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ive alone and together
에피소드 수유 838에서 보낸 새삶스런 하룻밤

혼자 산 지도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돌이켜보면 대학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 자취생의 삶은 다양한 공간과 함께했다. 고시원부터 원룸, 빌라, 오피스텔까지, 누구나 흔히 떠올릴 수 있는 공간도 있었고, 몇 년 전부터 주거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공유주거에서 지내기도 했다.
나의 첫 공유주거 경험은 외국에 있을 때였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4개월 정도 지낼 곳이 필요해 이 집 저 집을 알아보던 중 ‘셰어하우스’를 알게 되었다. 셰어하우스에서 생활하면서 느꼈던 것은 ‘꽤 알뜰한데?’였다. 원래라면 혼자 쓸 그릇과 가전, 소파와 식탁, 거실과 주방 공간을 나누어 썼다. 내가 사용하지 않을 때 낭비되는 물건과 공간의 시간을 하우스 메이트들이 채웠다. 그리고 들어갈 때처럼, 나올 때도 옷가지와 침구류만 챙기면 됐다.
공유주거의 형태 중 ‘코리빙(Co-living)*’이 밀레니엄 세대에게 주목받는 이유와 내가 셰어하우스에 살게 된 이유는 비슷할 것이다. 치솟는 집값으로 혼자 살 때 누리기 어려운 공간을 같이 살면 더 넓고 풍요롭게 쓸 수 있다. 또, 생활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사회초년생은 가구나 가전을 사는 것보다 잠시 빌려 쓰는 것이 저렴하기도 하다.
*코리빙(Co-living): 함께(Cooperative)와 산다(Living)는 의미가 합쳐진 용어
셰어하우스와 코리빙의 다른 한가지는 ‘사생활’이다. 셰어하우스에는 개인 화장실이나 부엌이 없었기 때문에, 늘 집에서 누군가와 마주쳐야 했다. 이와 달리, 코리빙은 원할 때만 이웃과 함께하고, 혼자이고 싶을 때는 방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이케아 뉴스레터에서 발견한 ‘새삶스러운 하룻밤’ 이벤트에 그동안의 다양한 주거 경험과 겪어보지 못한 코리빙에 대한 궁금증을 피력한 덕인지, 운 좋게도 에피소드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경쟁률이 굉장했다고…) ‘에피소드’는 밀레니엄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개성을 반영한 SK D&D의 새로운 공유주거 브랜드다. 성수를 시작으로 서초, 강남, 신촌에 이어 수유에 여섯 번째 지점을 오픈했는데, 하룻밤을 지내게 된 곳이 바로 새로 오픈한 ‘에피소드 수유 838’이었다. 이름에 있는 838이란 숫자처럼 공유 주거 브랜드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818세대의 집과 20개의 공유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수유점은 개인과 이웃이 공존하는 도심 속 거대한 ‘수직 마을’을 콘셉트로 하고 있다.
6월호 마감이 끝난 5월 말의 토요일 아침, 간단한 짐을 꾸려 에피소드 수유점으로 향했다. 처음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한 3층의 외부로 열린 공유 공간에는 많은 사람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간단한 안내를 받은 후, 공간 투어로 새삶스러운 하룻밤이 시작됐다.



먼저, 사람들의 다양해진 라이프스타일에 맞춰진 여러 타입의 룸을 둘러보았다. 오픈형 스튜디오, 2개의 방이 하나의 부엌을 공유하는 타입, 야외 베란다가 있는 타입, 방과 드레스룸이 있는 두 사람을 위한 타입 등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그 중 눈길을 끈 것은 가구나 가전의 가격표였는데, 가구의 가격과 함께 월 대여료가 적혀 있었다. 에피소드는 홈퍼니싱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원한다면 쇼룸에 있는 가구 혹은 서비스에 등록된 가구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구독할 수 있다고 한다.
룸 투어를 끝낸 후 공용공간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병풍처럼 둘러싼 북한산의 풍경이었다. 수유에는 높은 건물이 거의 없어, 공용공간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북한산 전망을 누릴 수 있었다. 16층의 워킹룸은 높은 층고와 통창으로 시원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같은 층에는 세탁실이 있었고, 바로 위 계단을 통해 트레이닝룸으로 갈 수 있다. 트레이닝룸과 18층 루프탑 역시 북한산을 향해 열려 여느 호텔 못지않은 풍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투어가 끝난 후 짐을 풀고, 다시 3층으로 내려왔을 때는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핫도그 이벤트가 진행 중이었다. 핫도그와 지난주 거주자들이 함께 만든 샹그리아를 받아들고, 주변을 둘러보니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사람, 친구와 나온 사람, 아이와 나온 사람, 혼자 나온 사람 등 다양했다. 그 중 외국인도 많이 있었다. 에피소드 수유점은 단기는 1~5개월까지 장기는 1년까지 계약할 수 있다. 내가 셰어하우스를 찾은 것처럼 원하는 기간 동안 머물 수 있고, 필요한 것이 구비되어 있어, 이 곳을 찾는 외국인이 자연히 많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핫도그를 먹으며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공용공간에서 열린 탱고 음악회를 감상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내가 묵는 20층 공유 주방에서 저녁을 만들면서 공간을 이용하는 거주자를 만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냉장고를 여니, 필요한 경우 사용하라는 메모지가 붙은 음료나 향신료가 있었고, 밖으로 보이는 루프탑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맥주를 마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17층 트레이닝 룸을 향했다. 북한산을 바라보며 운동을 한 후, 방에 돌아가 짐을 챙겨 16층 워킹 룸에서 일기를 끄적였다. 가만히 하루를 돌이켜보니, 방보다 공용공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방과 거실, 주방과 서재, 운동 등 프로그램에 따라 공간 전체를 집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과 마주친다는 것에 부담은 없었다. 원한다면 방 안에서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피소드가 내세운 ‘따로 또 같이’ 캐치프레이즈가 마음에 와 닿는 순간이었다.
코리빙은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지만, 혼자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집이다. 혼자 살 때 누릴 수 없었던 공간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거주자 간의 커뮤니티가 생각보다 편안하다고 느꼈다.
글 │ 에디터 김현경
사진 │ 에디터 김현경
해당 기사는 2022년 7월호(Vol. 494)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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