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January 20, 2018

건축의 소멸. [보안여관]에서 [소록도]를 생각하다

1916년 일제에 의해 한센 전문 병원인 자혜의원이 설립되고 전국의 한센인을 강제로 이주시켜 격리 수용하는 장소로 사용된 소록도. 지난 5년 간 이러한 소록도의 마을 기록과 보존 작업을 진행해 온 건축가 조성룡과 성균건축도시설계원의 작업을 공유하는 전시가 열렸다. 지난 11월 11일부터 11월 28일까지 통의동 보안여관에서 추적자 시리즈의 두 번째 프로젝트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수류 산방과 성균건축도시설계원[SKAi]에서 소록도를 중심으로 근대 건축물, 그리고 건축의 소멸을 주제로 5년간 발견하고 배운 것과 앞으로 필요한 것들을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하고자 마련한 자리이다.

통의동 보안여관과 함께 기획한 이번 프로젝트는 전시뿐만 아니라 두 차례의 심포지엄을 통해 건축가, 인류학자, 비평가, 시인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소록도의 현재를 냉정하게 보여 주고 앞으로 꾸려 나갈 소록도의 미래에 대해 묻는 기회가 되었다. 소록도의 오늘을 각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예술가들의 작업도 선보였다. 사진 작가 김재경과 진효숙, 이지응과 이명섭이 담아낸 소록도의 사진과 시인 조병준의 글과 사진, 권순현의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소록도의 영상, 이진경의 그림, 박승진의 조경은 우리가 그간 잊고 있던 소록도를 새롭게 마주하도록 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존 러스킨은‘ 집은 기억’이라고 말한다. 건축가 조성룡 역시 이 말에 공감한다. 자혜의원이나 일제 강점기 신사, 학교는 문화재청에서 관리하지만 환자였던 주민이 살았던 집들은 기록으로도 자세히 남아 있지 않고, 어떠한 관리도 이뤄지지 않은 채 남겨져 있다. 소록도의 기억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소록도를 기억한다는 것은 소록도에서 살았던, 살아냈던 이들의 삶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런 점이 서생리 복원 작업에서 드러난다. 보안여관 1층에 설치된 영상에는 서생리 마을 복원을 위해 소록도를 찾은 건축가 조성룡이 뜻을 함께하는 이들, 그곳 주민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얼핏, 복원을 했다고 보기보다는 공사 현장처럼 보이는 서생리 마을의 모습은 어떻게 기억을 보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겨있다.

전시를 돌아보고 나오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만큼이나 허물어지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된다. 이번 전시의 의의는 단지, 소록도를 소개하는 것에 있지 않다. 근대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 식민지 근대화의 과정, 지역의 역사 유적 관광 개발 시의 갈등 등 우리가 흔히 마주치지만, 쉽게 풀리지 않는 난제들을 함께 이야기하고 이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우리가 쉽게 가볼 수 없는 소록도의 속살을 서울 가장 한복판, 소록도의 민가와 닮은 근대 건축물(통의동 보안여관)에서 만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글: 최지희 기자 / 사진제공: 수류산방 / 문의: www.boan1942.com

이 기사는 월간건축문화 12월 호(Vol.439)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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