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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아키] Interview_변화를 마주하는 열린 교육 공간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교육은 1년짜리 단기간의 계획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백 년 혹은 그 이상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백 년 이상의 긴 시간을 들여야 하는 만큼, 교육 공간도 그에 맞춰 함께 걸어야 할 것이다.
현재 많은 학교 건축은 변화 점을 겪고 있다. 수업 방식이 바뀌고, 학생 수도 많이 줄어든 만큼 그에 맞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번에 소개할 중동고등학교 원익관은 기존의 교육 공간 위에 새로운 미래를 덧 입혀 건축물을 현재에 걸맞은 공간으로 변모시킨 ‘다층성을 띠는’ 장치이다. 정형화된 과거의 교실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학생들이 공부하고 휴식하며 공간을 누빌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기존 학교가 가지고 있던 역사적, 공간적인 맥락을 새로운 공간에 녹여냈다. 기존 건축물 위에 사용되었던 벽돌을 사용해 공간 안쪽까지 역사성을 덧입히고, 공간의 연결 그리고 시각적인 경계와 개방을 통해 공간적인 맥락도 놓치지 않았다.

진행: 박지성
인터뷰이: 조지현, 윤선경 대표
출처: 건축사사무소 나날, 프로토 건축사사무소

중동고등학교 필로티 공간과 운동장이 보이는 사진으로, 현대적인 디자인의 교육 시설이 위치해 있으며,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텍스쳐온텍스쳐

어떤 계기로 중동고등학교 증축 공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셨나요?

지현 : 중동고등학교는 100년 이상의 역사가 있는 학교예요. 학교 내에는 1980년대에 지어진 건축물과 2000년대 건축물 두 동이 있는 상황이었고요. 또, 중동고등학교는 서울과 함께 오랜 시간 동안 변화해 왔어요. 종로에서 수송동 그리고 지금의 위치까지 장소도 계속 바뀌었죠. 학교 측은 여기에 새로운 교육 공간을 증축하고 싶어 했는데, 학교가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맥락이나 공간적 측면을 보았을 때 ‘다층적이면서도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A modern educational building featuring a glass facade and a green field in the foreground, located near urban high-rise structures.
텍스쳐온텍스쳐

공사하기 전, 현장에 방문하셨을 때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요?

선경 : 체육관, 강당 그리고 FIFA 규격의 축구장도 있어서 시설적으로는 모두 훌륭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정성적으로 풍요로운 휴식 공간과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은 많이 없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저희가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지현 : 맞아요. 중동고등학교는 학생 수가 천 명에 육박하는 학교예요. 그런데 학생들은 80년대 지어진 교사동에서만 수업을 듣고 있더라고요. 학생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은 교실이랑 복도 외에는 많이 없던 거죠. 그래서 저희가 설계할 때 학생의 공간 점유 밀도를 분산시킬 방안을 최대한 구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현대적인 디자인의 교육 건물 외관, 투명 유리와 금속 소재로 이루어진 파사드가 특징인 구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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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층부에 무주 공간으로 설계하셨다고 들었어요. 특별히 그렇게 계획하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요.

선경 : 기존 건물 배치를 보면 교사동과 강당동이 디귿 모양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운동장을 향해 열려있는 모양이에요. 처음 계획안을 잡을 때, 어디로 증축을 할지 고민했는데요. 학교의 자랑인 FIFA 규격 운동장을 지켜주기 위해서 기존 건축물의 경계부에 증축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원래 개방된 공간이었는데 답답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설계 할 때 기둥과 건물의 규모를 최소한으로 계획했어요. 장 스팬 트러스 박스를 얹고, 운동장과 중정에서의 휴먼스케일을 고려해 원익관을 배치했고요.

지현 : 또, 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 공사를 해야 했는데요. 학생들에게 가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철골조를 사용한 것도 있어요. 최대한 철골조의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살릴 수 있도록 계획안을 발전시키기도 했고요. 학교 측에서는 ‘미래 교육 공간’에 걸맞게 가변성과 유연성이 큰 공간을 요구했는데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1층 필로티의 무주 공간뿐만 아니라 상부의 트러스, 교실도 기둥이 거의 안 보이게 계획한 거예요.

중동고등학교 원익관의 외부 테라스가 보이는 이미지. 나무 데크 위에 기둥이 세워져 있고, 주변에 벤치가 배치되어 있으며, 뒤쪽으로 다른 건물들이 보인다.
텍스쳐온텍스쳐

[원래의 것이 녹아난 원익관만의 서울성]

현대적인 디자인의 다목적 교육 공간 내부 모습, 붉은 벽돌 계단과 테이블 및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으며, 천장에는 조명이 설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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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을 어떻게 원익관에 녹여냈는지 궁금해요.

지현 : 공간의 의미와 역사를 건축적으로 계승하기 위해 1900년대 수송동 교사 시절부터 사용했던 ‘벽돌’이라는 재료와, 학교에서 보관하고 있던 석축에 주목했어요. 그래서 저희도 벽돌을 원익관 외장과 내부까지 적극적으로 확장해서 활용했고요, 기존에 있던 석축도 조경 공간으로 풀어내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또 기존에 학생들이 사용할 수 있던 광장이 있었는데요. 좋은 공간인데 적극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게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이곳을 학생들이 쉴 수 있는 정원으로 새롭게 계획했어요.

선경 : ‘서울의 다층성’이 오랜 세월을 거쳐 온 학교 안에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교사동과 체육관 그리고 다목적 강당, 거기에 더해서 ‘고교학점제’를 위한 새로운 공간인 원익관까지 모두 하나의 공간으로 구성되어야 했어요. 학교의 자산, 중동고등학교만의 다층적인 레이어와 역사를 훼손하지 않고 잘 어우러지도록 증축하려고 했는데요. 이 부분이 ‘다층도시 서울’에 대응하는 한 가지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 주안점을 두고 원익관이 기존의 두 동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기도 해요.

미래의 교육공간에는 어떤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선경 : 정책적으로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잖아요. 아무래도 기존 학교의 틀에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가 많다 보니, 구조적인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유연성과 자동성, 열린 공간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가 철골 트러스를 사용한 것도 유연성과 열린 공간을 의도한 부분 중에 하나였고요. 계속해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이 드네요.

지현 : 저는 학생들이 단순히 문제를 푸는 것보다, 주체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는 교육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무래도 예전에 지어졌던 학교 건물들은 과거의 교육 방식에 맞춰 설계되다 보니, 등·하교 시간이나 점심시간 혹은 쉬는 시간에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 같아요. 조금 더 여러 학생이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중동고등학교 원익관의 외부 공간, 나무와 돌이 어우러진 녹지와 학생들이 활동하는 모습이 포착된 이미지.
텍스쳐온텍스쳐

두 소장님의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선경 : 저는 운이 좋게도, 공모를 통해서 교육 공간을 설계할 기회가 있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서 굉장히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젝트 기회가 주어져서 사용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기쁨이 될 수 있는 그런 건축을 하고 싶어요.

지현 : 저는 사람들이 좋은 공간을 많이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지 사람들이 정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특히 주택이나, 학교, 공공건물은 사람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질 좋은 공공공간이나 도시공간을 많이 만들고 싶은 마음이에요.

프로토 건축사사무소와 건축사사무소 나날에게 이 프로젝트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선경, 지현: 저희에게 ‘함께하는 기쁨을 알려준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많은 과정에서 도전적인 일들을 맞닥뜨렸는데, 그때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헤쳐나갈 수 있었어요. 교장선생님부터 행정실장님 그리고 학생들까지 정말 많은 관심을 주셨고, “정말 잘 지어보자, 잘 만들자.”라는 마음도 저희와 같았다고 생각해요.
기초 공사부터 기존 지하 주차장 기초를 보강해야 해서 쉽지 않았고, 철골 트러스 시공 도면도 여러차례 검수하고, 공간에 사용된 재료나 식재를 직접 보러 함께 지방도 다녀오기도 하는 등 어려운 공정이 많았지만, 시공사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주셨어요. 이런 함께 했던 장면들이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또, 저희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장점이 더해져 더 큰 시너지가 난 것 같아요. 함께 한 서로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네요


Two women sitting on a green sofa in a well-lit room, with a large window behind them.
프로토 건축사사무소, 건축사사무소 나날
▲윤선경(좌) ▲조지현(우)

[비욘드 아키]는 건축물 너머에 있는 건축가들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다루는 웹전용 인터뷰 콘텐츠로, 매월 하나의 주제 아래, 3개의 준공 건축물과 설계자 인터뷰가 게재될 예정입니다.

아직 이전 글을 못 보셨다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보세요.
[비욘드 아키] Prologue_서울의 건축 지층을 살펴보며

[비욘드 아키]Interview_불확실성을 품은 가능성의 공간
[비욘드 아키]  Interview_도시의 풍경과 건물의 경계를 바꾸는 건축

다음 이야기에서는, 푸하하하 건축사사무소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2025. 09. 26 공개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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