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한 서사로부터 시작했던 연작은 보편적인 일상 속 사진으로 옮겨오면서 사진의 지표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이와 관련된 자신의 정동을 지속적으로 드러내어 감상자가 작품을 읽기 전에 감각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전시는 최근 작업에서 보이는 내용이 분명한 사진부터 희미한 잔상들로 나아가도록 제작시기와 역순으로 배치되어, 감상자들을 서서히 기억을 감각하는 여정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고려되었다. 전반적으로 서늘하고도 씁쓸한 감정이 묻어나는 색감은 조금씩 사라져가는 시간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간은 손아귀 안의 모래처럼 서서히 빠져나가겠지만, 작가의 ‘기억법’은 떨어지는 모래알이 빛나는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직시하게 한다. 모든 순간을 온전히 담을 수는 없겠지만 작가는 과거를 어떻게 담아낼지, 그리고 무엇을 담아낼 것인지를 고민한다.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소박한 기념을 통해, 과거를 넘어 확장된 세계와의 접점을 제안한다. 어쩌면 우리는 쌓여있는 기억 속 각기 빛나는 순간들을 무심하게 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 일시: 2025년 9월 6일 ~ 9월 22일
– 장소: 온수공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