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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건축이론 이야기1
[2026 동계 올림픽 프리뷰] ② 올림픽 이후를 먼저 설계한 도시: 밀라노가 선택한 두 개의 건축물

[2026 동계 올림픽 프리뷰] ② 올림픽 이후를 먼저 설계한 도시: 밀라노가 선택한 두 개의 건축물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의 두 개의 건축물

대부분의 올림픽은 경기 이전보다 이후에 더 어려운 질문을 남긴다.
어떤 건축물은 축제가 끝난 뒤 빠르게 용도를 잃고, 어떤 도시는 남겨진 구조물을 감당하지 못한다. 밀라노-코르티나 2026 동계올림픽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 질문을 피하지 않고 두 개의 상반된 건축 유형으로 답하고 있기 때문이다.

밀라노에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두 개의 핵심 건축물이 새롭게 만들어진다. 하나는 도시의 집합과 에너지를 수용하는 대형 경기장인 Arena Milano(아레나 밀라노), 다른 하나는 올림픽 이후의 일상을 전제로 한 주거 단지인 Porta Romana Olympic Village(포르타 로마나 올림픽 선수촌). 이 두 건축물은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올림픽 이후’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Arena Milano(아레나 밀라노)
_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 Arup

고대 도시의 원형을 현대 인프라로 번역하다

Arena Milano(아레나 밀라노)_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 Arup

밀라노 남동부 산타 줄리아 지구에 들어서는 Arena Milano(아레나 밀라노)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을 위해 건설되는 영구 경기장이다. 설계는 David Chipperfield Architects와 Arup의 협업으로 진행되었으며, 건축물은 처음부터 올림픽 이후의 활용을 전제로 계획되었다.

아레나의 형태는 밀라노의 고대 로마 원형극장에서 출발한다. 타원형 평면과 중심으로 수렴하는 집합 구조는 역사적 원형을 직접 재현하기보다, 도시가 사람을 모으는 방식의 원리를 현대적으로 번역한다. 그 결과 Arena Milano(아레나 밀라노)는 과거를 인용하면서도 복제하지 않는, 절제된 도시적 형태를 취한다.

이 시설은 약 16,000명(좌석 12,000석, 스탠딩 4,000명)을 수용하며, 올림픽 기간 동안에는 아이스하키 경기를 위해 임시 빙상 시설이 설치된다. 대회 이후에는 콘서트와 스포츠 이벤트, 대형 문화 행사를 수용하는 밀라노의 핵심 문화 인프라로 전환된다. 건물은 거대한 포디움 위에 놓인다. 포디움 내부에는 주차와 물류, 지원 시설이 집약되고, 상부는 약 10,000㎡ 규모의 공공 광장으로 시민에게 개방된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이 광장은 열린 공간으로 작동하며, 계단과 녹지, 완만한 동선을 통해 주변 도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대형 시설 특유의 단절감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다.

핵심에서 하키 경기가 열리고 있는 실내 경기장, 만원 관중과 대형 스크린이 보인다.
Arena Milano(아레나 밀라노)_David Chipperfield Architects & Arup

포디움 위에는 세 개의 링 형태가 겹겹이 쌓이며 건물을 감싼다. 낮에는 알루미늄 튜브가 빛을 반사하고, 밤에는 LED 미디어 파사드가 작동해 도시적 장면을 만들어낸다. 형태는 강하지만 과시적이지 않고, 반복과 리듬을 통해 집합 공간의 성격을 드러낸다.

지붕에는 약 4,000개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어 에너지 자립을 도모하며, 모듈화·프리패브리케이션 방식은 시공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과 폐기물을 줄인다. Arena Milano(아레나 밀라노)는 단일 이벤트를 위한 기념비가 아니라, 산타 줄리아 지역 재생을 견인하는 도시 인프라로 자리 잡을 준비를 마쳤다.


Porta Romana Olympic Village(포르타 로마나 올림픽 선수촌)_SOM

도시 유산으로 이어지는 선수촌이라는 모델

도심의 조망, 고층 건물과 주거 단지, 녹지 공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경관
Porta Romana Olympic Village(포르타 로마나 올림픽 선수촌)_SOM

포르타 로마나 올림픽 선수촌은 단순한 대회 시설이 아니라, ‘도시 유산으로 이어지는 선수촌’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밀라노 남부에 위치한 옛 철도 차량기지(Scalo di Porta Romana)를 재생하는 대규모 도시 재생의 출발점으로, 총 약 19만㎡에 달하는 부지 중 절반 이상을 공공 녹지와 열린 공간으로 계획했다. 그 안에서 선수촌은 약 4만㎡(약 1만 2천 평) 규모의 커뮤니티·주거 영역을 형성한다.

설계는 SOM이 맡았으며, 6개의 신축 주거동과 기존 철도 유산 건축물 2동로 설계되었다. 또한, 과거 기관차 정비와 관련된 산업 시설을 보존·재생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이 옛 건물들은 올림픽 기간에는 선수 식당과 공용 프로그램을 수용하고, 이후에는 레스토랑과 상업·문화 시설로 전환되어 지역에 개방된다. 산업 유산을 철거하지 않고 도시 생활의 일부로 흡수하는 전략이다.

현대적인 건물이 둘러싸인 열린 공간, 나무와 화분이 배치된 정원 풍경.
Porta Romana Olympic Village(포르타 로마나 올림픽 선수촌)_SOM

선수촌은 대회 기간 동안 약 1,400명의 선수를 수용하지만, 설계의 진짜 목적은 올림픽 이후에 있다. 대회가 끝나면 이곳은 약 1,700명을 수용하는 학생 주거 단지로 전환되며, 밀라노 시와의 협약을 통해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공급된다. 이는 만성적인 주거난과 청년·학생 주거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밀라노의 현실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선택이다. 일시적 시설이 아닌, 장기적인 사회 인프라로서 올림픽 건축을 위치시키는 방식이다.

공간 구성 역시 이러한 전환을 전제로 한다. 밀라노 전통의 중정(courtyard)과 테라스형 외부 공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배치는, 주거동 사이에 자연스러운 교류와 체류를 유도한다. 건물 하부에는 약 1만㎡ 규모의 공공 커뮤니티 공간과 스포츠 코트, 상업·의료·편의 시설이 배치되어, 올림픽 이후에도 지역 주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도시의 일부로 기능하도록 계획되었다.

건설 방식 또한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특징이다. 선수촌은 밀라노에서 가장 대규모로 적용된 프리패브리케이션 기반 주거 프로젝트 중 하나로, 구조체와 주요 부재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특히 외피에는 대규모 목구조(mass timber)가 적용되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탄소 배출을 크게 줄였다. 이는 올림픽이라는 엄격한 일정 조건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도시 건설의 실험이기도 하다

화이트 건물들이 있는 현대적인 건축물 단지의 모습과 푸른 하늘.
Porta Romana Olympic Village(포르타 로마나 올림픽 선수촌)_SOM

포르타 로마나 선수촌에서 올림픽은 목적이 아니라 촉매다. 이 프로젝트는 경기 이후 빠르게 해체되거나 용도를 잃는 기존 올림픽 선수촌의 관행에서 벗어나, 도시가 필요로 하던 주거·커뮤니티·공공 공간을 앞당겨 실현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은 이곳에서, 비로소 ‘끝난 뒤’를 먼저 설계한 사례가 된다.


두 개의 건축물, 하나의 태도

Arena Milano(아레나 밀라노)와 Porta Romana Olympic Village(포르타 로마나 올림픽 선수촌)는 서로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하나는 도시의 집합과 문화를 수용하는 인프라이고, 다른 하나는 일상의 주거와 공동체를 담는 그릇이다. 그러나 두 건축물 모두 ‘올림픽 이후를 먼저 설계한다’는 태도를 공유한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 올림픽은 화려한 기념비를 남기기보다, 도시가 스스로를 갱신하는 방식을 건축으로 보여준다. 이 두 프로젝트는 올림픽이 끝난 뒤,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자료 제공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기사
김도아 기자(doa2565@masilw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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