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anuary 18, 2018

한국, 99%의 건축, 그리고 틈새의 예술

사진제공: 김맑음

한국, 99%의 건축, 그리고 틈새의 예술

건물 연면적을 내지 면적으로 나누는 용적률은 건축물이 얼마나 자본의 영향을 받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개념이다. 이 용적률이라는 개념은 작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주제 <용적률 게임>으로 까지 이어진다. 현재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귀국전 <창의성을 촉발하는 제약, 용적률 게임>에서 알 수 있듯이, 자본과 법, 용적률과 같은 규제 속에서도 건축가들은 창의성을 발휘하고 있다. 용적률을 최대로 지향한다는 의미의 ‘99%의 건축’은 한국의 대부분의 건축물들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는 단어일 것이다. 건축의 창의성이‘ 99%의 건축’에서도 보여진다면, 그‘ 99%의 건축’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떨까. 건축과 예술 사이의 교류를 시도하며, 두 영역의 틈새에 얽힌 이야기를 드러내는 큐레이팅 그룹 ‘건축틈새’는‘ 99%의 건축’에 살고있는 사람들 중 예술가에 주목하였다. 정기적인 수입이 없으며, 작업실을 찾아 전전하고, 사회적 효율성의 기준에서 거리가 먼 예술가들은 어쩌면 이‘ 99%의 건축’에도 포함되지 않은 그 틈새에 비집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이러한 생각에서 시작된 <한국, 99%의 건축, 그리고 틈새의 예술> 담화시리즈는 현재까지 두 차례 진행되었다. 이 시리즈를 통해‘ 99%의 건축’에서 생존하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다수의 한국 예술가들은 동시대 도시건축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논하고자 하였다.

3월 14일 화요일, 첫 담화는‘ 호텔수선화’를 운영하는 이나나 패션 디자이너와 손정수 인테리어 디자이너 겸 엔지니어의 이야기로 시작하였다. <비주류 문화의 중요성> 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담화에서는‘ 호텔수선화’ 공간 이야기로부터 출발하여 세대별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비주류 문화에 대해서 고찰하였다.‘ 호텔수선화’는 세 명의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작업실 겸 카페로, 작은 공장들과 인쇄소들이 밀집된 을지로 지역에 있어 소위 우리가 말하는 예술의 주류 지역에 속하지 않는다. 그것의 외부적인 위치 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인테리어를 보면, 일반적인 카페 공간과는 다른 느낌을 자아낸다. 건축이 아닌 순수예술을 공부한 손정수 디자이너는 프랑스 생활과 공사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테리어를 진행한다. 그는 스스로의 인생이 비주류이지만 그 색을 잃지 않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그가 인테리어를 진행한 장진우 거리의 마틸다, 익선동 식물2 등의 공간은 최근에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인테리어 팁과 같은 실무적인 정보도 함께 전하며, 비주류 문화와 비주류한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하였다. 이어진 담화자들의 질문에서는 어쩌면 너무나 현실적인 질문들이 나왔는데, 예술 작업과 생업의 교차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건축 인테리어 특성상 주류 건축계가 아닌 위치에 있게 되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3월 23일 목요일, 두번째 담화는 차지량 작가의 <New Home> 영상 스크리닝과 담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동시대 시스템의 고립을 겨냥하는 개인에 초점을 맞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차지량은 영상을 통해 ‘거주에 대한 문화적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였다. <New Home>의 영상 속 인물들은 도시 속에서 주거지를 찾아 다니며, 임대 이전 분양 중인 세가지 유형의 거주 공간들에 침입해서 하룻밤을 묵는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주거에 대한 욕망은 일반적으로 자본 혹은 주거정책에 의해서 실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작가는 그러한 주거환경에서 사람들을 피해자 혹은 약자로 보이지 않기를 바라며, 단지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스크리닝 이후에 진행된 담화에서는 주거에 대해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거의 공간이 사람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작가의 생각은 담화자들의 여러 경험과 맞물리게 된다. 자본으로 환원되어 버린 주거에 대해서 그리고 아파트가 좋다는 모두의 말처럼, 본 시간에는 자본과 결부된 주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지막 담화는 3월 30일 목요일 6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담화자는 2016년 <마이크로 시티 랩(Micro City Lab)>을 기획한 독립 큐레이터, 심소미 큐레이터다. 도시 속 작은 공간들을 이어서 새로운 도시 개입 프로젝트를 진행한 그녀는 <도시의 변화와 예술 생태: 개입, 전환, 기생>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많은 이해관계들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 속에서 예술이 어떠한 방식으로 생존해 오는지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진제공: 김맑음

이번 <한국, 99%의 건축, 그리고 틈새의 예술> 프로젝트는 서울문화재단 서교예술실험센터 쉐어 프로젝트 선정사업이다. 작가들에게 공간을 나누어 주는 쉐어 프로젝트에서‘ 건축틈새’는 그 공간의 틈새 공간을 빌리기로 하였다. 자신의 공간을 2주일 남짓하게 점유하는 작가들에게‘ 건축틈새’는 임대계약서를 작성하고 일시적으로 그들의 공간을 임대한다. 이는 서교예술실험센터라는 예술공간이 겪었던 2013년도 폐관 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이는 곧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오늘날‘ 99%의 건축’속 예술의 현 위치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임대 작업과 함께 진행되는 <한국, 99%의 건축,그리고 틈새의 예술> 담화 시리즈는 예술과 건축 모두에게 현실적인 해답을 제시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일상이라는 이름 아래에 묵혀 두었던 이야기를 ‘드러냄’으로써 건축과 예술 사이에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더 나아가 본 세 번의 담화는 더욱 다양한 담화를 시도하기위해 담화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한국, 99%의 건축, 그리고 틈새의 예술> 담화 시리즈에서 나눈 이야기와 서교예술실험센터 부지가 겪은 이야기를 리서치하여 담을 예정이며, 텀블벅으로 사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한다. / 글: 김맑음

** 이 기사는 월간건축문화 4월 호(v.431)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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