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포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이하 디포스아키텍츠)의 이름은 두 사람이 오랫동안 건축 활동을 이어오며 중요하게 여겨온 디테일과 형태, 프로세스에서 출발했다. 건축의 기본적인 요소를 놓치지 않겠다는 태도는 ‘Make Difference’라는 문구로 이어진다. 이들이 말하는 차이는 새로움을 위한 과장된 제스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과 장소의 조건을 세심하게 읽고 그에 맞는 건축을 찾아가는 일에 가깝다. 비슷해 보이는 삶도 완전히 같을 수 없듯, 건축 역시 하나의 방식으로 획일화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디포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에게 건축은 기본을 단단히 지키면서도, 각 프로젝트가 지닌 고유한 차이를 발견하고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내는 과정이다.
Interviewee 장윤섭, 여호영 건축가
Editor 김도아

디포스아키텍츠 소개글에 ‘건축은 무엇을 조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있더라고요. 건축이 조직해야 하는 중요한 관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장윤섭 건축은 굉장히 많은 관계와 현상을 규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도시를 만들 때는 도시의 규칙과 조직을 만들고, 하나의 건축물이 세워지면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간과 생활 방식까지 함께 만들어지잖아요. 결국 건축은 도시에서부터 사람의 일상 속 아주 작은 단위까지 이어지는 여러 조직을 다루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 중에서도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사람과 관계예요.
이 공간에 어떤 사용자가 들어오는지, 그들이 이곳에서 어떻게 머물고 관계를 맺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죠. 건축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만들기도 하지만, 건물 자체가 도시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는 매개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저희에게 건축은 사람을 중심으로 다양한 관계를 정리하고 디자인해 나가는 일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요즘 디포스아키텍츠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주제는 무엇인가요?
장윤섭 요즘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의 다양성이에요. 시대가 바뀌면서 건축이 다루어야 하는 대상도 계속 달라지고 있어요. 어느 때는 환경이나 기후가 중요한 주제가 되고, 또 어느 때는 에너지나 도시의 재생, 역사 같은 문제가 중요해지죠. 그 중에서 저희가 지금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는 것은 공간 안에 담기는 사람들의 다양한 성격과 삶의 방식이에요.
거실도 단순히 거실로만 규정되지 않고, 독서 공간이 되거나 대화의 장소가 되거나 음식을 먹는 공간이 될 수 있잖아요. 한 공간 안에서도 다양한 삶의 방식과 감정이 담길 수 있어야 한다고 봐요. 결국 저희가 건물을 설계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주체는 사람이에요. 과거의 사람들과 지금의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세대의 삶은 모두 다를 수밖에 없어요.
건축가는 그 시대마다 달라지는 문제를 바라보고, 그에 맞는 공간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특히 그 건축이라는 그릇 안에 담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사용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장윤섭 네, 결국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용도와 프로그램에 맞춰 어떤 사람들이 이 공간에 들어오는지를 먼저 보게 돼요. 그리고 그 사람들이 어떤 지역과 환경 안에서 공간을 사용하게 되는지도 함께 조사해요. 그 특성을 알아야 건축물에 생명력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들어올 사람들의 성격과 관계, 생활 방식을 이해하는 것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Pick List
장윤섭’s 책 pick
–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 / 크리스 보스, 탈 라즈
설계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고, 팀원이나 발주처와 계속 소통해야 하잖아요. 건축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관계 속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종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러 파트가 함께 움직일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사람의 마음이나 의사소통, 관계에 관한 책을 보면서 설계 과정에서도 참고하려고 해요. 회사에 있을 때는 건축 자체에 더 집중했다면, 지금은 직접 클라이언트를 만나고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잖아요. 그래서 건축적인 언어를 어떻게 전달하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해 시킬 것인지에 대한 공부도 중요하게 느끼고 있어요.
여호영’s 책 pick
– 맥락을 팔아라 / 정지원, 유지은, 원충열
예전에 시행사 쪽에 있을 때, 건축 공간을 만들기 전 단계에서 고객의 니즈나 브랜드의 핵심을 어떻게 짚어내는지 많이 접했거든요. 그 책에서는 각 브랜드가 어떤 지점을 중심으로 자신을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다루고 있었어요. 건축을 하는 사람들도 때로는 건축주가 가진 맥락이나 사용자의 니즈를 놓치고 자기 생각에만 빠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먼저 고민하면 공간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의 다양성, 혹은 페르소나에 대해 많이 고민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부분은 어떤 방식으로 연구하시나요?
장윤섭 페르소나나 인간의 다양성에 대한 관심은 건축 안에서만 출발한 것은 아니에요. 사람의 행동이나 심리,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공간을 바라보려고 많이 해요.
건축가는 공간이라는 그릇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실제로 그 공간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거리와 감각은 또 다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심리학이나 인문학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하려고 하고, 관련된 영상이나 교육 콘텐츠도 찾아보는 편이에요.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실제 사용자를 직접 만나려고 해요. 소방서를 설계한다면 소방관을 만나 그들의 활동과 심리를 듣고, 학교를 설계한다면 교사나 학부모의 의견도 찾아보는 식이에요. 다양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건축을 하지 않는 사람들, 실제 주체가 되는 사람들의 의견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과 사회는 계속 변하기 때문에, 건축가도 그 변화에 맞춰 계속 배우고 만나야 한다고 봐요.
당선되신 원주시 부론면 성강 어르신 치유센터는 프로젝트명 안에 ‘어르신’과 ‘치유’라는 대상과 방향이 분명히 드러나는 공모였잖아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치유’의 개념을 공간적으로는 어떻게 해석하셨나요?
장윤섭 저희는 치유를 의료적인 의미로만 보지는 않았어요. 지역 주민들이 불편하게 느껴온 부분을 해소하고, 필요한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치유라고 생각했어요. 대상지는 원래 주차장으로 쓰이던 곳이었고, 주변에서는 장이 열리며 어르신들의 일상과 관계가 이어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저층부를 마당과 자연스럽게 연결해 누구나 쉽게 드나들고 머물 수 있도록 계획했어요.
현장에서 만난 분들 중에는 40~50대도 지역 안에서 어르신으로 불리곤 했는데, 이들에게는 체력 단련이나 운동을 위한 공간이 부족했어요. 이에 세대와 이용 방식에 따라 공간을 나누고, 각자 필요한 방식으로 머물 수 있도록 했어요. 결국 저희가 생각한 치유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 지역에 필요한 시설과 프로그램을 제공해 일상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드는 데 가까웠어요.
원주시 부론면 성강 어르신 치유센터 (ⓒ디포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주민들이 직접 사용하고 관리하는 시설인 만큼, 다양한 의견과 현실적인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나요?
장윤섭 가장 어려운 점은 사용하는 주체가 다양하고, 각자가 원하는 공간도 서로 달랐다는 것이었어요. 사소해 보이는 요구라도 실제 사용자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쉽게 지나칠 수 없었죠. 운동기구가 있다면 샤워실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집에 가서 씻으면 되니 필요하지 않다는 분도 있었고, 탁구나 요가처럼 원하는 활동도 제각각이었어요. 그래서 하나의 공간을 특정 용도로만 규정하기보다 시간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관리의 문제도 큰 조건이었어요. 저희는 외부 공간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녹지와 조경을 제안했지만, 실제로 관리하는 주민들에게는 그것이 부담이 될 수 있더라고요. 잔디가 자라면 계속 베어야 하고, 조경이 많을수록 관리할 일도 늘어나니까요.
여호영 건축가에게 좋아 보이는 공간이 실제 사용자에게도 항상 편리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됐어요. 결국 그곳에서 생활하고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조건까지 고려해야 했고, 처음에 계획했던 조경과 외부 공간도 현실적인 관리 여건에 맞춰 조정했어요.
도서관이나 행정복지센터, 행복 스테이션처럼 다양한 사용자가 함께 쓰는 공공시설도 많이 작업하셨잖아요. 지역 주민과 방문자, 조용히 머무는 사람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사람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조율하시나요?
장윤섭 공공도서관이나 행복 스테이션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오는 공간에서는 하나의 사용자만을 기준으로 계획할 수 없어요. 방문객과 지역 주민이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각의 영역을 구분하되 그들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을 함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행복 스테이션에서는 남한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오는 방문객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전면에 두고, 지역 주민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은 도시 쪽에 배치했어요. 도서관에서는 어린이의 활동적인 공간과 학생·성인을 위한 조용한 공간을 나누면서도, 독서라는 공통의 활동을 통해 연결될 수 있는 매개 공간을 두고자 했고요. 행정복지센터 역시 공무원의 업무 영역과 주민의 이용 영역은 다르지만,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결국 사용자의 요구를 세밀하게 살피고, 각자의 공간을 마련하면서도 서로 관계 맺을 수 있는 장치를 함께 제안하려고 해요.

지금까지 다뤄본 사용자나 프로그램 중 가장 어려웠던 대상은 무엇인가요?
장윤섭 상업시설이 굉장히 까다로운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상업시설은 사회적인 패러다임에 따라 빠르게 변하거든요. 지금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5년 뒤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어요. 그만큼 유동성이 큰 분야예요. 예전에는 상가 앞에 잘 팔리는 상품을 잘 보이게 두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머무르고 싶어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어요. 더현대 같은 공간을 보면 실내에 공원 같은 장면을 만들고, 사람들이 체류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하도록 유도하잖아요. 상업 공간은 이런 변화가 굉장히 빠르게 일어나요. 건축주나 유통을 다루는 분들은 이런 흐름을 훨씬 빠르게 접하고 있기 때문에, 건축가도 그 변화를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건축적인 형식만 제안해서는 부족하고, 사람들이 왜 머무르고 소비하는지, 공간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해요.
민간 상업시설에서는 공공 프로젝트와는 다른 요구도 많잖아요. 그런 조건 안에서 건축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장윤섭 민간 프로젝트에서는 공간의 가치와 사업적 가능성을 함께 고민해야 해요. 공공 프로젝트가 공익성과 사용자 편의를 중요하게 본다면, 민간 프로젝트에서는 공간이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가치를 만들며, 이후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도 중요한 문제예요.
건축가가 직접 수익을 만들어주는 사람은 아니지만, 공간과 건축을 통해 가치를 높이는 방법은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주목하고 오래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되도록 하거나, 다음 사용자에게도 좋은 조건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하는 거죠. 공공과 민간은 필요한 언어와 기준이 다르고, 사용자와 건축주의 요구도 모두 달라요. 그래서 건축가는 사람과 상황을 이해하는 동시에, 자신의 역량과 부족한 점도 계속 살펴야 한다고 생각해요. 쉽지는 않지만, 건축이 다양한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운 일이기도 해요.
금곡동 공공도서관 건립사업 설계공모 (ⓒ디포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반면, 공모 결과와는 별개로 지금도 아픈 손가락으로 남아 있는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장윤섭 금곡동 공공도서관 건립사업 설계공모가 떠올라요. 저희가 공간과 형태, 과정에 대해 많이 고민해서 제안했던 안이었는데, 결과적으로는 현실적인 조건 앞에서 아쉬움이 남았어요.
금곡동 도서관의 경우 심사 과정에서 형태적으로 메시지가 강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희는 새롭게 지어지는 시설이 지역을 대표하거나 자랑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거든요. 형태가 주는 경험이나 감각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정해진 예산 안에서 실제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결국 보다 평이한 안이 당선됐어요. 여러 팀이 참여한 공모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부분도 있었지만, 저희가 제안하고 싶었던 방향이 현실적인 조건 앞에서 꺾인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았어요.
여호영 공공 프로젝트에서는 아무래도 예산과 시공 가능성을 함께 볼 수밖에 없어요. 심사위원들도 단순히 마음에 드는 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지어질 수 있는지까지 판단해야 하잖아요. 저희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그런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느꼈어요. 공공건축에서 조금 과감한 제안을 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후 프로젝트에서는 그런 시도를 다시 할 때 더 조심스러워지는 부분도 생겼고요.
방금 아픈 손가락으로 남은 공모안에 대해 말씀하셨잖아요. 그런 작업을 다시 꺼내 보는 활동인 DIO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장윤섭 제가 학교에 강의를 나가면서 알게 된 건축가들과 몇 차례 공공 공모를 함께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건축을 바라보는 태도나 동시대 건축가로서의 고민이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공모 제도에 대한 이야기, 사무소 운영에 대한 이야기, 건축가로서 지금 어떤 위치에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의지가 되는 관계가 만들어졌어요.
그러다 문득 함께 했던 공모안들을 ‘아픈 손가락’처럼 창고에 묻어둘 것인가 하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당선되지 못했더라도 그 안에는 우리가 고민한 시간과 메시지가 남아 있으니까요. 지어지지 못했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다시 볼 수 있는 방식으로 꺼내 보자는 생각에서 전시를 기획하게 됐고, 각 사무소 이름의 앞 글자를 따서 DIO라는 이름도 만들게 됐어요.
* DIO: 디포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 + 아이엔제이아키디자인랩 + 오비디아키텍츠
《짓지 않은 건축적 상상력: Unbuilt but Unfolded》전시 현장
실제로 지어지지 않은 공모안을 다시 꺼내 선보인 전시, 《짓지 않은 건축적 상상력: Unbuilt but Unfolded》는 어떤 경험이었나요?
장윤섭 저희가 제안했던 안에도 나름의 메시지가 있었고, 그때의 고민이 다음 프로젝트에 영향을 주기도 해요. 그런데 프로젝트가 끝나고 안을 다시 보지 않게 되면, 그 대지에서 느꼈던 감각이나 그때의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잊히잖아요. 이번 전시는 그런 것들을 다시 정리하고 돌아볼 수 있는 기회였어요. 모형을 만들고, 전시 공간 안에 다시 배치해두니 지나가면서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책을 보거나 다른 생각을 하다가도 그 안들을 다시 마주하게 되고요. 그러면서 그때 놓쳤던 것들, 앞으로 다시 살려보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게 됐어요. 여러 감정이 교차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저희에게도 많은 깨달음을 준 전시였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DIO는 어떤 활동을 이어가고 싶나요? 다른 건축가 그룹이나 지역 기반 모임과의 협업 가능성도 궁금해요.
장윤섭 DIO가 건축 문화를 확산하는 데 조금이나마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사무소를 운영하며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이번 전시 역시 그 과정에서 발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어요. 앞으로도 성장하며 새롭게 마주하는 주제를 전시나 다른 형식으로 제안하고 싶어요. 매년 정기적으로 활동하기보다는 2~3년에 한 번씩, 그 시기에 건축가로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생겼을 때 이어가는 방식이 될 것 같아요.
다른 건축가 그룹이나 지역 기반 모임과의 협업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어요. 여러 그룹이 함께할 때는 각자의 메시지가 흐려지지 않도록 공통의 주제를 세심하게 조율해야겠지만, 건축을 매개로 더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마련된다면 다른 그룹과 함께 건축 문화의 접점을 넓혀가고 싶어요.

좋은 공간은 들어서는 순간 바로 느껴지는 공간에 가까울까요, 아니면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드러나는 공간에 가까울까요?
장윤섭 하나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공간이 사람에게 어떤 울림을 주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안도 다다오의 빛의 교회나 물의 교회를 처음 봤을 때 빛이라는 단순한 요소만으로 신앙과 감정에 관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이나 그라운드 제로도 비슷하게 기억에 남아요. 그 장소에 담긴 슬픔과 기억, 애도의 감정이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직접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이에요.
학생들에게 좋은 공간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답이 정말 다양해요. 더운 날 시원한 공간이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고, 재료의 촉감이나 그 안에서의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학생도 있어요. 결국 좋은 공간은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되기보다, 사람에게 새로운 감각을 전하고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을 열어주는 공간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여호영 저는 건축도 영화나 드라마처럼 공간의 서사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간에 들어섰을 때 느끼는 감정과 그 장소가 지닌 의미,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장면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메모리얼처럼 분명한 이야기를 가진 공간에 특히 끌리는 것 같아요. 한순간의 인상에 그치기보다, 공간을 이동하고 머무는 과정에서 의미가 조금씩 쌓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결국 저에게 좋은 공간은 사람의 감각과 상상을 이끌어내는 서사가 있는 공간이에요.

앞으로 더 해보고 싶은 주제나, 건축적으로 더 탐구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장윤섭 앞으로는 사회에 위로와 치유를 건넬 수 있는 건축적 주제를 더 깊이 다뤄보고 싶어요. 치유라는 말은 여러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린 학생들이 생활하는 교육 공간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우리가 기억하고 되돌아봐야 할 사회적 장면을 건축이 어떻게 담아낼 수 있는지에도 관심이 있어요.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건축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자라나는 세대의 미래를 위한 공간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나오면서 외면하거나 놓쳤던 사회의 모순과 아픔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도 필요하다고 봐요. 앞으로 이러한 주제를 꾸준히 공부하며 저희의 작업 안에서 구체적으로 풀어가고 싶어요.
Pick List
장윤섭’s 공간 pick
– 별마당 도서관(Click!)
저는 오히려 조용한 곳보다 사람이 많은 공간을 좋아해요. 같은 장소 안에서도 각자 다른 목적과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는 일이 재미있거든요. 누군가는 책을 읽고, 누군가는 대화를 나누고 또 누군가는 가만히 머무는 공간에 가면 사람의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어요.
– 석촌호수
저희에게 잠실에서 가장 익숙한 장소는 석촌호수예요. 커피나 먹을 것을 사서 호수 주변을 걷거나, 근처 카페에 들렀다가 산책하곤 해요. 잠실 일대에서 가장 큰 인프라도 결국 석촌호수라고 생각해요. 특별한 목적 없이 걷고 머물 수 있다는 점에서 저희가 가장 편하게 찾는 장소예요.
여호영’s 공간 pick
– 시호재(Click!) / 설해원(Click!)
저는 호텔이나 조용한 숙소처럼 생각을 잠시 멈출 수 있는 공간을 좋아해요. 도심에서는 자꾸 다음 일이나 해야 할 일을 떠올리게 되는데, 휴양지나 산속의 펜션에 가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 생기거든요. 그래서 작은 감성 숙소나 카페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해요. 최근에는 양평의 설해원과 칠곡의 시호재가 기억에 남아요. 특히 시호재는 정원을 품은 건물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잠시 쉬어 가기 좋은 곳이었어요. 그런 공간에서는 사람이 조금 느슨해지는 것 같아요.
디포스아키텍츠에게 건축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나 완결된 결과물이라기보다, 사람에게 특정한 감각과 기억을 남기는 일에 가깝다. 한 사람이 공간을 경험하는 순간 느낀 분위기와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삶 속에 하나의 장면으로 남을 수 있다. 건축이 누군가의 일상에 기억 장치처럼 자리하고, 그 안에서 좋은 추억이나 의미 있는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디포스 아키텍츠에게 건축은 그렇게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머무는 장면을 만들고, 그 가능성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확장해가는 일이다.
자료제공 디포스아키텍츠 건축사사무소(https://yunsop00.wixsite.com/defoss)
글 김도아 에디터
* 별도 표기 외 모든 사진은 마실와이드에서 직접 촬영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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