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November 24, 2017

엘 아나추이 : 관용의 토폴로지

Topology of Generosity

바라캇 서울이 선보이는 ‘ 엘 아나추이: 관용의 토폴로지 ‘전은 작가 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실제적인 변화의 힘을 조명한다. 현대미술에서 예술의 실질적인 힘에 관한 논의는 주로 사회 참여적인 작업이나 교육 활동, 혹은 선언문을 바탕으로 한 단체 활동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하여 오랜 기간 작업을 지속하며 주변의 삶과 환경의 변화를 이끈 작가의 ‘내적인 힘’, 곧 엘 아나추이의 예술에 나타나는 작가적 태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엘 아나추이의 작품은 개개인의 참여가 엮인 결과물이자, 역사적 시간과 현재의 순간이 교차하는 직조물이다. 다양한 층위의 내러티브가 결합하여 하나의 그물망을 이루는 그의 작업은 인터넷망으로 연결된 현대의 네트워크 체계에 대한 은유와도 같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예술을 통해 보여주는 관용의 태도이다. 위계적인 중심 없이 각 교점(node)이 연결된 네트워크처럼, 엘 아나추이는 작가가 절대적인 감독관이 되는 것을 지양하고 작품의 제작 및 설치, 감상 등 모든 과정에 타인의 개입을 허용한다. 그는 여러 사람들을 작업에 참여시키고, 전시 공간에 따라 설치 방식을 변형하면서 관람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바라캇 서울의 ‘ 엘 아나추이: 관용의 토폴로지 ‘전은 이러한 작가의 관용적인 태도를 표현하고 그의 작품을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토폴로지(topology)의 개념을 제안한다. 토폴로지는 20세기 초 수학에서 공간의 이론으로 처음 제시되었는데 이후 여러 분야에서 고정적으로 고착되지 않고 연결된 관계에 의해 변형되는 공간과 대상을 지칭하는 개념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한 공간 안의 물체가 고정적이지 않고 여러 교점의 배치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화하고 확장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에 중심과 주변으로 나뉘던 힘의 균형이 분산되고, 주체와 객체의 구분이 없어지며 창의적인 관계 맺기가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다.

전시장에서 그의 작품은 토폴로지적 대상에 비유되어, 직각의 전시 공간을 ‘구기고’, ‘접어’변형시킬 것이다. 이 공간 안에서 관객은 작품과 사적인 관계를 맺으며 의미의 확장과 공간의 변형을 더하게 된다. 이러한 토폴로지적 사유는 그간 아나추이의 작품이 아프리카의 민족적·지형학적 분류로 해석되던 것을 넘어 예술을 보는 여러 시점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함을 나타내고 있다. 그의 작품은 설치되는 장소의 맥락, 작품과 마주하는 관람자 개개인에 따라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폭넓은 사유의 지평을 열어준다. 이는 삶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으로 보며 이를 작품에 반영하는 작가의 태도와 무관한 우연한 결과는 아닐 것이다.

일시 : 2017년 9월 27일 (수) ~ 2017년 11월 26일 (일)
장소 : 바라캇 서울 (서울 종로구 삼청로 58-4)
관람시간 : 화~ 일 10시 ~ 18시 (월요일 / 공휴일 휴관)
문의 : 02-730-1949 / barakat@barakat.kr

홈페이지 : www.barakat.kr

About MasilWIDE 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