 ]

제출팀이 80팀이 넘는다고 들었어요. 쟁쟁한 경쟁자들을 뚫고, 수상하신 소감이 궁금해요.
지현 : 일단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죠. 너무 큰 상이어서 수상했을 때 되게 놀랐던 기억이 나요. 아무래도 교육 공간이라는 점과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평가해 주신 것 같아요.
선경 : 정말 감사하죠. 사실 학교가 잘 지어지기 쉽지 않거든요. 공공에서 발주하는 도입형 사업이기도 하고, 시공도 입찰로 하기 때문에 시공 퀄리티가 담보가 잘 안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 어려움들을 심사위원분들이 많이 공감해 주신 것 같아요.
” 학교 공간의 물리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자산 그리고 학교의 교육 철학이나 정신 같은 소프트웨어까지 저희가 건축물 증축으로 조화롭게 풀어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계기로 중동고등학교 증축 공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지현 : 중동고등학교는 10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학교예요. 학교 내에는 198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과 2000년대 건축물 두 동이 있는 상황이었고요. 또, 중동고등학교는 서울과 함께 오랜 시간 동안 변화해 왔어요. 종로에서 수송동 그리고 지금의 위치까지 장소도 계속 바뀌었죠. 학교 측은 여기에 새로운 교육 공간을 증축하고 싶어 했는데, 학교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맥락이나 공간적 측면을 보았을 때 ‘다층적이면서도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사하기 전, 현장에 방문하셨을 때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선경 : 체육관, 강당 그리고 FIFA 규격의 축구장도 있어서 시설적으로는 모두 훌륭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정성적으로 풍요로운 휴식 공간과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많이 없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저희가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현 : 맞아요. 중동고등학교는 학생 수가 천 명에 육박하는 학교예요. 그런데 학생들은 80년대 지어진 교사동에서만 수업을 듣고 있더라고요. 학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은 교실이랑 복도 외에는 많이 없던 거죠. 그래서 저희가 설계할 때 학생의 공간 점유 밀도를 분산시킬 방안을 최대한 구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백년지대계: 과거와 전통이 쌓아 올려진 미래교육터]

중동고등학교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선경 : 단위제를 하는 기존 학교와는 달리 ‘고교학점제’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고교 학점제는 학생들이 일부 교과를 선택해서 듣는 제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공강 시간과 휴식 시간이 생겼고, 수업을 위해 교실에서 다른 교실로 이동하는 이벤트가 일어났어요. 이런 특징을 반영해서 원익관을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공부하거나 휴식하고 모여서 그룹 스터디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으로 계획했어요. 선택적으로 여러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요.
저층부에 무주 공간으로 설계하셨다고 들었어요. 특별히 그렇게 계획하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선경 : 기존 건물 배치를 보면 교사동과 강당동이 디귿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운동장을 향해 열려있는 모양이에요. 처음 계획안을 잡을 때, 어디로 증축을 할지 고민했는데요. 학교의 자랑인 FIFA 규격 운동장을 지켜주기 위해서 기존 건축물의 경계부에 증축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원래 개방된 공간이었는데 답답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설계 할 때 기둥과 건물의 규모를 최소한으로 계획했어요. 장 스팬 트러스 박스를 얹고, 운동장과 중정에서의 휴먼스케일을 고려해 원익관을 배치했고요.
“필로티 공간도 기둥 없이 계획해서 학생들이 중정과 운동장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기를 바랐어요.”
지현 : 또,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공사를 해야 했는데요. 학생들에게 가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골조를 사용한 것도 있어요. 최대한 철골조의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살릴 수 있도록 계획안을 발전시키기도 했고요. 학교 측에서는 ‘미래 교육 공간’에 걸맞게 가변성과 유연성이 큰 공간을 요구했는데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1층 필로티의 무주 공간뿐만 아니라 상부의 트러스, 교실도 기둥이 거의 안 보이게 계획한 거예요.

준공된 원익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어디인가요?
선경 : 저는 1층 필로티 공간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학생들이 원래는 책가방을 운동장에 두고 축구를 했거든요. 그런데 원익관이 생기고 나서는 모두가 약속한 듯이 필로티 아래 벤치에 책가방을 놓고 축구를 하고, 다시 거기서 옹기종기 앉아서 쉬더라고요. 학생들이 그렇게 사용하는 걸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덕분에 그늘이 필요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현 : 저는 2층 집중 열람실이 마음에 들어요. 밖에서 봤을 때, 건물이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특징인데요. 남향에서는 운동장을 내려다볼 수 있고, 뒤쪽으로는 중정을 볼 수 있어요. 남-북으로 열려있는 공간이다 보니 학생들에게 기분 좋은 공간으로 남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거기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기도 했고요.
[원래의 것이 녹아난 원익관만의 서울성]

‘서울성’을 어떻게 원익관에 녹여냈는지 궁금해요.
지현 : 공간의 의미와 역사를 건축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1900년대 수송동 교사 시절부터 사용했던 ‘벽돌’이라는 재료와, 학교에서 보관하고 있던 석축에 주목했어요. 그래서 저희도 벽돌을 원익관 외장과 내부까지 적극적으로 확장해서 활용했고요, 기존에 있던 석축도 조경 공간으로 풀어내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또 기존에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던 광장이 있었는데요. 좋은 공간인데 적극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게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이곳을 학생들이 쉴 수 있는 정원으로 새롭게 계획했어요.
선경 : ‘서울의 다층성’이 오랜 세월을 거쳐 온 학교 안에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교사동과 체육관 그리고 다목적 강당, 거기에 더해서 ‘고교학점제’를 위한 새로운 공간인 원익관까지 모두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되어야 했어요. 학교의 자산, 중동고등학교만의 다층적인 레이어와 역사를 훼손하지 않고 잘 어우러지도록 증축하려고 했는데요. 이 부분이 ‘다층도시 서울’에 대응하는 한 가지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 주안점을 두고 원익관이 기존의 두 동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기도 해요.
“가지고 있던 공간을 학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켜서 기존 것들을 잘 활용한 부분이 원익관에 녹아난 ‘서울성’이라고 생각해요.”
미래의 교육공간에는 어떤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선경 : 정책적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잖아요. 아무래도 기존 학교의 틀에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가 많다 보니,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유연성과 자동성, 열린 공간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철골 트러스를 사용한 것도 유연성과 열린 공간을 의도한 부분 중에 하나였고요. 계속해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지현 : 저는 학생들이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보다,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교육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무래도 예전에 지어졌던 학교 건물들은 과거의 교육 방식에 맞춰 설계되다 보니, 등·하교 시간이나 점심시간 혹은 쉬는 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 같아요. 조금 더 여러 학생이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소장님의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선경 : 저는 운이 좋게도, 공모를 통해서 교육 공간을 설계할 기회가 있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굉장히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 기회가 주어져서 사용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기쁨이 될 수 있는 그런 건축을 하고 싶어요.
지현 : 저는 사람들이 좋은 공간을 많이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지 사람들이 정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주택이나, 학교, 공공건물은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질 좋은 공공공간이나 도시공간을 많이 만들고 싶은 마음이에요.
프로토 건축사사무소와 건축사사무소 나날에게 이 프로젝트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선경, 지현: 저희에게 ‘함께하는 기쁨을 알려준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많은 과정에서 도전적인 일들을 맞닥뜨렸는데, 그때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어요. 교장선생님부터 행정실장님 그리고 학생들까지 정말 많은 관심을 주셨고, “정말 잘 지어보자, 잘 만들자.”라는 마음도 저희와 같았다고 생각해요.
기초 공사부터 기존 지하 주차장 기초를 보강해야 해서 쉽지 않았고, 철골 트러스 시공 도면도 여러차례 검수하고, 공간에 사용된 재료나 식재를 직접 보러 함께 지방도 다녀오기도 하는 등 어려운 공정이 많았지만, 시공사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셨어요. 이런 함께 했던 장면들이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또, 저희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장점이 더해져 더 큰 시너지가 난 것 같아요. 함께 한 서로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Profile-

▲윤선경(좌) ▲조지현(우)
(주)프로토건축사사무소는 건축가 윤선경이 이끄는 건축설계 스튜디오입니다. 2020년부터 서울우이유치원, 중경고 꿈담교실, 이수초 꿈담교실, 중동고등학교 원익관 등 다수의 교육공간을 만들어왔으며, 중동고등학교 원익관으로 서울특별시 건축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건축사사무소 나날은 2020년 조지현이 설립한 건축설계사무소입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물리적 환경을 깊이 탐구하고 공간의 질을 높이며 삶을 보다 유용하게 개선하고자 합니다. 건축의 본질에 집중하여 풍요로운 공간적 경험을 제공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의 품격 있는 생활을 실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프로토 건축사사무소 홈페이지 www.proto-architects.com
건축사사무소 나날 홈페이지 www.nanalarchitects.com
[비욘드 아키]는 건축물 너머에 있는 건축가들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다루는 웹전용 인터뷰 콘텐츠로, 매월 하나의 주제 아래, 3개의 준공 건축물과 설계자 인터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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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욘드 아키] Prologue_서울의 건축 지층을 살펴보며
→ [비욘드 아키]Interview_불확실성을 품은 가능성의 공간
→ [비욘드 아키] Interview_도시의 풍경과 건물의 경계를 바꾸는 건축
다음 이야기에서는, 푸하하하 건축사사무소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2025. 09. 26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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